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나는 좁은 방의 한 켠에서 암막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눈을 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빛이었다.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밤의 정신적 도피로부터 언제나 나를 떼어놓는 빛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더 이상 그 빛에 굴복하지 않기로 결정한 나는 옷걸이에 걸린 외투를 머리에 위에 덮어버리고 다시 잠에 들었다. 

 아마도 20분 정도가 흘렀을 것이다. 분명히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앞에 생생히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 광경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느샌가 바닷가의 바람이 몸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이것이 꿈이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의심을 하기에는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양이 아름다워 보인 순간이었다.

 나는 그 아름다운 광경을 계속 바라보다가 쓰러지듯이 모래 위에 누웠다. 모래에는 새벽의 차가움과 아침의 따스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모래의 부드러운 촉감에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 때에, 멀리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그것은 어린아이들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이 순간을 만끽할 뿐이었다.

 모래가 뜨거워지기 시작하자 몸을 일으켰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열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눈빛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순수함이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그들이 하는 말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