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만붕이와 야차룰 깔 상대는~ 배고파서 다 뒤지기 직전인 노숙자~~!"

이런 분위기면 노숙자가 걍 좆밥 같아 보일지 모르겠는데..

먼가 밀폐된 공간에서 둘만 딱 마주할 땐 그 느낌이 다르더라구

한 달 전에 늦은 밤에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혼자 탔었어

마침 1층이길래 나이스 하면서 뛰어갔거든

그리고 급하게 타느라 내 시야의 사각에 있어서 못봤데

엘베 버튼 누르는 쪽 구석에 노숙자가 쭈구리고 앉아 있었음;;

나도 모르게 "어우 씨발 깜짞이야!" 하고 소리쳤는데

머리도 엄청 떡지고 옷도 막 추레하한데 눈빛도 엄청 생기가 없는 거야

진짜 한 1초? 그정도 정적이 이어졌는데

머리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음

"뭐지?? 시발 엘베에 왜 숨어 있지?? 나 좆된 건가??

눈빛 완전 맛탱이 간 거 같은데;; 시발 강도인가?? 어쩌지 무서워;;"

이러고 동공지진나니까

그 노숙자가 나 보고 "아..밖이..너..너무 추워서요..." 그러더라

그 얘기 듣고 강도는 아닌 것 같아서 한시름 놓긴 했는데

우리집 18층이라 세상 그렇게 불편한 엘레베이터는 첨이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중간에 아무층이나 누르고 내려도 됐는데 

뭔가 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얼음 됨;;

그리고 참 나도 성숙한 사람이 아니라고 느낀게

하다 못해 따뜻한 차라도 좀 종이컵에 담아서 전해줄 껄 그랬음

누구에게나 선의를 배푼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그 때 처음 느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