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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시험문제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다른 유생들과는 달리앱에서 작성

진극한알록달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1.15 03:2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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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은 이미 시험문제를 본 순간 집사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지난 일년간 스승 퇴계를 통해 주자의 성리학에 정진하고 있었던 율곡이었으므로 율곡은 써야 할 답안의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율곡은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안정시켰다. 문장의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보였지만 율곡은 심호흡을 하고 써야 할 문장의 첫머리를 궁리해보았다.

  그 무렵 종이는 매우 귀한 것이었으므로 과거시험을 볼 때에는 거자들이 스스로 준비하여 시관으로부터 ‘과거답안지로 인정한다’는 표시를 받은 종이만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표시가 없는 종이에 답안을 작성하면 실격당하는 것이 당연하였으므로 거자들은 문장이 틀리거나 첨삭할 때에도 다른 종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장이 틀리면 붓으로 이를 지우고 다시 고쳐 쓸 수는 있었으나 자연 시험지가 지저분해짐으로써 채점관에게 나쁜 인상을 주어 감점당할 우려가 있었던 것이었다.

  차츰 처음의 떠들썩한 소요도 가라앉고 거장 안은 답안을 쓰는 유생들의 정적으로 숙연해졌다. 아침이 지나자 해가 떠서 날씨가 다소 풀려 따뜻해졌다.

  율곡이 앉았던 자리의 은행나무 위에서 사금파리 같은 노란 은행잎이 떨어져 내렸다.

  오랜 침묵 끝에 마침내 율곡은 결심한 듯 눈을 떴다. 그러고는 붓에 먹을 듬뿍 묻혀 종이 위에 답안을 쓰기 시작하였다.

  일단 첫머리를 열기 시작한 율곡의 붓은 더 이상 막힘이 없었다.

  그는 엉킨 실타래에서 그 첫 실마리를 찾아낸 사람처럼 일필휘지(?筆揮之)하였다.

  지금도 남아 있는 율곡의 답안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 자도 덧붙이거나 한 자도 뺀 것이 없는 완벽한 문장이었다.

  율곡이 쓴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 그 이(理)는 지극히 미묘하며 그 현상은 지극히 드러난다 하는데, 이 말을 아는 사람과는 함께 ‘하늘의 도’를 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질문을 하신 집사선생께서 지극히 미묘하고 지극히 현묘한 도리로써 조목별로 깊이 연구한 논설을 듣고자 하시니, 하늘과 사람의 이치를 연구한 자가 아니고서는 어찌 더불어 의논할 수 있겠습니까.
 

 

  율곡의 문장은 마치 하늘이 내린 옥음(玉音)을 받아 적는 듯하였다. 하나의 망설임도 없었고, 추호의 걸림도 없었다.

  그리하여 율곡의 「천도책」은 다음과 같이 마무리된다.

 

 
    원컨대 집사께서 천한 사람의 어리석은 말씀을 임금께 올려주신다면 가난한 선비는 움막 속에서도 남은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삼가 대답합니다.
 

 

  모든 문장을 마친 율곡은 먹이 마르기를 기다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율곡이 납권한 시험지가 세 번째 답안지였다고 전해질 만큼 속결(速決)이었다.

유림 5 : 2부 2권 격물치지(格物致知) 바름에 이르는 길 |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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