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프랑크 족 출신으로 레누스 서쪽에 정착해 살아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으나 일자리를 구하러 남쪽으로 내려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호기심이 동해 그에게 물어보았다. 왜 고향 땅에 머물러 살지 않느냐고.

그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우리는 명문 출신으로 활동력이 강한 사람들입지요.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곳을 구경하기를 좋아한답니다."

나는 그 대답이 못마땅해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나라로 왔느냐?"

그가 다시 한번 어깨를 으쓱하고는 순진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로마분이시지요. 저희 모두 로마인은 다 부자라고 알고 있습지요."

그러고는 코를 씰룩이며 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게 저희들의 생각이었습니다요. 여기 와서야 옛날이랑 똑같이 뼈 빠지게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습지요. 그런데 일을 해야 하는데도 로마인들이 부자라니 이해가 안 됩니다요."

내가 넌지시 물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 않느냐?"

"고향에 가서도 일을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지요."

그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아마 한참 더 가면 일하지 않고도 부자로 사는 로마인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요."

"글쎄다."

그렇게 대답하고 나는 갈 길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