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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한국 웹툰이 망해가고 있는 이유.txt

ㅇㅇ(121.165) 2024.12.26 07:05:11
조회 87 추천 1 댓글 1

컨텐츠 시장은 매우 잔혹한 경쟁시장임


안 팔리면(상품성이 없으면) 거기에 들어간 노력이나 자원이 어떻든간에 그 컨텐츠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음.


컨텐츠의 가치에 있어 중요한 것은 오직 시장의 평가 뿐임.




쉽게 말해, 집에서 키우는 애완동물만 찍어도 몇백만 조회수가 나오고


기껏 돈 들이고 장비 사서 기획영상을 찍어도 몇백따리 조회수가 나오는 유튜브 시장을 생각하면 편함.




그림, 특히 만화라는 컨텐츠는 그런 컨텐츠 장르 중에서도 유독 크리에이터 개인의 능력치와 노력을 크게 요구하는 장르임.


기본적인 그림 실력을 쌓는데 몇 년이 걸리고, 연재라는 특성 상 대부분의 작품들에 평균노동시간 이상으로 많은 시간이 갈려나감.




문제는 이런 만화라는 장르의 특성이 한국의 웹툰연재 시스템과 맞물릴 때 안좋은 시너지를 내버린다는 거임.






-> 1. 경쟁이 아닌 간택




제작 단계에서부터 플랫폼/에이전시/PD의 입맛에 맞게 선별되는 소위 '간택' 시스템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게 만듦.




예를 들어 유튜브는 경쟁이 매우 투명하고 공정한 편에 속함.


구독과 조회수 이외에 그 어떤 조건도 요구되지 않기 때문임.




웹소설도 기본적으로는 책 1권 분량을 무료연재로 풀면서 조회수를 끌어모아야 계약을 하고 유료전환을 할 수 있음.




그럼 간택 시스템이 문젠가?


그건 아님.




'누군가에 의해 선별되는' 간택 시스템을 가장 효율적으로 갈고닦은 게 바로 일본의 만화시장이거든.


그쪽은 업계의 오랜 노력과 긴 편집자 육성을 통해 간택 시스템으로 뽑히는 작품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성함.


(물론 요즘은 빠른 트렌드 변화 때문에 좀 갈피를 못잡고 있긴 함)




당장 웹소설 쪽만 봐도 조회수가 별로거나 이제 고작 몇 편 연재해서 독자가 없는 작품 인데 PD쪽에서 먼저 연락해서 계약을 맺고 좋은 성과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음.


흔히 여기 지망생들이 선망하는 상황이고, 일본에선 종종 일어나는 '당장 반응은 별로 안 좋아도 작품성을 보고 과감하게 계약을 맺는' 상황이 실제로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거임.


(물론 웹소설은 따로 투자가 필요한 장르가 아니라 에이전시의 리스크가 별로 없다는 건 감안해야함.)




같은 한국인데 얘들은 되고 웹툰업계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이건 순수하게 PD쪽의 능력 문제임.


웹소 PD들도 하는 거 없다고 욕을 많이 먹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쪽은 만화를 안 보는 웹툰 PD들과 다르게 다양한 웹소들을 꾸준히 읽거든.


쉽게 말해, 웹툰PD는 보는 눈이 없고 웹소PD는 보는 눈이 있음.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간택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간택을 하는 주체인 PD의 안목이 뛰어나야 함.


그런데 웹툰은 그게 안 되니까 이 꼬라지가 난 거고.






-> 2. 작가를 월급쟁이로 만드는 MG




원래 MG는 작품이 본격적으로 포텐을 터트리기 전에 작가의 생활(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주는 거였음.


만화는 연재물이고, 같은 연재물인 웹소설과 다르게 연재의 텀이 훨씬 길어서 작품을 존비하는 기간과 어느정도 분량이 쌓이고 포텐이 터지는 기간이 무척 길어서 작가들이 최소 몇달에 길면 년단위로 수익 없이 일해야 하니까.


그래서 플랫폼과 에이전시가 '나중에 작품이 포텐을 터트리면 회수하고도 남으니 미리 투자를 좀 해두겠다.' 의 개념으로 선인세와 MG를 주기 시작한 게 본래의 취지였지.




