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다.

매사에 진지하지 못하고 자기 의사를 강하게 주장하거나 내비치지 않는 소극적인 주인공이

주변에 감화되면서 점차 열정을 가지고 변화한다는 성장형 왕도물의 성격.

이런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이 초반 빌드업 구간이 길 수록 떨어져 나가는 사람도 집중하며 즐기는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나는 후자 쪽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쿄토애니메이션의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좀처럼 손이 가게 하지 않았다.

빙과를 제외한 쿄애니의 작품들(중2코이, 아마기 브릴리언트 파크, 경계의 저편 등)은

내 취향과 거리가 멀어 대부분 도중에 하차하거나 시놉시스만 보고 아예 보지도 않은 애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간이 생겨 1기부터 차근차근 보기 시작했는데

갤에서 봤던 순수노잼이라는 평가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정말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완결편까지 다 본 후에 감상을 간략히 말해보자면,

무언가에 열정적인 사람은 이리도 찬란히 빛나는가..이다.

고등학교 3년 간이라는 길고도 짧은 기간 동안 오로지 음악이라는 한 곳에 열정과 노력을 퍼붓는 소년소녀들,

재능 있는 자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고 했던가. 

무엇 하나 자기가 제대로 결정한 적이 없었던 소녀 쿠미코의 마음 속에는

레이나를 비롯한 여러 주변 사람들에 의해 자그마한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유포니엄을 인정받고 싶어,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타고 싶어, 레이나처럼 특별해지고 싶어,

그간 꾹 참아왔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지기라도 하듯 유포니엄의 후반부는

뜨뜻미지근하던 초반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고 정열적이다.

며칠 전에도 쓴 적 있지만 도저히 여운이 가시질 않아 두서 없이 토해봤습니다.

근래 봤던 애니나 만화들에서 도통 여운을 느끼지 못해

혹시 내가 무감각해진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유포니엄을 보고 해소된 것 같아 안심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