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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써본 소설 평가해주라앱에서 작성

만갤러(211.36) 2024.08.11 18:42:41
조회 37 추천 0 댓글 2

이 건물은 15층.

그리고 층 마다 2개의 집이 있는 평범한 아파트이다.

평범하지 않은 점이라면, 모든 집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

외계인들이 내 뇌를 복사해 29명의 나를 더 만들어 이 건물에 배치해 두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만나면 죽는다.

목표는 서로 만나지 않고 오늘 안에 탈출하는 것.

서로 대화하지 않는 것은 또 하나의 조건이다.

내가 현재 머무는 이곳은 1001호.

건물을 나가는 방법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계단을 이용하는 방법, 단 두가지 뿐이다.

이제 상황은 정리했으니, 생각을 해 보자.

같은 사람이라면, 같은 환경에서 같은 생각을 한다.

따라서 내 옆 집에 있는 1002호의 '나' 도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떠한 방식으로 머리를 굴리고 이내 탈출을 위해 문 앞으로 나간들, 그와 동시에 1001호의 '나' 도 나와, 우리는 마주칠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의미가 없으니까.

그러면 걑은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는 무엇일까?

환경이 다를 때.

아마도 1층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겠지.

문만 열고 존나 달리면 탈출이야.

어쩌면 이미 탈출 했을지도 모르겠군.

즉슨, 현재 내게 있어 가장 큰 호적수인 1002호의 '나'. 이 녀석과 마주치기 않기 위해선 지금의 나와 환경을 다르게 만들어 주면 된다는 말이다.

나는 옆집에 들리도록 벽을 강하게 내리쳤다.

ㅡ 쿵.
ㅡ 쿵.

동시에 들려오는 벽을 때리는 소리.

역시 똑같은 생각을 했다...

어디까지를 그들이 대화로 간주하는지 정확한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에 허투로 웅얼거리며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위험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초에 우리는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없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항시 서로 텔레파시를 통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1001호가 먼저 나가고, 1002호가 나간다.

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녀석과 내 생각이 다른 점은 딱 하나, 1001호와 1002호를 거꾸로 생각한다는 거니까.

그 조차도 근본적으론 환경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이다.

1001호와 1002호, 방 한 칸의 차이지만 결국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 차이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이용해볼까?

현재 시각은 오전 12시 4분. 깜깜하다.

이 지형이라면 조만간 햇빛이 먼저 들어오는 쪽은 내쪽. 1001호다.

햇빛이 먼저 들어오는 쪽이 먼저 나간다...

라고 해보자.

이렇게 하면 안전하게 나갈 수 있을까?

애매하다.

이 생각 자체가 '내가 먼저 나가고 싶다.' 라는 무의식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1002호 녀석 역시 같은 이유에서 '햇빛이 느리게 들어오는 쪽이 먼저 나간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선,

지금부터 나는 '내가 먼저 나가겠다' 라는 뜻으로 벽을 1번 치겠다.

ㅡ 쿵.
ㅡ 쿵.쿵.

맞은편에서 들려오는 두번의 울림.

성공했다.

이건 내가 생각한 '먼저 햇빛이 들어오는 쪽이 먼저 나간다' 라는 명제가 순전히 일반적인 선착순 관계에 의해서 구상되었음을 증명한다.

녀석도 같은 이유로 '먼저 햇빛이 들어오는 쪽이 먼저 나간다.'라고 생각했다는 거니까.

벽을 두번 쳤다는 것은 '자신이 두번째로 나가겠다.' 라는 걸로 이해해도 좋겠지.

첫번째 계획이 성공해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제부턴 더욱 조심해야 하는데, 이건 이제 나와 1002호의 '나'의 사고방식이 급격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부턴 여태까지의 방법이 통하지 않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는 것.

또한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은 애매하지만 이제 그건 크게 의미가 없다.

이미 내가 먼저 나가는 것으로 결론 지었으니, 대충 내가 나가고 싶을 때쯤 현관 도어락을 여는 소리를 내면, 1002호의 '나'는 기다려 줄 것이다.

그러니 좋다. 이제 한명은 따돌렸다고 생각하자.

이제 다음인데, 엘리베이터를 탈 것인가, 계단을 이용할 것인가? 이다.

전자로,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11층이나 12층, 9층이나 8층 처럼 우리와 그닥 층수에 차이가 없는 '나' 들은 나와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방금 나와 같은 방식으로 각기 옆 방의 '나' 와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대로라면 동시에 각 층에서 1명 씩 '나' 가 집에서 나오게 된다.

이어 멈춰있던 엘리베이터를 각 층에서 동시에 누르게 되고, 현재 엘리베이터가 몇 층에 위치한 지는 잘 모르지만 그와 가장 가까운 층으로 이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 층에 위치한 '나' 가 엘리베이터에 탑승. 그대로 1층까지 내려간다고 한다면?

성공이다.

누군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고, 그 엘리베이터가 내 층으로 오고 있다.

분명 각 층의 '나'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 마주치는 것을 피할 것이므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건 비약이지. 분명, 어딘가에서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모든 층의 '나' 가 사고방식이 같다고 가정한 시점에서 안일한 생각일 테니까.

그렇다면 방금과 같은 구조로 생각해볼까?

나는 옆집의 '나'와 지금 '나'를 환경의 차이로 서로의 사고를 달리했다.

일단 우리의 현재 사고방식이 같은지 구분할 필요가 있겠지.

난 의자를 딛고 올라서, 천장을 강하게 두드렸다.

ㅡ 쿵.
ㅡ 쿵.

아래층에서 들리는 강한 울림.

9층의 '나'도 같은 생각을 했군.

하지만 분명 어딘가에선 아래층과 위층, 그 환경의 차이가 만든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것이다.

그걸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ㅡ

ㅡ 쿵.

그때,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또 하나의 울림.

'내가 위 천장을 두드리지 않았는데 아래층은 두드렸다.'

이건 그러니까 그거다.

정확히 몇 층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래층 중 어딘가에서 자신은 윗층을 두드렸는데 아래층에선 그렇게 하지 않아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다시 한번 윗층을 두드렸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겠지.

나는 가볍게 이해하고선 다시 의자를 딛고 올라서 전달의 의미로 윗층을 두드렸다.

그리고 이내 생각하기를,

아래층 어딘가에서 환경에 따른 사고방식의 차이가 생겼다.

내가 윗층을 내리치게 된 과정을 크게 요약하면

옆집과의 순서 조율 -> 엘리베이터를 탑승한 경우에 대한 가상 시뮬레이션.

전자에 문제가 없는데 후자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옆집과 순서 조율의 과정에서 다른 층 처럼 진행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어떤 방식으로 옆집과 순서를 조율했지...?

그래. 햇빛이 먼저 드는 쪽.

그렇다면 이것은 층 수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선택지였나?

나는 잠시 고민을 하다 이내 결론을 내린다.

맞은편에 보이는 18층 짜리 아파트.

이 방향에서 아침이 되면 저 건물에 의해 우리 건물에 그늘이 생긴다.

아래층에선 '햇빛이 든다' 라는 가정 자체가 무의미했을 가능성이 있어.

따라서 다른 어떠한 방식으로 순서를 조율했을지, 아니면 아직 조율 중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차이로 인해 사고의 시간이 느려졌다.

이 각도라면 대충 6층?

'6층 혹은 5층 정도의 '나' 부터는 사고가 느려져 다른 층의 '나' 들과는 다르게 천장을 두드리지 못했다.' 고 보는게 합당하겠군.

반면 적어도 내 10층 부터 7층 까지는 나와 같은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아직 그 누구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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