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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써 봄 평가좀앱에서 작성

ㅇㅇ(220.118) 2024.11.29 13:19:38
조회 55 추천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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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울고 있었다. 아니, 사실 울고 있던 건 내가 아니라 내가 아닌 누군가였다.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이 점점 커져만 간다. 벽지는 물결처럼 흔들리고, 손끝에 닿는 공기마저 무겁다.

시간은 고무줄 같아, 늘어났다 줄었다 하며 나를 조롱한다.


"너는 여기 없어,"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를 찢는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여기 있지 않다고,"

이번에는 벽이 말했다. 아니, 아마도 바닥. 내 발 아래에서 자라나는 그림자들이 내 다리를 감싸며 나를 끌어내린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귓속을 가득 채운다. 숨이 막히는데, 이상하게 나는 웃고 있었다.

저 멀리서 누군가의 웃음소리와 내 웃음소리가 겹친다. 이건 나의 소리인가, 아니면 너의 것인가?

모든 것이 동시에 멈췄다.
아니,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둘 다 틀렸다.
어쩌면 처음부터 나는 없었던 걸까?

누군가의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거울 속에 내가 나를 본다. 그런데 그게 내가 아닌 것 같다. 아니, 내가 아니었다. 내가 아닌 내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나는 웃고 있지 않았다.

거울이 말을 걸어온다. "넌 진짜니?"
나는 대답하려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는다. 혀가 녹아서 목구멍에 막힌 것 같다.

"대답해 봐. 넌 진짜야?"
거울 속 나는 웃고 있었는데, 나의 눈동자가 아니었다. 나의 얼굴이 아닌 나의 얼굴이었다.


방의 벽지가 녹아내리며 손이 되어 나를 끌어당긴다. 나는 발버둥쳤지만, 발이 바닥에 녹아붙었다. 발목에서 느껴지는 뜨거움이 차갑게 식는다. 벽지가 나를 삼킨다.


어디선가 누군가 속삭인다.

"여기가 진짜야."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울고 있는 눈이 나를 비웃는다.

이제 더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끊어졌다. 방 안에는 나만 있었는데, 나만 없었다.

"이건 너의 꿈이 아니야," 누군가 말했다.
꿈이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내 생각을 대신 대답했다.

"그럼 이건 현실인가?"
그리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두운 복도 끝에 문이 하나 있었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열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문 틈새로 바람이 새어 나왔다. 바람은 목소리 같았고, 목소리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손을 뻗었다. 손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문을 열었다.

그 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너무 많은 것이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의자들, 바닥을 뚫고 자라나는 나무들, 천장에서 쏟아지는 잉크처럼 검은 빛. 모든 것이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내가 있었다. 아니, 내가 아닌 무언가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것은 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나보다 오래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너는 누구지?" 내가 물었다.
그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 그 웃음은 어디선가 익숙했다. 내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무언가 같았다.

"넌 날 찾고 있었어," 그것이 말했다.
"아니," 나는 대답했다.
"그럼 왜 여기 있지?"

그 질문은 대답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곧 깨달았다. 이 공간은 내가 만든 것이었다. 이 모든 혼란, 이 모든 그림자와 메아리는 내 안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천천히 다가왔다. 내 얼굴을 가진 그것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서 나가려면 나를 받아들여야 해."

나는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봤다. 어쩌면 내내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문득,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방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문 밖에 있던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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