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이가 서른이고 그동안 실컷 놀았잖니.

언제까지 집에서 빈둥빈둥 할 거야?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니?

너도 어느정도 알고 있겠지만 요즘 집 형편이 정말 좋지 않아...

만붕이가 좀 도와주면 누나도 덜 힘들텐데 어렵겠니?

누나가 정말 너무 힘들어.

새벽같이 나갔다가 밤에 집에 오면 8시가 넘어.

밥먹고 씻은 뒤 바로 자야 다음 날에 출근 할 수 있어.

잠들면 눈 안 뜨고 그대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 정도로 요즘 누나가 너무 지쳐있어...

누나가 크게 바라는 게 아니야.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일용직 하면서 쌀을 사주거나 전기세 내주거나

그런식으로 약간 집안에 보태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많이 힘들겠니?

그것조차 힘들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 그래...?

누나도 이제 마흔이 넘었어.

네 뒷바라지 하느라 결혼은 커녕 변변한 연애도 못해봤어.

남자 만나고 싶어도 나 같이 나이 든 여자는 찾지도 않아...

어쨌건 만붕이는 지금 한참 젊을 때잖니?

마음만 먹으면 일이고 연애고 다 하는데 왜 아무것도 안하려 하니?

지금 네 또래 애들은 벌써 몇 년 전에 취직해서 열심히들 사는데,

우리 만붕이는 왜 그럴까.. ?

누나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좋은 회사 취직까진 바라지도 않아.

일용직이라도 좋으니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일 나가서 집안 살림에

약간이라도 보태줬으면 좋겠어.

다음 주까진 뭐라도 꼭 해보자,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