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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좋아하는사람들 프롤 한번만 감평해주라앱에서 작성

ㅇㅇ(106.101) 2024.10.02 23:54:18
조회 25 추천 0 댓글 0

제목: 아빠가 야겜 고인물이 되었다






[프롤로그]

아른한 향초 냄새와 함께 시커먼 양복 차림의 사람들이 줄지어 눈물 흘리는 이곳.

이곳은 장례식장이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영정 사진이 둘이라는 건데,

어떠한 전조도 없이 한순간에 실종되버린 어머니와 그로부터 하루를 채 가지 못하고 덩달아 사라진 우리 누나.

그들이 합동 장례식을 치르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해 봤을까.

나와 다르게 발이 넓었던 까닭인지 식장은 바글바글한 사람들의 신음소리로 가득하다.

어찌 나보다 먼저 갔냐며 허공에 소리치는 우리 할머니,

저기 쓰러져 대리석 바닥을 연달아 내리치는 아버지하며,

어린 나이에 두려움만이 앞서는 사촌동생 까지.

하나같이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


알바마저 파토를 내고 뛰쳐온 내 방구석에는 낡아빠진 침대와 탁자.

전등도 수명을 다 했는지 비실거리고 이불 역시 군데군데 찢어져 솜털을 내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방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저 요란스러운 형태의 고급 컴퓨터.

난 본체의 전원을 켜며 이디움 헬멧을 착용해 초감각 가상현실, 버츄얼 스페이스로 이동한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바로 한때 전 세계를 희롱했던 게임, [끝장나는 유부녀]의 서비스 종료일이기 때문이다.

야겜 최초로 이디움 시스템과 연동해 사용자와 아바타간의 완벽한 감각 공유, 더구나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형태의 구성이라 세계 수많은 딸잡이들에게 혁신을 불러 일으킨 게임이였다.

업데이트만 꾸준했더라도 향후 몇 년 간은 흥했을 텐데.

나는 괜스레 아쉬움을 표하며 본격적인 작업에 앞서 문을 잠구는 등 보안을 철저히 하기 시작한다.

이래뵈도 탑 랭커인 나는 전국에서 5명 밖에 진입하지 못한 최종 스테이지에 도달했었지.

슬쩍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폭유 아일랜드로 진입하는 동시에 속옷을 무릎까지 내렸다.

아아, 이 짓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벌컥ㅡ.

그러나 순간

갑작스럽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나는 곧이어 엄마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읏...

손은 멈칫거렸고, 엄마는 말없이 나를 보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조용히 문을 닫았다.

'무슨...! 문은 분명히 잠궜을 텐데...!'

나는 당황한 마음에 서둘러 옷을 추스르고 방을 뛰쳐나갔다. 도망치는 엄마를 붙잡고 무언가 해명하려 했다.

"아직 미수라고...!"

하지만 그 순간 주위를 에워싸는 섬광에 내 해명은 뿔뿔히 흩어지고,

그렇게 엄마는 실종되었다.

나는 미친 사람처럼 집을 헤집고 다니며 엄마를 불러 봤지만 집 안 그 어디에도 엄마의 흔적은 없었다.


*


그러나 절망과 좌절에 휩싸여 있기를 2시간,

나는 스테이지 1, 무유 아일랜드에서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

처음에는 그저 엄마와 비슷하게 생긴 캐릭터라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 수록 정교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담아낸 것이 마냥 NPC라고만 생각할 수 없게 하였다.

"호... 혹시 기사님은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 무유 아일랜드 입니다만"

혹시나 나도 모르게 내 월드에 접속한 플레이어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나는 목록을 살펴봤지만 플레이어 따위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나는 싱글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엄마는 다들 같은 말 밖에 반복할 줄 모르는 NPC들과 대화를 하다가 조금은 사람답게 이야기 할 줄 아는 플레이어를 만나니 기쁜 듯한 표정이였다.

"아... 아일랜드라뇨? 역시 여기는 한국이 아닌 걸까요...?"
"부인. 침착하세요."
"그리고 저 사람들은..."

가르키는 방향 쪽에 있던 사람들은 NPC였다.
기계처럼 같은 말만 읆어대는 까닭에 의구심이 들었던 거겠지.

"아... 저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글쎄요...? 모험은 언제나 즐겁다고 하던 데요."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숨을 가다듬었다.

