과수원에 들어가지 마세요

꼭 들어가야겠다면 경고문을 읽으세요

[ 경 고 문 ]

 이건 일반적으로 제 과수원에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문과는 다릅니다. 이 과수원은 저의 소유가 아닙니다. 저는 이곳의 과일을 지킬 의무가 없습니다. 여기 적힌 내용은 순수하게 당신을 위한 경고문입니다. 부디 돌아가 주세요. 돌아가지 않으시더라도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세요. 

 먼저 지나가다 보인 멋진 과수원을 한 번 구경만 하고 싶었던 분들은 대충 보이는 곳까지가 과수원의 전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과수원의 크기는 생각보다 넓습니다. 들어설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바깥에 차를 세워두셨다면 차가 보이는 곳까지만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자전거나 오토바이등 기타 다른 수단을 쓰셨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걸어서 올라오셨다면 이 경고문이 움직이지 않는 범위로 나가지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이 과수원에 철창도 달려 있지 않아 들짐승이 많이 드나듭니다. 따라서 한 두 개 정도 집어 먹는 것은 들짐승이 먹고 간 것으로 취급하여 너그러히 봐드립니다. 다만 여러 개를 따서 가져가는 것이나 먹고 난 후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고 가지 마십시오. 들짐승이 먹은 것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아 덧붙이면 예의적인 면에서 부탁드립니다. 몇 개를 허용하는 것도 호의인데 그 이상을 요구하시면 곤란하다는 대답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과일을 조금 맛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두 가지만 명심해주세요. 

 첫 째, 열려 있는 과일 중 안전한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과일입니다. 이 과수원은 지극히 평범한 과수원으로, 계절에 맞지 않거나 나무에서 열리지 않는 과일이 열려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익숙한 과일이더라도 과연 그 과일이 지금 나무에서 열리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보세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모양이나 색을 가진 과일도 당연히 없습니다. 발견하더라도 손을 뻗지 마세요. 

 둘 째, 밤에는 과일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과수원의 위치 특성상 밤에는 생각보다도 깜깜해집니다. 과일의 종류 등을 알아 보기 더 힘드실 것입니다. 위에 적힌 내용을 어길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밤에는 특히 이 과수원에 들어오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위험한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이정도는 부탁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과수원에 함부로 들어가 위에 적힌 내용을 어길 분들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지도 지키지도 않을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은 그저 마지막 자비입니다.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