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관중이 20세기 일본에 태어나서 만화가가 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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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이 20세기 일본에 태어나서 만화가가 됐다면앱에서 작성

DUWANG

2024.08.25 14:58:09

조회 101 추천 2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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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역사 콘텐츠 중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삼국지일 것이다

삼국지가 1000년 넘게 인기를 구가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군신관계나 한의 향한 그리움같은 시대를 타는 이유부터 매력적인 캐릭터같이 시대를 초월한 이유들 까지, 그 중에서 나는 "실제로는 별 볼 일 없는 역사"인 게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신화가 되기엔 충분한데 성역이 되기에는 부족하니 사람들이 저마다 해석을 할 수 있었던 거고 그런 재창작이 반복되면서 삼국지의 수명을 늘려 왔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런 삼국지랑 비견되다 말하는 만화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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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게모노

올해 가장 처음 산 만화이자 읽는데 가장 오래 걸린 만화

당연히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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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효게모노가 다루는 역사는 일본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일본 역사에 관심 없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이 나오고, 한국인이면 모를 수가 없는 임진왜란도 묘사된다. 그럼에도 내가 효게모노를 삼국지에 빗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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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아닌 주인공, 후루타 오리베 때문이다

후루타 시게나리, 후루타 오리베노스케, 후루타 사스케

한국인한테 셋 중 하나라도 들어 본 적 있냐고 하면 과연 몇명이나 Yes라고 대답할까? 사스케는 나루토 남친 아니냐 하는 대답이 9할9푼은 될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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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성역은 커녕 신화도 못 되는 이 무명의 주인공을 필두로 작가는 16세기 일본이라는 배경에 자신만의 센고쿠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블루 노트 레코트 레이블을 오마주한 표지와 작가 취향의 다양한 노래들로 장식된 부제부터 시작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현대풍 건축물, 실존 인물들이 불쑥불쑥 등장하는 등 작가 야마다 요시히로는 "이 만화는 픽션입니다"란 무성의한 텍스트 대신 만화 분위기로 이 만화가 철저한 픽션임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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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철저한 자료조사로 이야기의 리얼리티를 더 해, 누가 봐도 픽션이지만 그래도 '설마…..?'하는 뉴릉한 감정을 꽃 피운다. 이 부분이 효게모노의 대단한 점이라고 본다

관우가 시대에 맞지도 않는 언월도를 들고 수십년간 적토마만 타고 다녀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이러한 픽션과 리얼리티의 절묘한 밸런스를 맞추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데 작가 야마다 요시히로는 굉장히 훌륭하게 잘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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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는 이런 작품의 매력을 모르던 1,2권 시절에도 작품을 보게 만든 원동력으로, 선 스크린 톤으로 그은 듯한 명암, 오리베를 필두로 한 다채로운 표정, 그리고 싶은 것만 큼지막하게 그리는 극화식 과장에 정직하며 삐뚤빼뚤한 직사각형 컷배치를 이어가다가 가끔 나오는 양면 패이지의 박력!!까지. "이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만화에 가장 어울리는 "이 작가만의" 그림이었다

미소녀 동물원을 싫어하지도 않고 꼭 필요한 장르 중 하나라 여기는 쪽인데, 그쪽과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이런 냄새나는 아저씨들만 나오는 대중목욕탕도 꼭 필요하며 상당히 괜찮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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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된 후지모토 타츠키의 유작 안녕 에리에는 '에리는 영화에 묘사된 것과 전혀 달랐지만 앞으로 난 그 에리를 떠올리겠다' 라는 대목이 있다. 사람들이 적토마를 타며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는 관우를 기억하듯, 나도 누구보다 을(乙)스럽고 익살스러웠던 효게모노로 오리베를 기억하고 싶다

실제 역사와 좀 다르고 역사왜곡이면 어떤가, 난 저널리스트도 역사학자도 아니고 오리베는 효게모노가 없었으면 알지도 못했을 인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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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개월간 정말 고마웠다 야마다 요시히로와 상반기의 문동

고정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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