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많이 좋아하고 꽤 찾아봤다고 할 수 있는데 솔직히 이정도로 여운 남는 웹툰은 없었음

다들 결말로 욕하던데 나는 전혀 배드엔딩이라고 생각 안 함 오히려 이렇게 열린결말로 마무리짓는게 더 깔끔하다고 생각함

물론 작가의 사상 자체가 인류를 부정적으로 보고 디스토피아로 묘사하긴 했는데 이런건 차처하고서라도 

유전자를 통합한 신인류나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집단과 그에 따른 엘리트주의같은 요소를 통해 현실을 비판하려는 모습이 별로였음

오히려 인터스텔라처럼 지구에 남아있던 인류는 사실 살아있었고 그들만 멸망한 채 이지은에게 운명을 결정했다면 더 통쾌하기도 했을텐데 말이지

특히나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인공지능 프로그램에게서 인류애를 느끼지만 한편으로 썩어 빠진 인류의 또 다른 한편을 보며 인간이 씻어낼 수 없는 이중성을 통해 대립하는 명작 중의 명작이 되었을텐데 이런 부분은 개인적인 아쉬움임

전개에서 깔만한것도 사소하지만 있긴 한데데, 이게 후반에 드러나는 실체에 대해 알고 보면 머리가 띵할 암시겠지만 초반에는 꽤 루즈함. 설명충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너무 수동적으로 만들어버림. 철학적인 부분을 다루면서도 살짝 아쉬움. 존재론과 인식론에 관해 생각할 꺼리를 주지만.. 딱 거기까지. 작가는 '인류성을 잃어버린 인간'과 '감성을 학습한 인공지능'을 통해 대비하고 싶었나 본데, 인류성의 기준이 단지 31로 대변되는 악마같은 느낌밖에 못 준게 아쉬움.  

시냅스를 끊어서 기억을 지운다고 했는데 차라리 가상세계 속이니 기억의 순간순간 부분을 전기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이 어떘을까 싶음. 덴마의 메이팅 커팅처럼. 시냅스가 터지면 뇌를 조작해야 하는데 이미 프로그램인 애들이 시냅스가 존재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영혼에 대한 언급을 통해 프로그램은 못 나간다고 하는데.. 그냥 프로그램을 업로드 시키면 되잖아? 영혼을 옮기는 로봇이 한 기체인데 마지막에 노네임D가 대형 로봇에 옮겨탄 부분도 조금 설정붕괴같다고 느낌. 

또, 상류층이 지구에서 이주해왔는데 기술진이랑 행정직이랑 갑과 을이 존재한다? 현실에서 과연 이런 일이 발생할지 의문임. 그것도 자기들이 마지막 생존자라고 주장하는 놈들이. 그리고 기계들이 이미 노동력을 다 대체하는 시대에 신인류와 구인류가 갈등하는 계기 역시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음. 공부에 뒤쳐지고 따돌림이 당한다? 인간이 기계화되는 사회를 원했나본데 그러면 로봇이 상용화됐다면 안됐음. 

뭐 아무튼 세세하게 파고 들면 이정도라는 거지 다시 봐도 10년이 넘은 작품인데도 참 여운이 남는 웹툰이었다. 이 시기에 여러 명작 웹툰들이 많이 연재됐었는데 그때 찾아볼 수 없는 그림체라 오히려 신선해서 좋았음. 인물 간의 묘사나 표현같은 부분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았는데 디테일이 떨어져보이긴 함.

웹툰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질적인 화풍이라 더 그런것도 있고. 오히려 난 만화다운 느낌이 충분히 전해져서 좋았음.

이 작가 꿈의 기업은 조금 보다가 하차했는데 과연 완결된 후에는 어떨지 기대된다.

+ 그리고 어찌 보면 어이없고 황당한 설정. 아니 우주 개척까지 하는 문명이 왜 방독면도 안 써..? 물론 가상현실로 도피한 사람들의 마스크도 뚫긴 했지만 그건 여압복도 없는 상황이고.. 사람들도 안전하게 차폐해서 보관했잖아..? 이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고. 다른거보다 나는 이지은의 정신이 담긴 로봇과 실제 이지은의 몸에 담긴 존재 그 둘을 동일하게 봐야하는 철학적 문제를 해결 못한게 가장 아쉬움. 스타 2의 피닉스처럼 엄청난 주제가 됐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냥 버리고 가듯이 연출이 나와서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