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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과 과제로 낼 소설 썼는데 어떤거같음?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19 17:45:06
조회 121 추천 0 댓글 3

소설 프롤로그 써오는 과제인데 어떰 ?





애매하다.

내 인생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자면 그렇다.

뭐라해야 할까. 나는 내가 천재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그렇다고 마냥 평범하지도 않고.

그야말로 애매한 놈.

그런 놈의 인생은 당연히 애매할 수밖에.

이 사실을 난 중학교를 졸업할때 쯤 깨달았었다.

깨닫기만했다.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느꼈던 그 거짓된 재능의 단맛은 그 사실을 부정하도록 내 뇌를 매혹했다.

너무나도 강렬해  헤어나오지 못할것 같던 그 매혹의 늪에서 빠져 나오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ㅡ 선생님.
ㅡ 음?
ㅡ 방금 연주한 애 중학생이래요.
ㅡ 어.. 어 그렇지? 지금은 중등부파트니까.
ㅡ 저런 애들이 한명도 아니고 다섯명이나 된다는 건 어쩌면 저 애들보다도 훨씬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요.
ㅡ...선생님이 보기에는 다들 대상감이야. 물론...세상은 넓으니까 네 말처럼 더 대단한 사람들은 분명 있겠지.
ㅡ 그렇죠. 그게 맞죠. 아마 그럴거예요.

특별한 사유는 아니었다.

난생 처음 전국구급 콩쿠르에 참여했을 때.
나는 보고야 만 것이다.
듣고야 만 것이다.

두 눈은 유려하고 긴 손가락의 끝에서 떨어지지 못했고
두 귀는 그 어느때보다 소리를 흘리지 않으려 집중했다.

그렇게 피하고, 부정하고 싶어했던 또 실제로 그랬던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했다.

매혹따위 그 아름답고 가슴아픈 선율을 이길순 없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인정했다.

나는 천재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속일정도로 인정하기 싫었었는데, 막상 받아들이니 후련했다.

스트레스였던 콩쿠르가 입시스펙을 쌓기 위한 재료로 보여 마냥 편했고.

더 이상 성장해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됐다.

그 덕분일까. 난 꽤나 괜찮은 스펙을 쌓을수 있었고 나름 중상위권  음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게 나름 뿌듯했을까. 답지않게 열심히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하루에 8시간은 기본 밥도 대충 때워가며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피아노 앞에 앉아있었다.

노력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더라.
기대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서 인가?

아무튼 상위권의 성적으로 졸업했고, 비록 규모가 큰 콩쿠르는 아니지만 트로피도 몇번 따냈다.

근데 그거 다 쓸모없더라.

내가 살아온 나라. 이 한국에서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고작 나 따위의 스펙으로는 어림도 없더라.

십수년간 이어졌던 내 피아니스트라는 행선지는 졸업과 동시에 끝이 난 것이다.

허나, 피아니스트로서의 여정이 끝난것이지 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고심한 끝에 음대 입시 레슨샘을 하기로 했다.
이유는 별 거 없다.

할게 없어서.

그래도 나름 잘 됐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나는 상품가치가 떨어져도 입시판에서 나정도면 꽤나 괜찮은 편이었으니.

그렇게 돈을 차곡차곡 모으다 피아노 학원을 하나 차렸다.

이유는 이번에도 별거 없다.

내 피아노인생의 시작이 동네 피아노 학원이었으니까.
그게 생각이나서.

피아노 학원도 잘 됐다.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의 재능은 애매하다해도
인생 운은 상당히 좋은 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학원 문을 연지 막 2년이 됐을 무렵.

내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게됐다.
수술을 통해 일상생활은 가까스로 가능하게 됐지만

피아노는...어림도없었다.


신기한건  피아노를 더이상 연주할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나왔다는 거다.

연주를 못한다 해서 내 인생에 커다란 난관이 생기는 게 아니다.

애들 가르쳐 주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일상 생활에도 지장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10분 30분 1시간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눈물이 멈추질 않고 흐느끼기 까지했다.

서럽게 울면서 나는 그때 다시한번 깨달았다.

내가 천재가 아니어도
이 바닥에서 살아남지 못할 범재여도

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싶었고.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고.


갑자기 너무 후회스럽다.

조금만 더 일찍 피아노를 시작할걸.

조금만 더 열심히 연습할걸.

조금만 더 좋은 음대에 진학할걸.

피아니스트의 꿈을 포기하지말걸.

나를 좀 믿어볼걸.

이제서야 부끄럽다.

천재니 뭐니, 핑계를 대며 내가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외면했다.

내 인생을 부정했다.

나는 지금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이젠 그 누구보다 피아노를 사랑할 자신이 있다.

내 손이 자연스레 흰 건반위에 살포시 올라간다.

부드러이 건반을 누를 준비를 해야할 손가락이 못난 춤을 추듯 달달 떨린다.

그 모습을 보다 순간 감정이 격해져 건반을 힘껏 내리쳤다.

ㅡ틱

불협화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그저 살결이 건반에 살짝 닿아 나는 소리.

손을 내리고 멍하니 피아노를 보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천재가 아니어도 좋으니까."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 그대로 엎어져 잠에 들었다.

***


"신성한 연습실에서 누가 자래! 어쭈... 안 일어나? 아주 그냥 자신감이 넘친다? 모레면 첫 콩쿨인데 긴장도 안 되나봐?"

시끄럽다. 간만에 푹 잔거 같은데 대체 누가 이리 시끄럽게 말하는 걸까.

그런데... 이거 듣다보니까 뭔가 그리운 느낌이 든다.

"...많이 피곤하니? 그럼 딱 20분만 봐줄테니까 그땐 일어나야 한다?"

꼭 기세좋게 나를 갈구다 곧바로 미안해 하는 이 패턴이 꼭...

"이채아?"

내 입이 그 이름을 부르자. 신기하게도 정신이 들었다.

나는 피아노에 엎드려있었다.
그야...피아노에 엎드려서 잤으니 그렇긴 한데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다?

웬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 위다.

뭔가 묘한 이질감에 고개를 들어 돌아본 순간

놀란듯 두 눈이 동그래진 한 여자가 있었다.

검은색 단발에 강아지상의 귀여운 외모.
낯이 익은 얼굴이다.

아니 이 사람...

나를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바라보는 이사람은


"이채아잖아?"

내가 천재라며, 꼭 피아니스트를 해야한다고 엄마를 꼬셨던 동네 피아노 학원의 선생님이다.


문제는... 32살인 이채아 선생님이 너무 젊다는 것.

"꿈인가..."
"샘한테 반말하더니 잠꼬대까지 해? 콩쿠르가 장난이야? 너 진짜 혼좀 날래?"
"..."
"아니... 그래도 모레가 콩쿠르인데 준비는 해야지... 응? 그렇잖아. 20분만 딱 자는거야. 그리고 눈 뜨면 열심히 하는거다?"

순간 어려진 이채아선생님의 손이 내 머리에 닿았다.

따스한 그 손길은 천천히 나를 끌어당겼고 결국 이채아선생님의 왼쪽 어깨에 기대졌다.

아. 기억났다.

피아노학원 선생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따르며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던 이유.

나 이 사람 좋아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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