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진성과 개연성'

물론 이 둘은 기본적으로 그 세계관의 법칙이자 약속 그리고 이야기에 논리성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너지면 무너질수록 그 세계관에 대한 몰입을 해치는 것이라 지켜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렇다고 너무 이 법칙을 신경쓰다보면 예상치 못한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낼 수가 없음. 인과관계를 해치는 것 때문에 의외의 장면을 만들기 힘들어진다거나 세계의 규칙(설정)에 너무 얽메여서 상징성 있는 장면을 부여할 수 없게 되는 경우처럼.

DIO vs 죠타로의 최후도 다리를 공격했는데 머리까지 깨지는건 논리적으론 좀 이상해보일 수 있어도 그 전 장면에서 DIO는 이미 다리가 부러져서 죠타로에게 자비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다리에서 나온 피로 죠타로의 시야를 가리는 비열하고 추한 장면을 보여줬음, 즉 다리에 상징성이 많이 부여가 된 상황. 그리고 그 다리를 죠타로가 뚝심있게 최후의 펀치 한 발로 작살을 내면서 DIO가 추하게 죽고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전한 것이기 때문에 연출적으로는 죠죠작가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함. 거기에 스탠드라는건 단순한 수호령이 아니라 그 인간의 의지 그 자체를 이미지화해서 나타낸 것이라는걸 생각하면 더 월드가 다리부터 머리까지 박살나는 연출은 사실 그렇게 위화감이 들지도 않음

강철의 연금술사같이 핍진성과 개연성 부분에서 흠잡을 곳 없는 작품이 정작 만력으로는 꽤 미묘한 평가를 받는다는걸 생각해보면(본인은 금속노조라 강연을 까고싶은건 아님) 이 두 가지가 만력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