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100%의 여자아이앱에서 작성

ㅇㅇ(119.71) 2024.11.27 12:32:53
조회 46 추천 0 댓글 0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간다.

그다지 예쁜 여자는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모르긴 몰라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미터 앞에서부터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어쩌면 당신에게는 선호하는 여자의 타입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가 좋다든가, 역시 눈이 큰 여자라든가, 절대적으로 손가락이 예쁜 여자라든가, 잘은 모르겠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에게 끌린다든가 하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를 유형화하는 일은 그 누구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따위의 일은 나로서는 절대 기억할 수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뭔가 이상한 일이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와 길에서 스쳐 지나갔어"라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그게 기억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그거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뭔가 했나? 말을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이야"라고 그는 지루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





그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걷고 있었다. 무척 기분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앨런의 영화라도 보고,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벌써 15미터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바보같다. 마치 보험을 권유하는 것 같다.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세탁소가 있습니까?"

이것도 바보 같다. 우선 나는 세탁물을 담은 백조차 지니고 있지 않지 않은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입니다."



그녀는 아마도 그런 대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믿어준다고 해도, 그녀는 나와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해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가 아닌걸요, 라고 그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태에 처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벌써 서른두 살이고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스쳐 지나간다. 따스하고 자그마한 공기 덩어리가 내 피부에 와 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주변에는 장미꽃 향기가 풍긴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녀는 흰 스웨터를 입고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는 무척 졸린 듯한 눈을 하고 있었으므로 어쩌면 밤새 그것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 * *



물론 지금은 그때 그녀를 향해 어떤 식으로 말을 걸었어야 했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한다 해도 꽤 긴 대사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능숙하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하는 생각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 * *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고, 그리 예쁜 소녀도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는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길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 질리지도 않고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계속한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자신이 100퍼센트의 상대를 찾고, 그 100퍼센트의 상대가 자신을 찾아준 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에 약간의, 극히 사소한 의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좋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이렇게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험해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정말 100퍼센트의 연인 사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어디선가 다시 만날 게 틀림없어.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대에도 역시 서로가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 알겠어?"

