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겨서 인생이 망한 사람을 아십니까?”
점심시간에 대충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때우던 A씨가 갑자기 나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네?”
“아, 그러니까, 살면서 못생겨서 인생이 망한 사람을 본 적 있나요?”
“음……”
나는 어떻게 대답할 지 당혹스러워 잠시 생각에 잠겼다. 못생겨서 인생이 망한 사람이라니, 물론 살면서 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유독 기이할 정도로 못생긴 사람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은 남이 살아 줄 수 없는 것 아닌가? 내가 잠깐 본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노릇이고, 키가 작고 못생긴 남자가 실제로는 엄청나게 돈이 많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추남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인생이 망했다는 것의 기준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연애 경험이 없는 건가? 돈이 없는 건가? 친구가 없는 건가? 우울한 건가? 건강하지 않은 건가?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편두통이 오기 전에 대충 대답하기로 결심했다.
“저는 못 본 것 같아요. A씨는요?”
“그게 사실은, 한 명 있습니다. 저도 ‘인생이 망했다’ 라는 표현을 남에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이 사람 말고는 없는데, 이 사람은 진짜로 못생겨서 인생이 망해버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동창이던 사람인데, 적당히 B군 이라고 말하겠습니다.
B군은 어릴 때부터 키가 작고 머리가 크던 친구였습니다. 힘은 어느 정도 좋고 운동 신경도 있어서 다행히 축구도 어느정도 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던 평범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였습니다. 적어도 또래들과 키 차이가 심하지 않던 초등학교 3학년 때 까지는 말이죠.
그런데, 이게 참 안타깝게도 B군은 그때부터 키가 거의 크지를 않았습니다. 140센티미터인 상태로 초등학교 5,6학년이 되고 남들이 150,160센티미터가 될 때도 여전히 140센티미터정도 나가니 점점 B군과 노는 또래 남자는 없어지고 자기도 위축이 돼서 더 이상 축구도 못하게 됐습니다.
아무래도 20CM씩 차이가 나니까 점점 또래가 아니라 저희가 형처럼 보이게 되더라고요. 다행히 괴롭힘을 당하거나 하진 않았는데 B군에게 정말 안타깝게도 저희 지역 중학교는 질이 매우 안 좋던 약육강식의 세계였습니다.
B군은 중학교에 진학한 후 일진 친구들에게 먹이감으로 지목돼 구타들 당하고 돈을 뺏기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슬프게도 키는 여전히 거의 크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억울하게도 이 때부터 피부에 여드름이 범벅이 돼서 못생기고 커다란 얼굴이 더욱 추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즉, 사춘기는 왔지만 키는 크지 않는 정말 신의 저주를 받은 게 아닐 까 싶을 정도의 상황이 닥친 것이죠. 본인도 속으로는 정신병이 걸릴 지경이었을 겁니다.
어릴 때부터 소심하고 힘이 약하고 이러던 친구가 아니라 오로지 키가 작아서 피지컬적 한계로 괴롭힘을 당하니 본인도 자존심이 엄청나게 상했는지 B군은 얼마 안가서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키가 작아서 다행히도 근육이 빨리 붙고 힘이 몇배는 강해지니 이 친구를 괴롭히던 일진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더니 그만두게 됐습니다. 자신감이 붙은 B군은 그 뒤에도 계속해서 운동을 하고, 그렇게 중학교 시절을 별 탈 없이 지냈습니다. 물론, 키는 여전히 140센티미터인 그대로요”
“음……그러니까, B군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키가 작고 못생겨서 괴롭힘을 당했지만 운동으로 극복했다, 뭐 이런 이야기 아닌가요? 왜 B군이 인생이 망했다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A씨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잠시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낼 지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짓더니 대답했다.
“물론 거기까지만 들으면 그렇게 들릴 수 있겠죠. B군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정확히 고등학교 시절 입니다. B군도 남자였으니 고등학생이 돼서 여자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키는 여전히 140센티미터에 얼굴은 여드름이 잔뜩 나고 몸은 기괴할정도로 우락부락한 그를 좋아해 줄 또래 여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불쌍하게 들리겠지만 사실 저도 고등학생때까지 연애 경험이 없는 동류라서 뭐 저랑 별 차이가 없습니다……당시 저랑 친하던 친구들 중에도 몇 명은 여자친구가 생겼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했고 어느정도 포기하고 지냈지만 B군은 음, 좀 달랐습니다. 포기를 하지 않더라고요.
이 친구가 좋아하던 또래 여자가 있었는데, B군은 매일같이 인사를 하며 말을 걸더라고요. 딱히 성격이 나쁘거나 한 여자애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느껴지더라고요. 이 여자애는 B군을 질색하고 혐오스러워한다, 말을 걸 때마다 마치 벌레를 삼키는 듯한 기분을 느끼지만 다른 친구들에게 이미지가 나빠지기 싫어서 억지로 표정관리를 하며 적당히 대답을 한다, 라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B군은 눈치가 별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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