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길을 걷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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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길을 걷고 있다가,앱에서 작성

극한알록달록

2024.10.01 23:38:46

조회 32 추천 0 댓글 0

1ebec223e0dc2bae61abe9e74683706cbe0accbc2180fb7264aa7599ec88a4193ef8fe9e25c000f888f7d2d6d734fcc1b2b9

오토바이를 모는 배달 기사가 내가 걷는 길 앞으로 빠르게 운전하는 것을 보았어. 물론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보행자를 고려한 주행은 아니었지. 그래도 나는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어. 그들에게는 '시간이 돈'이기 때문이야.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운전을 해서 음식 배달을 많이 수행할수록, 그들은 돈을 더 벌게 되고. 따라서 그런 위험한 주행을 하게 되지. 이는 차들이 오가는 도로에서도 마찬가지야. 자신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위험한 고속주행을 하곤 해.

이와는 별개로, 한국의 배달기사들은 좀 거친 성격인 편이 많아. 내가 일본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숙소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적이 있었어. 두 번 시켜 먹었는데, 배달을 해주는 기사분은 미소를 띄고 배달을 해 주었어. 내가 그를 많이 기다리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야.

이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 내가 일본에서 배달을 시키는 데 이용한 '우버 이츠'라는 어플에는, 배달 기사에게 팁을 주는 시스템이 있어. 어쩌면 팁을 받기 위해서 더 친절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일본인의 국민성 자체가 남들에게 친절한 면이 더 많을 수도 있겠지. 이외에도 내가 모르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에서 음식 배달 기사들을 인터넷 등의 익명성을 띈 음지에서 부르는 명칭이야. 그들은 '딸배'라는 멸칭으로 불려. 배달 기사들의 거친 행동, 또는 무례한 행동이나, 혹은 그들의 직업이 천하다고 여겨서 그렇게 부르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아무리 배달기사로부터 부당하고 불쾌한 경험을 당해도, 그들 전체를 싸잡아서 '딸배'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일이라고.

배달원들이 자신들이 '딸배'라고 지칭되는것을 알면 어떤 기분이 들겠어? '아 내가 그런 멸칭으로 불릴만큼 나쁜 행동을 했구나, 반성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겠어?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사람이라면 자신을 그렇게 모욕적으로 공격하는 사람들. 즉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마음을 품기 힘들다고 생각해. 오히려 더 공격적인 태도로 나오게 된다고 생각해.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거지.

나는 요즘 대학에서 심리학 관련 강의를 듣고 있는데, '자기 실현적 예언', 즉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불리는 개념을 들었어. 피그말리온 전설에서 따온 개념인데, 어느 예술가가 아름다운 여인의 조각상을 빚고, 그 조각상이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실제 사람처럼 대하자, 실제로 그 조각상이 마침내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야. 이러한 개념이 한국의 배달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해. 소비자들이 그들이 당한 무례하고 부당한 일부의 사례에 정당하게 '내가 배달을 시켰는데 이런 무례한 경우를 당했다.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라고 비판을 하는 대신, '딸배'라고 멸칭을 부름으로써, 자신의 감정은 분풀이로 해소되었지만. 배달원들도 더욱 공격성을 띄고, 그야말로 '자기 실현적 예언'처럼 '딸배'가 되어 버린 거라고.

내가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의문점이 든건, 미국이나 유럽, 일본같은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에서도. 이렇게 인터넷에서 각종 집단을 멸칭으로 부르는 문화가 대한민국만큼 만연해 있느냐야. 대한민국은 급격한 물질적 성장에 정신적 성숙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특성과,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구축된, 인터넷 문화가 활성화된 어찌보면 특수한 나라라고 할 수 있거든. 미국이나 유럽, 일본같은 나라들도 물론 멸칭은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지잡대', '찐따', '정공', '딸배' 같은 특정 집단을 향한 멸칭들이 무수히 많고, 이를 마치 즐기듯이 사용하는 문화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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