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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의 당선과 동아시아의 정세 변동앱에서 작성

사다새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07 02: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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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2024년 1월 13일 제 16대 중화민국(대만) 정-부통령 선거에서 민주진보당 후보조 라이칭더-샤오메이친이 당선된 직후 양-안관계와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정세를 예측하고, 그에 대응하는 좌익의 임무를 설득하기 위해 작성된 글이다.

1. 개요
  2015년 경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은 최근 미국의 디커플링-디리스킹 정책이 시작된 후로 더욱 치열화 되고 있다. 경제적 패권을 잃어가는 미국은 중국이 미국경제의 가장 중요한 보루인 IT산업을 석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제재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 또한 헝다 사태 이후로 장기 침체에 접어든 경제여건 상 최대의 국책산업인 반도체굴기가 실패할 시 다시금 서구의 시장으로 전락할 상황에 놓여 있기에 반도체를 둔 국가적 경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구의 대중 반도체 부품 수출을 전면 중단한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은 대만의 세계적 반도체 생산 기업인 TSMC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인지하고 있는 미국은 TSMC의 일본 및 미 본토로의 이전을 추진하고 있으며, 자연스래 중국과 대만 간의 역사적인 양안갈등은 전쟁 위기로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또한, 작년 극단적 강경파이자 TSMC 시설의 해외 이전에 찬성하는 인물인 라이칭더가 대만 총통으로 당선됨에 따라 양안 간 전쟁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양안전쟁의 현실화는 국제정세 상의 비가역적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좌익은 그 비가역적인 결과에 맞서고 분석하기 위해 양안의 정세를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양안문제의 역사적 성격과 대만 정계의 현황, 그리고 양안갈등의 주된 요인인 반도체 문제에 관해 개략한 후 양안전쟁이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남한 좌익과 동아시아 좌익이 이에 어떻게 대응히야 할지를 논해보고자 한다.


2.대만 민족문제의 역사적 성격
현재의 양안전쟁의 핵심은 반도체 문제에 있으나, 양안 간의 갈등은 반도체 문제보다 더욱 뿌리깊다. 양안갈등을 흔히 공산당 주도의 중화인민공화국과 장제스의 후예인 중화민국 간의 대결로 파악하는 경우도 있으나 현재 대만에서 반중 강경여론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은 장제스의 국민당이 아닌, 국민당의 독재에 반대했던 민주진보당이라는 점에서 실제의 양안갈등은 공산당이냐 국민당이냐의 문제보다 훨씬 더 복잡한 요인들이 엮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만 내에서 중국에 대한 입장과 정치적 경향성은 민족적 정체성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양안갈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대만 내의 민족문제를 간단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대만에는 크게 세 개의 인구집단이 존재한다. 그 중 첫째는 대만이 중국 문화권에 편입되기 전부터 대만에 거주했던 대만 선주민들이다. 이들은 대만의 전체 인구 중 대략 2%를 차지하고 있으며, 거주지역이 한정되어 있기에 소수민족으로 간주된다. 둘째는 명말청초에 청나라를 피해 대만으로 넘어온 중국남부의 한족 집단인 본성인들이다. 이들은 대만 전체 인구 중 대략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만의 주류 인구집단이다. 이들은 남중국의 방언인 민남어와 객가어를 사용한다. 셋째는 일제 시대와 국공내전을 거치며 중국 곳곳에서 대만으로 이주해온 한족 집단인 외성인들로, 전체 인구 중 대략 13%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당 독재 시기 대만의 특권층으로 군림해왔다.[1]

