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벼슬길이 매우 늦었다. 1771년(영조 47) 정시(庭試) 문과에 병과(丙科) 4위로 급제하였는데# 이때 나이가 42세. 항상 노신으로 등장하는 심환지는 "청년 관료" 시절이 없었다. 하지만 이후로 빠르게 승진하기 시작한다. 당시 노론 벽파의 수장은 김종수였는데 심환지는 50대에 이르러서야 정치적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정언, 교리, 대사성 등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언관직을 맡았으며 의리와 공의를 강조하는 격렬한 언론을 펼쳤다. 1779년 50세때 종6품 홍문관 부수찬, 종5품 홍문관 부교리를 거쳤고 1784년 55세때 세자시강원필선(世子侍講院弼善), 정3품 성균관 대사성(大司成)이 되었다. 이후 사간원대사간, 이조참의를 거쳐 종2품 형조참판으로 승진하였으나 평택안핵어사(平澤按覈御史)로 있던 김희채(金熙采)의 탄핵으로 금갑도(金甲島)에 위리안치되었다. 1793년 64세때 풀려나 복직되었고 이조참판, 도승지, 규장각제학, 비변사제조를 역임했다. 1795년 66세때 병조판서로 승진되었으며 사헌부 대사헌, 예조판서, 형조판서, 지의금부사(知義禁府事)를 지내고 이조판서가 되었다.

이 때 남인의 영수 채제공, 이가환(李家煥), 소론 서명선 등을 탄핵했다. 1795년 우의정이 되었으며 1799년 70세때 판중추부사(判中樞府事), 경모궁도제조(景慕宮都提調)를 겸하였고 곧이어 좌의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순조 즉위년 정순왕후 김씨의 수렴청정으로 인해서 벽파가 집권하게 되자 영의정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