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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판판야(panpanya)- 슈퍼하우스의 최후, 달력의 기억

노무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01 0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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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기억



최근 몇 년 동안 매년 사던 달력이 있는데, 

예년처럼 같은 물건이 들어오는 가게에 갈 기회가 생겨서 가봤더니 팔지 않았다. 

올해는 아예 취급하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다 팔린 건지는 모르겠지만, 

팔았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같은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큰 종이라서 물건 자체 단가에 비해 배송비가 많이 붙는다. 

어쩌면 좋을까. 

스마트폰나 컴퓨터로 날짜를 확인할 수 있고, 

금액을 12로 나누어 계산되는 달력 월간 가격만큼 가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보니 

점점 필요 없는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하지만 매년 붙여놓은 벽이 텅 비는 것도 조금은 쓸쓸하다.


그러는 사이에 해가 바뀌어 버릴 것 같다. 우선 새해 초는 달력 없이 보내게 될 듯하다.




달력하니까 생각난 건데,

아마 1993년부터 95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집에 붙어있던 달력에 관한 것이다.


어딘가 은행에서 받아온 포스터 같은 커다란 종이 한 장이었고, 

하늘색을 기본으로 스누피인지 뭔지 그림이 그려져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거기에 꽤나 먼 날짜까지 적혀 있었다.


내년, 내후년, 심지어 2000년까지 실려 있었다. 

1990년대에서 본 2000년이라는 숫자는 천의 자릿수가 바뀌는 연호가 정말로 올까 싶어서, 

왠지 거짓말 같은 숫자처럼 느껴졌지만, 확실하게 그날이 올 거라는 것을 달력에서 알 수 있었다.



그런 기억이 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과연 그렇게 몇 년치의 날짜를 늘어놓은 달력이 실존하는 물건일까 싶다.


기억 속 포스터는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큰 판형도 아니었던 것 같고, 

그런 빽빽한 레이아웃에 숫자로 가득 찬 스누피 달력을 은행에서 줬을까? 

머릿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달력의 모습은, 아무리 떠올려봐도 기껏해야 

1~2년 치 날짜가 나열된 정도의 밀도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달력은 다른 곳에서 본 적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기 시작하니, 왠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기억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 오래된 기억이라 꿈과 혼동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진실이 밝혀지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기억이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 같은 기억은 언제 잊혀서, 

두 번 다시 떠올리는 일이 없어져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 

모처럼이니 오늘 글로 남겨두자.


12/29/2024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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