"좋아"라고 소녀는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시험해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100퍼센트의 연인 사이였으니까. 그리고 상투적인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희롱하게 된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간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들을 깡그리 잃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의 머릿속은 어린 시절 D.H.로렌스의 저금통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명하고 참을성 있는 소년,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다시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75퍼센트의 연애나,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년은 서른두 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뒷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해 가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해 간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스쳐 지나간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의 기억의 빛은 너무나도 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서로를 스쳐 지나, 그대로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고 만다.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 * *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25b4c46bb78269ff3ee687e45b83776dc9ab1c43f317d4821809ec48b2cd04a758f18a91c6d5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인터넷 트랜드를 가장 빠르게 알고 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25 - -
4885494 밖에 눈온댜 루지미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25 0
4885493 죽음을 애도해주세여 [7] 시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62 0
4885492 히토미 제목좀 알려주쇼 [2] ㅇㅇ(125.181) 15:08 45 0
4885491 에어팟맥스 사는건 진짜 미친 앱등이인줄 알았는데 [8] 사탕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59 0
4885490 환경운동으로 보빔반대운동 하겠습니다 이타적인사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24 0
4885489 와 첫눈이 이렇게 폭설로 내릴 수 있냐 ㅋㅋㅋ [2] ㅇㅇ(106.101) 15:08 61 0
4885487 요네즈켄시 정도면 잘생긴거지? [4] ㅇㅇ(175.197) 15:08 45 0
4885486 잘때 선풍기 틀고자면 죽는이유...real 쿠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8 40 0
4885485 말뚝 박은 친구 놀리기 재밌다 ㅋㅋ [1] 유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42 0
4885484 페도짤 저거 언제 짤리노 [2] 아르헨티나맥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106 0
4885483 님들 토익은 시험 1년에몇번임? [6] ミコ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47 0
4885482 그림ai로 그린 여자 용사 ㅇㅇ(58.235) 15:07 56 1
4885481 와이씨벌 몸매 미친거아니냐 ㅋㅋㅋㅋㅋ [2] ㅇㅇ(222.121) 15:07 179 0
4885480 군대에서 제설하면 힘들긴한데 의외로 몸 좋아지더라 만갤러(180.230) 15:07 20 0
4885479 피자 들고가다 엎어버리는... [1] 쿠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34 0
4885478 나 귀여움? [13] 벚꽃축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79 0
4885477 어마금 재밌군... 무하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7 20 0
4885476 바람맊이는 나중에 동생이 입다가 질리면 달라고 할려고 사리나(14.32) 15:06 12 0
4885475 노아선배 비처녀 확정 [1] 만갤러(211.36) 15:06 80 2
4885474 고닉으로 여초4딩 야짤은 무슨 담력이냐..!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 106 0
4885472 지금 눈 안오는곳은 외국이라고함 ㅇㅇ(59.28) 15:06 31 0
4885471 오늘도 만삐는 돈까스 뷔페를 다녀왔어요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 41 0
4885470 노아 <~ 이 노괴가 뭐라고 언급이 이렇게 많음 [8] 공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 64 0
4885468 어어 조회수 봐라 [1] ㅇㅇ(118.40) 15:06 73 0
4885467 김전일 완결난 이유 ㅇㅇ(220.72) 15:06 42 0
4885466 와 지금 지하철인디 ㅈㄴ 신기한거봄 [9] 오시노메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6 125 0
4885464 미친놈인가;; 만갤러(118.235) 15:06 61 0
4885463 아기가 된 토가 히미코 [1] ㅇㅇ(118.235) 15:06 70 0
4885461 저... 그... 거기에 왜 있습니까? [2] 양치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 78 0
4885460 오늘 밀리언아서 신작 나왔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 31 0
4885459 몇번을 읽어도 램탈의 감동은 그대로구만 고등어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 25 0
4885458 오우쉣 눈오네 후퇴 [2] 카루이자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 49 0
4885457 테이오 빤쓰 압수 [5] 쿠트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5 112 0
4885456 뭐지.. 병역 면제 받으려는 계획인가 [2] ㅇㅇ(106.101) 15:05 76 0
4885452 러시아 병사 사망자 12만명 ㄷㄷ [7] ㅇㅇ(112.150) 15:05 105 0
4885450 부산은 눈안오니까 좋네 만갤러(210.101) 15:05 20 0
4885449 무스탕이나 겨울자켓도 입고 싶고 사리나(14.32) 15:04 18 0
4885448 요새 념글 내려가는이유......jpg [2] ㅇㅇ(58.239) 15:04 147 2
4885447 벌써 공익 뽑는 시즌이냐 북해도해물라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32 0
4885446 ai그림 가격 너무 거품아님? ㅇㅇ(58.235) 15:04 29 0
4885445 이대남 군인들은 눈 오는데 제설 안하면 뭐 롤체라도 할거임? [1] 늑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29 0
4885444 1억 모은다음 레버리지 존나땡기고 도박하면 어떠냐 만갤러(118.235) 15:04 20 0
4885443 아직도 요즘 고닉이 그 시절 고닉인줄 알고 있네 ㅇㅇ(39.7) 15:04 46 0
4885441 금일 제설작전은 당직사관이 직접 실시한다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59 0
4885440 안잘리는게 더 미쳤다 만갤 이새끼 딥웹보다 심각하노 ㅋㅋ [1] 만갤러(118.235) 15:04 24 0
4885439 만갤에서 짤 주울게 없다는건 만갤이 망했단 소리 [4] 쿠로코짤수거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43 0
4885438 만화글 조회수 1자리박혔어.. [7] 톡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47 0
4885437 시발 오랜만에 게이짤땡기네 집 가서 그려야지 돞이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04 23 0
4885436 걸레순애 << 이거 걍 퐁퐁남 아님? [2] ㅇㅇ(106.102) 15:04 28 0
4885435 아 추석이라서 개좋다 ㅇㅇ(172.59) 15:04 16 0
뉴스 '유 퀴즈 온 더 블럭' 오늘(27일) 고현정-최재림 출연 '지금 이 순간' 특집 디시트렌드 14: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