민족정체성의 문제로 나아가면 더욱 복잡해지는데, 2022년 대만 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64%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만인으로, 2.5%가 순수 중국인으로, 30.4%가 대만인과 중국인 양쪽 정체성을 갖춘 것으로 응답하였다. 허나 이러한 정체성은 상당히 역동적으로 변화해왔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하는데, 일례로 2012년의 설문조사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대만인이라고 표현한 응답자는 약 54%였으며, 더 거슬러 올라가 1992년에는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표현한 응답자는 18% 뿐이었다.[2] 이를 통해 우리는 본성인 집단 내에도 스스로를 대만인이라고 정체화 하는 인구와 대만인이자 중국인으로 정체화 하는 인구가 뒤섞여 있다는 사실, 그리고 대만의 민족정체성은 양안관계를 비롯한 역사적 격동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민당과 민진당의 외양으로 드러나고 있는 외성인과 본성인의 갈등은 대만 국체성립 초기부터 이어져왔다. 본래 대만은 일본의 식민지였는데, 국부천대 이후 장제스의 국민당은 일제에 친화적이었던 본성인 부호들의 재산을 대거 몰수한 후 이를 외성인 관료 및 국민당원들에게 나누어주는 조치를 취했다. 이 때부터 외성인들이 본성인을 말살하려 한다는 인식이 본성인 사이에 퍼져나갔고, 결국 외성인 경찰의 본성인 폭행을 계기로 1947년 2월 28일에 대대적인 본성인 시위가 벌어졌다. 장제스 정권이 무력진압을 강행하자 본성인들은 무기를 탈취해 전국적인 봉기에 나섰고, 결국 무차별적 학살이 동반된 10일 간의 진압 끝에 본성인들의 항쟁은 막을 내렸다. 시위 진압 중 사망 및 실종된 본성인은 약 3만명에 달한다. 이후 장제스 정권은 2.28 사건 당시 대만인민협회(대만공산당의 후신)이 시위에 가담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무기한적 계엄령을 선포했고, 이 계엄령은 30년 가량 지속되어 1987년에야 종료되었다.[3]

본성인들은 자연스럽게 국민당 독재정권에 대한 반감을 품게 되었으며, 반공복국이라는 구호 하에 중국 본토에 대한 무력수복을 표방하던 국민당에 대한 반감은 곧 중화 정체성 자체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국민당 독재정권 시기 동안 반독재 민주화 운동은 단순히 국민당에 반대하는 것을 넘어 중화민국 체제의 폐절과 독립 대만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였다. 장제스 사망 이후 계엄이 해제되고 다당제가 성립되자 민주화 세력은 민주진보당으로 응집했으나,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화 당시 본성인 중 상당수는 대만인과 중국인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에 초기 민주진보당의 강경한 대만 내셔널리즘 정책은 큰 지지를 받을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본래 외성인들의 특권을 보증하던 국민당은 본성인들 중 대만 내셔널리즘 문제에 냉담하거나 비적극적인 이들 또한 지지기반으로 흡수하게 되었으며, 반대로 민주진보당 또한 지지기반의 확장을 위해 노골적인 대만독립 보다는 중화민국 체제 하에서의 주권 확보를 주장하는 분파가 강성해지는 등 정치적 변화를 거쳐왔다. 한 편 대만 선주민들은 외성인 도래 이전 시기에 본성인들에 의한 탄압과 학살 등의 역사를 겪어왔기에 본성인들의 대만 내셔널리즘에 동조하기 보다는 외성인 계열 정치세력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을 보였다.

허나 아직까지도 대만의 정치는 민족정체성의 문제와 직결되며, 민족정체성의 문제는 곧 독재와 민주의 문제로 직결된다. 2.28 봉기에 대한 평가는 아직까지도 대만에서 매우 정치적인 화두이며, 민주진보당은 객가어를 후원하고 국민당과 민주당 간의 정치투쟁을 민주화 운동의 연속이라고 주장하는 등 문화적 민족주의와 민주화 서사에 의존하고 있다. 동시에 민주진보당은 과거 용공분자라는 미명 하에 거센 탄압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대만 내셔널리즘에 반대하는 국민당 세력을 역으로 용공 분자라고 비판하는 방식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기에 대만 사회의 반공주의는 민주화 이후 한 층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 대만 총통선거와 라이칭더 당선의 맥락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
대만 주류정치에서의 정치적 스펙트럼은 크게 친중, 화독, 대독으로 나뉜다. 친중은 일국양제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른 점진적인 양안통일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으로 외성인들의 지지를 받는데, 대체로 국민당 내의 강경파 인사들이 친중파에 속한다. 화독은 중화민국 독립의 약자로, 현 체제를 유지하는 한에서 완전한 독립을 추구하자는 주장부터 현상을 유지하자는 주장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다. 국민당과 민주진보당의 온건파들이 화독파에 속하나, 화독파로 분류되는 차이잉원 전 총통도 대중 강경노선을 밀어붙인 만큼 화독파는 대중국 정책 자체보다는 대만 내셔널리즘에 대한 태도에 의해 분류된다고 보는 것이 옳다. 화독파들은 대체로 대만이 이미 독립 국가이기에 굳이 독립선언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수사를 사용한다.[4]

