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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백수 인생썰.. 에어컨 못 트는 이유. txt

만갤러(210.117) 2024.12.19 01:02:21
조회 161 추천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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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살 버러지 백수다.

백수 기간은 무려 3년을 넘어 4년 차가 됐다.


집은 거지다.

비 올 때마다 곰팡이가 생기는 30년된 구축 빌라는

7급 공무원 누나의 돈으로 샀다.


누난 결혼해서 분가한지 오래다.


지금 난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고,

생활비의 대부분은 누나와 매형이 엄마한테 주는 용돈으로 충당한다.


나도 쥐꼬리만한 생활비를 드리긴 한다.

전에 일해서 모은 돈이 다행이도 아직 남아있다.


우리집은 어릴적부터 가난했다.

찢어지게 가난했다.


학창시절 유일한 외식 기억은

졸업 날 엄마 누나와 함께 집앞 중국집에서 먹은 짜장면과 군만두가 전부다.

그때마져도 엄마는 배부르다며 짜장면을 시키지 않으셨다.


엄만 열심히 사셨다.

공장에 나가고 집에선 막대사탕을 포장하는 부업까지 하셨다.


그럼에도 빠듯한 수입에 우린 항상 부족하게 살아야 했다.


그래서 누나가 공무원을 생각했나보다.

누난 고등학교 졸업 후 주야2교대 공장을 다니며 짬나는 시간을 쪼개 공무원 준비를 했고,

결국 3년만에 7급 공무원에 합격했다.


군대에서 누나의 합격소식을 들었다.

좋았다. 누나가 어떻게 공부했는지 알기에 짠하면서도 기뻤다.

한편으론 안심이 됐다.

내가 해야할 일, 그러니까 잘 살진 못하더라도 집안을 어느정도 일으켜세워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해방된 기분이었다.


전역 후, 알바를 하며 대학 등록금을 모았고

서울 4년제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까지 누나의 도움도 컸다.


누난 공무원,

난 대기업에 들어가면 그래도 남들과 비슷하게는 살 수 있을거란 희망이 생겼다.


그런데,

졸업 후, 취업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어쩔수 없이 중소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때 나이 28.


당시 200초반의 월급을 받으며

알뜰살뜰 모았다.


중간에 누나가 결혼한다는 얘기를 했을때,

솔직히 달갑진 않았다.


누나덕에 집도 사고 나름 삶이 윤택해졌다.

누나가 우리집의 가장이나 마찬가지.

누나가 다른 집안 사람이 되면 지원이 끊길게 분명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쓰레기 같은 생각이었다.


아무튼,

난 나대로 열심히 살았다.

이직을 하며 연봉도 사천대까지 올렸다.

차곡차곡 커져가는 통장잔고를 볼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서른 다섯에 터졌다.

회사가 망하면서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됐고,

좀만 쉬고 다시 일하자 생각한것이

어쩌다보니 4년차가 됐다.


물론, 마냥 쉰건 아니다.

1년 정도 지난 뒤,

경력 살려 이력서를 넣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았다.


조급해졌다.

근데 연락 오는 곳이 없었다.


2년 차가 되니 자포자기해지더라.

어린 나이가 아니고 공백기가 길어지니까 더 취업이 힘들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든 것이다.


특별히 쓰는 돈이 없는데도,

통장잔고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것이 보이고,


안되겠다 싶어 노가다를 시작했다.

일급 15만원. 주 6일.


쏠쏠했다.

몸은 고됐지만, 머리를 안 써도 되고, 통장에 꽂히는 돈도 사무직으로 일할때보다 많았다.

차라리 이쪽으로 자리를 잡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게 됐다.

까딱 잘못했으면

철근에 몸이 관통당할뻔한 그런 사고였다.


손가락 팔목 골절로 몇 달간 고생하긴 했지만,

다행히 천운으로 죽음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뼈가 붙은 뒤에 일을 못나겠더라.

자꾸 사고 당시에 기억이 떠올라 무섭고 두려웠다.


그렇게 다시 식물인간이 되어 덥고 곰팡이 냄새 나는 작은 골방에서 하는 것 없이 숨 쉬며 살고 있다.

디씨질도 영화도 유튜브도 그 어느 것도 즐겁지 않고 재미가 없다.

순전히 생존욕구만 남은, 먹고 자고 싸는 짐승처럼 살고 있다.


우리집은 과거에도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다.

우리집에선 단 한번도 에어컨을 켠 적이 없다.

아, 엄밀히 따지면 나 없을때, 그러니까 매형이 에어컨을 설치해준 날,

그날은 잠깐 틀었다고 하더라.


근데 그 이후로 에어컨은 그저 벽에 달려있는 장식품에 불과하다.


더워서 푹푹 찌는데도,

선풍기를 틀면 뜨거운 바람만 흘러나오는데도,

온몸에 땀띠가 돋아나고, 내장이 익어가는 느낌이 드는데도,


물질적 가난에서 기인한 마음의 가난은 엄마와 내가 에어컨을 켤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든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모르겠다.

가난을 탈출하겠다는 희망은 없다.

그저 엄마 안 굶기고, 나 안굶고 살면 그만이다.


통장 잔고가 계속해서 줄어든다.

겨우겨우 의지를 자극해 이력서를 다시 넣고는 있는데,

나이가 있고 공백기도 길어 취업하기는 힘들 것 같다.

공장도 몇군데 넣어 봤는데 연락이 안 오더라.


정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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