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

바둑은 흔히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현재 중국이 차지하는 지역에서 기원했다. 이는 한족의 문화로만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이해하려면 역사적으로 요나라를 살펴봐야 한다. 요나라는 몽골계 왕조로, 한족과는 거리가 먼 국가였다.

바둑은 두뇌 개발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흑과 백이 번갈아 두는 방식은 태극기의 원리에서 영감을 받았고, 교대로 두는 특징은 인도의 차투랑가(고대 보드게임)에서 유래했다.
즉, 석가모니 제자들의 수행 방식이 차투랑가로 연결되고, 노자와 공자의 가르침이 바둑과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바둑의 상징이 태극기와 팔괘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바둑은 요나라 황실에서 시작해 이후 도사, 도가 인물들, 무당산의 무당파 등 수행자들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는 속세로 퍼져 고전문화의 하나로 정착했다.
특히 바둑은 상대방의 체면을 고려하며 눈치를 보고, 정서적 교감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었다. 따라서 당시 바둑은 스포츠라기보다는 도와 예를 닦는 수단으로 활용되었으며, 양반이나 선비들이 웃으며 정을 나누는 문화적 활동이었다.

2. 한국에서의 바둑

바둑은 한반도로 전래되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는 바둑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워 대중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주로 스님이나 법사들만 바둑을 즐겼다. 한반도의 문화는 감각적이고 활동적인 놀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씨름, 발차기, 노래, 춤 같은 놀이를 선호했으며, 바둑처럼 정신적으로 고된 활동은 기피했다.

조선 시대에도 양반들조차 바둑보다는 장기를 선호했는데, 이는 장기가 바둑보다 단순하고 접근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손님이 오면 장기를 두며 도와 예를 나누었고, 때로는 맛집 탐방이나 다른 오락 활동이 더 인기를 끌었다.

3. 고려와 조선의 바둑

고려 시대에는 일본 천황에게 고급 바둑판과 돌을 선물하며 일본에 바둑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은 헤이안 시대였고, 바둑은 그들에게 신선한 문화였다.
애니메이션 고스트 바둑왕에 등장하는 후지와라노 사이라는 인물은 실제 역사 속 인물과는 무관하다. 후지와라 가문은 일본 황실과 관련된 가문이지만, 바둑보다는 쇼기에 몰두했던 인물이었다.

일본에서 바둑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된 시기는 센고쿠 시대였다. 초기에는 왕족과 승려 중심으로 즐겼으나, 이후 농민과 사무라이까지 대중적으로 바둑을 즐기게 되었다.
조선에서는 천민이 바둑을 배울 기회조차 없었고, 주로 양반이나 지식층만이 이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바둑이 대중화되면서 최초의 바둑 대회가 열렸다. 우수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국가에서 관리하며 바둑가문으로 지정하고, 이들을 공무원처럼 대우했다.
그러나 바둑 기사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다툼과 경쟁이 심했으며, 도발과 비난이 난무했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많은 기사가 정신적으로 지쳐 바둑계를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

4. 근대 이후 한국과 일본의 바둑

현대 바둑의 체계와 용어, 시스템 등은 대부분 일본에서 정립되었다. 전통 바둑은 화점(점 부분)에 돌을 미리 배치하고 시작했으나, 일본에서는 이를 생략한 방식으로 바둑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일제강점기 때 한국으로 유입되었고, 한국 바둑계는 일본식 체계를 바탕으로 발전했다.

1930년대 일본은 바둑 최강국으로, 중국인과 한국인들도 일본으로 유학하며 바둑을 배웠다. 당시 일본 바둑계는 혼인보 문화, 명인 제도, 십단전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은 일본 바둑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자국화하면서 일본 바둑계와의 갈등이 생겼다.

한국 바둑은 이후 독자적으로 성장하며 박정환 9단 같은 기사가 일본에서 대회 상금을 획득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는 일본 바둑계 입장에서는 경제적 손실로 여겨지며 불만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바둑의 역사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문화, 철학, 정치의 흐름을 담고 있는 흥미로운 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