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전날, 티아라는 떨리는 마음을 안고 누쿠미즈에게 고백을 결심했다. 그가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받아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기대는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미안해, 티아라... 나,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야나미가..."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티아라의 심장은 쿵하고 무너졌다. 애써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눈가에 맺힌 눈물은 그녀의 진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숙이며 슬픔을 삼켰다. 결국, 티아라는 패배한 히로인으로 남게 되었다. 누쿠미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가슴 속에서는 아쉬움과 고통이 뒤엉켰다.

졸업식 당일, 누쿠미즈는 야나미와 함께 옥상에 서 있었다. 이곳은 그들의 추억이 쌓인 장소이자, 모든 것이 시작된 곳이었다. 두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며 한때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리고 누쿠미즈는 마침내 결심한 마음을 고백하기로 했다.

"야나미상... 나, 너를 좋아하고 있었어. 졸업식이 끝나면 더 이상 너를 볼 수 없을 테니까, 제대로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너와 함께한 모든 추억이 정말 즐거웠어."

그의 진솔한 고백에, 야나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런 부분이라고 누쿠미즈군."

"아니, 카즈히코군. 잘 부탁해."

누쿠미즈는 그 순간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했다. 내심 떨리는 마음을 감추고, 조심스럽게 이어갔다.

"나야말로 잘 부탁해, 야나미상... 아니, 안나..."

야나미는 그의 당황한 모습을 보며 얼굴을 가까이 다가왔다.

"헤에, 카즈히코군. 설마 이름 부르니까 부끄러워하는 거야? 의외로 귀엽네~"

누쿠미즈는 더 이상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안... 안나, 너무 가까워..."

그런 누쿠미즈의 모습에 야나미는 웃으며 말했다.

"뭐어- 그런 건 상관없어! 이제 우리는 사귀잖아~"

누구나 연애에 휘둘리며 울거나 웃는다. 그런 짧은 인연조차도 내 마음을 열게 만들 정도로. 하지만 나는 현실과 내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리 없다고 믿었으니까. 그래도, 가끔씩 생각해본다. 만약 나에게도 그런 청춘이 온다면… 만약 내가 라노벨의 주인공이라면… 이렇게 간질거리면서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 그의 꿈꾸던 순간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누쿠미즈는 마침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