문제는 이 MG가 점차 투자가 아닌 월급의 개념으로 변질되었다는 거임.




에이전시는 어떻게든 MG를 회수하기 위해 성적이 계속 좋지 않고 지표가 계속 꼬라박아도 장기연재를 시킴.


일단 계속 연재를 하면 어떻게든 MG는 깔 수 있거든.




플랫폼 측도 일단 보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에 작품 항목 하나만 추가하면 그만이니 작품이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연금식 장기연재를 긍정적으로 봤으면 봤지 부정적으로 보진 않음.


장기적으로 보면 연금식 장기연재가 업계의 악화를 가져오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수익(특히 매출)을 안겨주거든.




일본 출판만화업계는 업계의 근본이 지면이 한정적인 종이잡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질적 정예화를 추구할수밖에 없었지만,


공간의 제한이 없는 한국 웹툰업계는 좀더 쉽고 빠르게 체급을 키울 수 있는 양적 증대를 선택함.




문제는 이런 연금식 장기연재를 권장하는 웹툰 생태계의 시스템이 무료공개가 기본인 소비방식, 그리고 앞서 말했던 경쟁보다 간택 위주의 시장의 형태와 나쁜 쪽으로 시너지를 일으키게 됨.




"일단 플랫폼 입성만 하면 성적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돈은 들어온다."




이 마약과도 같은 도피적 마인드가 작가를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아닌 공장의 월급쟁이로 만들어버림.




쉽게 말해, 작가가 독자를 신경쓰지 않게 되는 거임.


왜? 어차피 자길 작가로 만들어주고 돈을 주는 건 에이전시와 플랫폼, 그리고 그 아래의 PD들이니까.


독자의 반응을 신경쓰는 건 뒷전이 되어버리는거임.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과거 레진 사태 때 자신들에게 돈을 주는 게 독자라는 걸 망각했던 몇몇 웹툰작가들의 마인드도 이런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봄.




이런 작가들의 인식과 함께 요일랭킹 상위권에 알박기를 하고 연금을 타가는 작품들이 독자의 유입을 대부분 독식해가는 상황은 새로운 작품이 등장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해버림.


당장 공과금 낼 돈도 없는데 자기 스타일 고수하겠다는 사람은 극소수고, 애초에 PD들 선에서 걸러지거든.




그 뒤로는 고인 물이 썩어가기 시작하고, 규모는 여전히 팽창하지만 독자든 작가든 불만이 쌓이기 시작함.




독자는 떠나면 그만임.


당장 옆동네에 상위호환이라 할 수 있는 일본만화업계가 있고, 굳이 거기까지 안가도 숏츠나 릴스 등 즐길거리는 넘쳐나니까.




하지만 작가는 떠날 수 없음.


언어와 문화의 장벽 때문에 해외로 가는 건 쉽지 않고, 당장 밥벌이도 급하고, 일단 스튜디오 들어가서 월급쟁이로 살면 돈은 벌리니까.


(전문인력인 프로 어시로 전직하는 케이스는 논외임)




지금 만지갤처럼 업계에 대한 불만이 계속 쌓이고 쌓이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런 기형적인 생태계 때문임.






-> 3. 그래서 결론이 뭐냐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원래 컨텐츠 시장은 재능 없는 이들은 빠르게 도태되어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정상임.


노력을 얼마나 했든간에, 계속 들이받아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빠르게 손절치고 나가서 다른 직업을 알아봐야 함.




설령 기성이라도 마찬가지임.


어떻게든 기성 타이틀은 달았어도, 더이상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함.


실제로 웹소설 쪽에는 그런 식으로 1~2작품 정도 냈다가 결국 작가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매우 많음.


(당장 웹소설은 기성작가들이 월 순이익이 천만원 이상 나와도 전업작가의 길을 가지 말고 웬만하면 부업으로 하라고 하는 시장임)




하지만 앞에서 길게 언급한 한국 웹툰업계의 기형적인 생태계는 작가 혹은 작가 지망생으로 하여금 저런 판단을 할 수 없도록 이성을 마비시킴.




왜?