대독은 대만독립의 약자로, 중화민국 체제의 폐절과 개헌을 통한 대만공화국 수립, 일국양제 원칙의 완전한 폐기를 골자로 한다. 민주진보당 내의 강경파들이 대독파로 분류된다. 이번 총통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 중 국민당의 허우유이는 화독파로,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는 대독파로 분류되며, 대만민중당의 커윈저는 대만독립과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에 대한 서로 모순되는 발언을 하는 등 친중파와 대독파를 오간다는 평가를 받는다.[5]

이번 대만총통 선거에서 눈 여겨봐야 할 요소는 크게 네가지가 있는데, 그 중 첫째는 TSMC 문제가 정계의 화두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민주진보당 정권의 TSMC 공장 일본 및 미국 이전 정책에 대해 허우유이는 민주진보당이 TSMC를 껍데기만 남겨두고 해외에 상납했다며 맹공을 가했고, 반대로 라이칭더는 TSMC의 해외 ‘진출’이 대만의 경제력 확대를 의미한다고 반박했다.[6] 둘째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문제가 노골적으로 거론되었다는 것이다. 허우유이는 “대만 독립은 전쟁을 불러오는 주장”이라고 발언하는 등 민주진보당 정권이 안보적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는 구호를 선거 내내 전면화 했고, 라이칭더 또한 “중국이 편애하는 인사가 나의 라이벌. 대만이 다시 중국에 붙으면 우위를 잃게 된다.”라며 전쟁-평화 프레임, 친중-반중 프레임을 굳혔다.

셋째는 기존의 국민당-민주진보당 양강 체제가 위협 받았다는 것이다. 대중유화와 평화유지를 주장한 허우유이, 대중강경과 독립강행을 주장한 라이칭더는 모두 외교국방정책을 전면화 하며 양안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러한 담론은 모두 대만 사회 내에 산적한 타 문제들을 포섭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대중들을 동원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반면 제3당 인사로 출마한 커윈저는 양안문제에 있어서는 양안통일론과 대만독립론을 오가며 실용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경제와 생활의제들에 집중하며 젊은층의 지지를 얻었다. 커윈저가 득표한 26.3%의 표는 국민당과 민주진보당 양쪽에 대한 청년 대중의 피로감을 반영하고 있다. 대만은 현재 대중갈등으로 인한 수출부진과 장기적 저임금, 취업난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데, 청년층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러한 문제들에 무관심했던 국민당과 민주진보당에 대한 반감도 커윈저의 부상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7]