"부인은 제가 지키겠습니다. 이승에서 못 다한 효도는 버츄얼 스페이스에서 갚아 드리죠."


*


최근 아버지의 상태가 이상하다.

사건 이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썰렁한 집안 분위기에 쉽사리 적응을 하시지 못하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피던 담배를 꼬깃꼬깃하게 하여 휴지통에 버리시더니,

"내가 죽으면 니가 우리 집 가장이다...."

라고 하셔봤자 이제 아무도 없다구요.

실종 당일에도, 식장에서도 감정의 표현 하나 없는 내게 당황하셨는지 아버지는 거실 쇼파에 앉아 무덤덤하게 티비만 보고 계신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나는 계속해서 사건의 전말을 공개할지 고민했지만 그 모든 것이 섣불리 입 밖에 나서진 않았다.

엄마는 사실 실종된 것이 아니라 게임 속에 들어갔다.

더구나 그 게임이라 함이 그토록 선정적이고 위험한 종류의 것이라면 오죽할까. 오히려 정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버지. 여길 잘 보세요."
"끝...장...나는"
"거기 보지 마시구요."

오늘따라 유난히 수척해보이던 아버지의 눈빛 탓이였을까, 난 아버지의 얼떨떨한 눈빛을 뒤로 하고 한동안 고이 묵혀 두었던 부계정으로 접속했다.

망해가던 [끝장나는 유부녀] 에도 게임을 살리기 위한 갖가지 노력이 있었는데 중에 하나가 '친구 이벤트'.

친구를 초대하는 것으로 보상을 주던 단순하고 명료한 이벤트였다.

친구가 없었던 나는 계정을 새로 만들어 가입한다는 천재적인 방법을 채택했었지.

'그게 이렇게 필요하게 될 줄은.'

나는 나름의 자기만족을 하며 스테이지 1, 무유 아일랜드로 향했다.

이어 들어간 곳은 하나의 허름한 민박집.

메인 홀에 앉아 어두운 분위기로 저녁을 먹는 처자의 뒷태가 눈에 띈다. 역시나 아버지도 무언의 익숙함을 느꼈는지 곧바로 반응한다.

"이 사람, 누군지 알아보시겠어요?"
"여, 영미랑... 비슷하게 생긴 케릭터. 구만..."
"아버지.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어머님은 야겜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야...겜..."

여전히 얼떨떨한 아버지에 나는 하나의 퀘스트를 부여했다.

"이 계정을 드리겠습니다. 열심히 노력해 부디 마누라를 지켜내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쓰레기 계정. 내 본계가 그리 향할 때까지 시간이라도 벌면 다행이었다.


*


"여긴 배경이 좀 밋밋하구나... 아까 네가 하던 곳은"
"네. 저는 좀 잘해서 해금한거에요. 아버지도 노력하시면 금방 갈 수 있어요."

그날 이후로 다행히 아버지에게 희망이 돌아왔다.

아직 완벽하게 믿지는 못하시는 모양이다만, 여러 음성채팅을 통해 나름 확인시켜 드리니 눈물을 보이시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아버지가 게임에 푹 빠지신거 같다는 점이다.

특히 [고블린 모드]에 대해 터득한 이후로, 매우 흥미롭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고블린 모드]는 각종 마이너한 페티쉬를 즐기기 위해 개발된 모드이긴 한데...

그래도 뭐, 아버지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현수에게 전화를 건다.

"어. 그 골목으로 가서 제일 가까운 민박집으로 오면 돼."
"엉. 거의 다 왔어."

서서히 알게 된건데 이 빙의 현상은 단지 우리 집안에게만 일어난 일이 아니였나 보다.

현수 역시 내 추천으로 [끝장나는 유부녀]를 열광적으로 플레이하고 있었는데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어머님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혼하셨는데... 어째서... 끝장나신 거지.'

우리는 분노에 들끓어 게임 회사에 연락을 취해 봤지만 그들은 이미 잠적을 감춘 뒤였다.

결국 나는 하는 수 없이 당장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현수를 고용. 대신 나도 현수의 어머니를 찾는 것을 돕기로 했다.

"오 여기 너네 엄마 찾았어!

어...? 그런데 옆에 이상한 고블린이...

당장 처리할게!"

어이, 잠시만.

그렇게 아버지의 첫번째 대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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