'저런 수준으로도 요일연재를 뚫네'


'저래도 연금처럼 돈을 버네'


'저렇게 한물 간 실력으로도 계속 업계에 붙어있을 수 있네'


'......그럼 일단 기성 타이틀만 달면 된다는 거네?'


와 같은 마인드를 갖게 되기 때문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으면 다른 길을 알아봐야 함.


근데 경쟁이 없는 시장에선 그 판단을 할 수가 없음.




그러면 결국 가망성이 거의 없는 일에 계속해서 시간과 자원을 쏟아넣고, 매몰비용 때문에 손절도 못 치면서 계속 만화를 그리게 되는거임.




웹툰 지망생들이 유독 다른 컨텐츠 지망생들에 비해 악에 받치고 독기가 심한 이유가 바로 이거 때문임.


요구되는 노력치는 훨씬 높은데, 빠르게 손절할 타이밍이 나오지 않아서 희망고문만 당하니까.






-> 4. 그럼 대책이 뭐냐




현재 상황을 극적으로 타개할 대책은 없음.


적어도 작가 레벨에서는.




이건 전적으로 플랫폼이 현재 웹툰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손실을 감수한 과감한 시스템 개혁이 아니면 개선할 수 없음.




쉽게 말해, 불가능한 소리라는 뜻임.




종합 IT기업인 1티어 웹툰 플랫폼들의 입장에선 웹툰은 열심히 해보다가 정 투자 대비 수익이 안 나온다 싶으면 대충 접거나 매각하면 그만이니까.


(레진은 스스로 목을 매달았고)


뭐 당장은 플랫폼 수수료 장사와 드라마나 영화처럼 간간히 터지는 2차저작물이 있으니 그런 아마겟돈이 올 일은 없긴 하겠지만...




굳이, 굳이 현 상황에 큰 변화를 줄 만한 대책을 찾는다면,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정도가 있음.




문제는 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거의 없지만, 정작 만들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이 웹툰이라는 시장, 만화라는 시장, 나아가 컨텐츠 업계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거임.




만화는 기본적으로 순수하게 수익을 내는 것이 무척 힘든 장르임.


웹툰의 영향으로 근본에서부터 '만화는 무료로 소비한다'라는 개념이 박힌 한국에서는 더더욱 그렇고.




당장 세계 시장을 공략할 정도의 만화 사업이 유지되는 곳이 일본 / 미국 / 프랑스 / 한국 정도인데, 사실상 만화 그 자체가 주축이 되어서 산업을 견인하는 건 전통의 강자인 일본 정도고 나머지는 다 나사가 하나씩 빠져있음.


프랑스는 사실상 유럽권 중심으로 놀고, 미국은 매니아층 위주만 공략하고 영화기반 IP소스로 노선을 잡았으며,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과 코로나 여파로 급격히 체급을 키웠지만 내실이 부실함.




일본도 오랫동안 산업을 성장시키며 환경과 인프라, 문화적 인식 등이 갖춰져서 가능했던 거고, 종이잡지가 반쯤 유명무실화 된 지금은 다양하게 다른 수익구조를 도전하는 중임.




근데 이런 상황에서 만화와 컨텐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독자도, 작가도 만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진 플랫폼이 툭 튀어나온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임.




이런 걸 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플랫폼을 만드는 이가 장사꾼(사업가)이자 창작자(작가)이자 소비자(독자)의 기질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함.


(그리고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개발자적 기질도)




근데 이런 능력치를 가진 사람이 이 업계에 관심을 가지고 불확실한 사업에 도전을 한다는 건..... 솔직히 너무 형편 좋은 소리 아닐까 싶음.


위에 말한 것처럼 현재 플랫폼들이 대오각성을 해서 대대적인 개혁을 한다는 시나리오보다는 그나마 가망이 있긴 하다만.




그나마 여기에 유일하게 근접했던 게 레진코믹스 정도인데.... 얘들은 지들이 자기 손으로 자기 목을 매달아버리고 말았으니 참 아쉬울 따름임.




그래도 일단 희망을 건다면 나는 새 플랫폼의 등장에 희망을 걸고 싶음.


이미 레진코믹스라는 전례가 있기도 하고, 뭐가 됐든 현재 한국 만화판에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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