넷째는 세 후보들이 모두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 확대에는 원론적인 찬성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이는 대만의 경제침체와 저임금, 주거난 등의 요인으로 인해 라이칭더마저 대중교역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에는 국민적 압박이 너무나 강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라이칭더는 민주진보당 정권의 전쟁리스크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라이칭더의 대중 경제교류 확대에 대한 전향적인 발언을 통해 대중들을 일정하게 안심시키는데 성공했고, 총통 선거 기간 도중의 양안분쟁에 따라 지지층이 결집되었다. 반면 평화 및 현상유지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전통적 보수주의 집단인 국민당과 민생의제에 집중한 대중주의자 커윈저 사이에서 표가 갈림에 따라 라이칭더가 약 40% 가량의 득표를 받아 신임 총통으로 당선되었다. 허나, 총통선거와 함께 치루어진 입법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제1당을 차지했으며, 입법원장 투표에서는 커윈저 및 대만민중당의 국민당 지지를 바탕으로 국민당 내 강경파인 한궈위가 당선되는 등 라이칭더는 의회를 장악하지 못한 채로 임기를 시작하게 되었다.[8] 라이칭더는 강경한 대만독립파로 분류되는 인사이지만 과연 그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공약대로 차이잉원 총통 임기 때보다 한 층 강한 반중정책을 실행에 옮길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4. 반도체 문제와 양안관계
헝다 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중국은 장기적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임금 수준이 일정하게 오르고 나자 외자는 해외로 유출되고 있으며, 헝다 도산 사태와 코로나를 거치며 투자 및 소비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중국 정부 또한 국유기업을 통폐합하며 전면적인 경제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사양산업이 전반적으로 청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유일하게 투자를 집중하며 경제의 사활을 걸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 산업 뿐이다. 2019년에서 2022년까지 중국 정부의 R&D 예산은 약 1.5배 증가했으며 중국 정부는 IT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고도화를 이뤄내는 것을 주된 경제노선으로 삼고 있다.[9] 미국 측은 중국 경제의 대외영향력 팽창과 기술고도화를 우려해 디리스킹과 디커플링의 이름 하에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공급망 배제 정책 및 반도체 수출입 금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기술접근거부 조치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상당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현재 중국은 신형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구형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10] 그럼에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구형 반도체 부문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여전히 서구 빅테크들에 비해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11] 결국 신형 반도체를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중국은 IT산업에 요구되는 상당수의 반도체를 그나마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대만의 TSMC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 또한 TSMC와의 교역을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12]

  이를 인지하고 있는 미국은 지속해서 대만 측에 TSMC의 해외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차이잉원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한 상황이며, 라이칭더 또한 TSMC 공장의 해외이전에 매우 긍정적인 입장이다. 실제로 올해초 TSMC는 기존에 준공에 착수된 애리조나 공장에 이어, 일본에도 기존 생산시설을 추가 이전하기로 결정했다.[13] TSMC의 핵심 시설이 일본과 미국 등 서구권 국가로 이전된다면 중국은 해당 국가들의 대중 반도체 제재조치로 인해 TSMC로부터의 반도체 수입로마저 막히게 되기에, 실질적으로 IT산업이 붕괴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중국 경제의 파멸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들어 대만 수복전을 진지하게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맥락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 또한 중국이 TSMC 해외이전을 막고 공장시설을 차지하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에 미국 정계 일각에서는 중국과 대만 간의 전쟁이 발발할 시, TSMC 공장을 미 공군이 대대적으로 폭격해서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14]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세스 몰튼에 의해 제기된 TSMC 파괴론은 대만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결국 당시 대만 국방장관은 만약 중국이 침공하더라도 대만군은 미국의 TSMC 폭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민들 앞에서 해명해야만 했다.[15] 이렇듯 미국은 중국의 대만침공을 미리 대비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본래는 미승인국인 대만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던 군사원조도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16]

현재로서는 라이칭더 또한 TSMC 시설의 해외이전은 비핵심 생산공정에서만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민주진보당을 정치적으로 후원하고 있는 미국이 핵심공정의 이전을 강하게 압박해올 시에는 친미일변도의 라이칭더 정권은 결국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라이칭더가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만큼 현상유지 하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중국으로서도 굳이 전쟁을 일으킬 동기가 없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미국이 중국 IT산업 파괴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니고 민주진보당 정권에 TSMC 핵심공정 이전을 요구하고, 이러한 요구가 현실화 된다면 양안전쟁은 불가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즉, 양안갈등에 있어서 주된 변수이자 모순의 주된 측면은 중국도, 대만도 아닌 미국이라고 볼 수 있다.


