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거울?
....아아, 그야말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괴이현상 말이지.
그러네, 듣고보니 그래.
나랑 네가 체험 중인 [새벽 2시의 거울]
그게.... 너의 세계와 나의 세계에서 같은 설정인지가 궁금한거구나
거울 속의 나는 그렇게 말한 후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었다.
그렇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이 괴이야말로 평행세계에선 어떤 성질을 갖고있을까
[새벽 2시, 전등을 켜지 않고 세면대의 거울에 비친 자신을 계속 마주보고 있으면 거울 속의 자신과 만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사는 세상의 [새벽 2시의 거울] 괴담이다.
그리고 지금, 그것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소문은 진짜였다.
그렇다면 평행세계에서는...?
[....으음... 있잖아]
[나]는 한동안 고민하는 듯 신음하다 고개를 들었다.
[너, 오늘 저녁 메뉴는 뭐였어?]
[....응? 저녁밥?]
[응, 오늘. 어제여도 좋고, 기억나면 그제거라도.]
[....그냥 평범했어.... 가라아게나, 미소시루나...]
[맛있었어?]
[마, 맛있었지. 엄마 요리는 항상 맛있어]
갸웃거리며 대답하는 나.
방긋거리면서 끄덕이는 나.
왜 갑자기 그런 시시한 잡담같은 걸 꺼내는 걸까.
내가 하고 싶은 얘긴 그런게 아닌데.
[있지, 그것보단 거울 얘기를...]
[아빠랑 엄마는 상냥하니?]
내가 화제를 돌리려 하자 곧바로 [나]가 말을 끊었다.
[야, 왜그래? 왜 갑자기 말을 돌리는건데?]
[내 질문에 대답해주면 말해줄게.
아빠 엄마는 상냥하셔?]
[....상냥해]
[좋은 분들이야?]
[좋은 분들이지. 밝고 다정하고]
[...친구는? 있어?]
[날 뭘로보고.... 당연히 있지]
[그렇구나]
[나]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다.
어쨌든 난 거울에 대한 얘기를 듣기 위해 [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질문의 의도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럼말이야.... 너는 지금 행복해?]
[나]는 나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나와 같은 얼굴을 한, 거울 속의 [나]
같은 얼굴인데, 같은 사람인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 [나]
지금 내가 나에게 묻고있다.
[행복한가]라고.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다]
[.....행복하진 않은 거 같아. 일상에 불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행복하냐 하면 그렇진 않아]
그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행복하다]고 대답하곤 했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항상 어딘가 납득이 가지 않았다.
내 행복의 기준이 높은 것뿐일까, 사실은 어떤 싫은 부분이 있는걸까...
그것조차 알 수 없다.
하지만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단언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왜? 일상에 불만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무척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불만이 없다=행복하다....는 그렇게 간단한 건 아니지 않을까?]
[그래?]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몰랐다.
이 감정을 표현하기에 딱맞는 어휘가 내 안에는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보충할 말을 찾아 머리를 쥐어짰다.
[알았어. 대답해줘서 고마워. 약속한대로 이쪽 세계의 거울 괴담에 대해 알려줄게]
'행복론'에 대해 골몰하고 있는 나는 아랑곳 않고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쪽 세상에선.... 새벽 2시 전등을 켜지 않고 거울 속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또 하나의 자신이나 자신의 수호령이 비친다고 해]
[....수호령?]
[그래, 수호령. 하지만 네가 나왔으니까 전자가 나왔구나~했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나는 널 수호령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
[에? 난 유령이 아닌데...]
[미안, 그게 아니라...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 뿐] 같은 거랄까.
괴이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건 좀 식으니까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니까, 나한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려고.
[그게.... 너한테 있어서 유리한 해석이야? 내가 [나]의 수호령이란게?]
[응. [나 자신]이 [나]의 편이라니,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든든하지 않아?]
[.....난 딱히 네 편이라고 한 적 없는걸]
[난 네 편이야]
[뭐?]
[내가 널 수호령이라고 믿는 것처럼, 나도 네 수호령인거야. 서로 다른 세상에 있고, 만질 수도 없으니까 유령이나 마찬가지 잖아.
그니까 아무거나 이름을 붙여도 되는거야.]
[나]는 거울에 한 손을 갖다 댔다.
['행복하지 않다'고 했지.
나는 있지, 가족도 친구도 거의 너랑 같은 상태로 주변 환경은 좋지만... 행복한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어.
오늘 행복했더라도 내일은 불행할지도 모르지.
반대로 오늘 불행했더라도 내일은 행복할지도 몰라.
룰렛처럼 변덕스럽게 바뀌어.
그러니까 복잡하게 생각해도 별 수 없다고 생각해.
'그저 오늘은 그런 날이었을 뿐' 그걸로 됐다고 말이야.
그리고 '오늘은 불행한 날' 이라고 느끼는 날엔...[나]에 대해 생각할게.
나의 옆에 반드시 있는 [나]. 싫어도 혼자 있을 수 없어.
그렇게 생각하면.... 어떻게든 그 날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거든.
[나]도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을래?]
...돌연, 화장실의 전등이 켜졌다.
화들짝 놀라 문쪽을 보니 졸린 듯 눈을 비비는 엄마가 있었다.
[미사토? 이 시간에 뭐하니, 내일도 학교 가잖아. 얼른 자렴...]
[아... 미안, 엄마 나 지금...]
말하면서 거울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나]는 없었고, 얼빠진 얼굴의 내가 서 있을 뿐이었다.
그로부터 몇번이고 [새벽 2시의 거울]을 시도했지만, [내]가 비치는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단념할 수 없어서 새벽 2시도 뭣도 아닌 아침, 낮, 저녁 수시로 거울을 응시했다.
일상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것마다 반응해 곁눈질로 확인하고 만다.
[내]가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한번 더 만날 수 없을까.
....분명 거기에 없더라도 가까운 곳에 있는 거겠지.
늘 나의 근처에 있으면서 때때로 나를 의지하고 있겠지.
내가 그렇듯이.
나도 때때로 [나]에게 어깨를 기댄다.
그렇기에, 만약 다시 [나]를 만나게 된다면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네 덕에 매일이 조금은 행복해진 것 같아]라고.
-새벽 2시의 거울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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