5. 양안전쟁과 동아시아 정세


중국 인민해방군과 중화민국(대만)의 국군

앞서 서술했듯이 양안전쟁의 발발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전략이 얼마나 강경화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렇다면, 양안전쟁이 발발할 경우 그 판세는 어떻게 될까? 미국은 중국의 해상진출을 막기 위한 안전망으로 이미 쿼드를 구성해놓았다. 쿼드는 인도-일본-호주-미국 간의 4자 안보체제로, 본래는 외교회담에 가까웠으나 미중갈등이 첨예화 됨에 따라 반중 군사동맹의 성격을 띄게 되었다. 쿼드는 작년 8월 경 공개적으로 남태평양에서 해군 합동훈련을 진행하는 등, 중국의 해상진출을 군사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이고 있다.[17] 윤석열 정부는 발족 이후 쿼드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만약 남한이 쿼드에 가입하게 될 시 남한 또한 양안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18]

중국의 해군 전력은 미국에 비해 열세이며, 그 중 상륙 역량은 더욱 적어 한 번에 상륙시킬 수 있는 최대 병력은 이만명 가량에 불과하다. 양안전쟁에 돌입할 시 중국은 잠재적 적국인 쿼드와 미국의 해군전력을 상대할 수 없으므로, 개전과 동시에 비대칭 전력으로 대만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적국들의 해군기지들을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이 단계에서, 남한을 비롯해 미군항이 존재하는 동아시아 각국의 민중들은 막대한 피해를 겪게 될 것이다.

이후 중국군은 미국과 쿼드의 해군이 마비된 사이에 속전속결로 대만 점령을 시도할 수 밖에 없다. 중국군의 역부족한 상륙역량 상 과연 그 새에 대만 전역의 점령이 가능할지는 확언할 수 없으나, 대만의 자체적 저항 역량 상의 변수도 존재하기에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속단할 수도 없다. 2019년 당시의 조사에 따르면 양안전쟁 시 저항의지가 있다고 밝힌 대만인은 전체 응답자 중 단 23.3%에 불과했으며[19] 2022년과 2023년에는 중국 측에 충성을 서약한 대만군 장교가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대만군 자체의 충성심도 의심되는 상황이다.[20]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에 있어서, 비대칭전력 사용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전면침공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이러한 주장은 대체로 중국이 군사행동 시 해로를 통한 대만봉쇄를 택할 것이라는 예측으로 이어진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S)에 따르면 미국 전문가의 68%가 올해 대면해협에서 위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이들은 대체로 중국의 군사행동은 대만봉쇄의 형태를 띌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만이 미군의 개입없이 봉쇄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1개월에서 3개월 가량 밖에 되지 않기에 해상봉쇄는 그 자체로 대만에 대한 주요한 협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21]

허나, 중국이 해상봉쇄 수준의 비교적 낮은 수준의 군사행동을 취하더라도 전세계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TSMC의 해외 수출로가 차단되는 것은 미국 경제에 있어 매우 치명적인 결과를 산출할 것이기에 결국은 미 해군이 봉쇄해제를 위해 개입하여 미중 간의 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비록 국지적인 해상전으로 시작되더라도 양 열강 간의 전쟁이 파멸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없다. 미국과 쿼드가 개입한다면 앞서 서술했듯이 해상 전력이 매우 열세인 중국 측에서는 비대칭전력의 사용을 감행하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양안전쟁은 동아시아의 공멸, 더 나아가 세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6. 남한 좌익과 국제 좌익의 임무
양안 간의 전쟁이 현실화 될 것인지는 딱 잘라놓고 단언할 수 없다. 허나 미국의 경제상황이 악화될수록 미국 측은 TSMC의 일본 및 자국으로의 이전을 라이칭더 정권에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고, 라이칭더 정권은 미국의 압박에 굴할 것이 분명하다. 만약 라이칭더가 TSMC의 핵심공정을 모두 미일로 이전하게 된다면 사실상 양안전쟁의 발발은 필연적이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삼각동맹 체계 확립과 쿼드 가입 추진을 외교정책의 주된 골자로 삼고 있다. 이를 좌절시켜 미제국주의가 남한을 패권수호의 장기말로 삼는 일을 막는 것이 남한 좌익의 당면한 과업이며, 더 나아가 미군 철수와 중립화를 통해 남한의 양안전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 현 정세에서의 최종적 과업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양안전쟁 개입이 남한 민중에게 파멸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TSMC와 삼성반도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은 지속적으로 위성국의 경제적 기반을 강탈하여 국민적 부를 파괴할 것이라는 사실을 우선적으로 대중에게 선전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 정부의 디커플링, 디리스킹 정책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무비판적 추종이 남한 경제에 끼치고 있는 악영향을 폭로하여 미국 정부의 정책이 남한 대중의 민생문제와 적대적 대립 관계 하에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대만 좌익들은 커윈저가 파고든 시급한 민생문제들을 중심으로 대중을 반전투쟁과 생존권투쟁의 장으로 동원해야 한다. 라이칭더 정권의 친미반중 정책은 대만 민중의 주권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파괴하고 있음을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이미 대만 내에는 전시에 미국이 대만을 버릴 것이라는 소위 미국회의론이 퍼져나가고 있으며[22], 대만의 청년대중은 우익양당의 담론에 큰 반감을 지니고 있으나, 이들을 지도할 주체세력이 없기에 청년대중은 자유주의와 실용주의의 가면을 쓴 또다른 우익 정치인인 커윈저에게 흡수되었다. 커윈저의 정치기획이 총통선거 낙선으로 인해 형해화의 위기에 처한 지금, 대만 좌익들은 청년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 저임금 문제, 주거 문제를 중점적으로 전면화 하고, TSMC 해외이전과 취업난을 연결지어 친미정책의 반민중성을 폭로하며, 배타적인 대만 내셔널리즘에 맞서 여러 민족정체성들이 어울려 사는, 양안체제의 일부인 동시에 광범위한 자율권을 지니고 있는 새로운 국가의 상相을 그려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쟁반대와 기층대중 및 노동자민중을 대변하는 정치세력을 청년층에 기반하여 건설해야 한다.

중국과 대만의 전면전이 발생할 시 참전할 가능성이 높은 미국, 인도, 일본, 호주 등의 쿼드 가입국들은 대만 정권의 극우 호전광적인 노선을 비호하고 있는 자국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한 편, 양안전쟁 개입반대를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특히 인도 좌익세력은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국지전을 일으키며 사회의 군국주의화를 추동하고 있는 힌두파시스트 모디 정권에 맞서 평화외교의 관철을 위한 정치투쟁을 벌이는 한 편 낙살라이트로 대표되는 반봉건혁명의 주체세력과 통일전선을 형성해 반정부 무장투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국제좌익은 신흥제국주의 중국의 대외팽창적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양안문제의 핵심이자 모순의 주된 측면으로서 미제국주의가 실존하고 있는 현실을 올바르게 인지하고, 미제국주의의 대만정책에 맞선 세계적인 반제반전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중국의 대만수복 자체를 지지하는 오류, 양안분쟁에 있어서 대만 내셔널리즘에 근거한 친미독립파를 지지하는 오류, 미중대립에 있어서 미제국주의의 주도성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양비론에 빠지는 오류는 모두 지양되어야 한다. 만약 양안전쟁이 일어난다면 그 본질적 원인은 미제국주의에 있다는 사실을 확고히 인지하고, 반전평화투쟁의 주된 타격 대상이 미제국주의여야 한다는 원칙 하에 중국과 대만이 평화공존 할 수 있는 정세를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양안전쟁을 막지 못한다면 동아시아 민중과 세계인류는 여태껏 겪어본 적 없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고 말 것이다. 양안전쟁을 막는 것은 남한과 전세계 좌익의 역사적 과업이며, 양안전쟁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제국주의에 맞선 반전평화투쟁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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