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만삐 마지막 순애의 기억....(장문)앱에서 작성

나쁜말은안돼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14 07:21:13
조회 75 추천 0 댓글 6
														

7ae9807eb48560fe3ced8fe4458074738dd1763d0fb9dd006dfbd581428725

초등학교 저학생 때였다

나는, 내 첫 짝꿍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좋아한다거나 사랑같은 어려운 감정 따윈 모를 나이였고
지금 와서 그때의 감정을
다시 기억해낼 순 없지만


나는 아마 한 번 더 그 얘와 짝이 되고 싶었나 보다.



내 담임은 쌍팔년도 소개팅하던 방식으로 짝을 정했다

먼저 남자는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한 뒤,
자신의 물건을 하나 교탁 위에 올려두었다.
(대부분 연필이나 필통, 지우개 따위의 것들의 작은 잡동사니들이었다)


선생님은 제출된 남자아이의 소지품을 섞고,
여자애가 물건을 뽑으면 그 물건의 주인과 짝이 되는
그런 방식이었다.

선생님은 절대 남자아이들이 낸 소지품을 미리 보면 안된다고 여학우들에게 당부했다.
물론 남자아이들에게도 미리 보여줘선 안된다고 말했다.


나는 소심하고, 규칙을 위반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이었다. 착해서 바른 일을 하는 것보다는 혼나는 것이 두려워 나쁜 일을 하지 않을뿐인,
그런 겁쟁이였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들키면 어쩌지' 같은 생각따위 하지 않았다.

사랑도 본능이라면
소지품을 제출하러가는 그 짧은 순간에

내 한번도 쓰지 않은 검은 캐릭터 연필을
짝꿍에게만 보일수 있도록

등 뒤로 몰래 흔들었던 것은
충동적인 본능이었을까.

지금 생각하면 짝을 뽑는 방식 자체도
어느정도 의도가 다분해보이지만

그때는 그 단순하고 순간적인 규칙의 위반에
심장이 터질듯 뛰었다.

들킬까봐?
그 애가 알아보지 못했을까봐?
알아보더라도 일부로 피해서 소지품을 뽑을까봐?


그때 내 심장이 평소보다 뚜렷하게 뛰었던 까닭은
시간이 너무 지난 지금은 알 수 없다.
거의 십 사년도 더 된 일일테니

하지만 확실하게 기억나는 것은
그 다음번에도 그 애는 내 짝이 되었다는거다

어쩌면 그 애는 내 신호따윈 보지 못했고
그냥 검은 캐릭터 연필이 마음에 들어
골랐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너도 나와 한번 더 짝이 하고싶어서
내 연필을 골랏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나는 다시 짝이 된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건냈었다.

"우리 또 짝이네!"
하고.

그 애는 조용히 " 응, 그러네." 하고 말했다.
조금 웃으며 고개를 숙였던 것만 같다.


나는 짝을 바꿀 때마다
계속 검은 연필을 냈고,

그 여자아이는 1학기 내내 내 짝이 되었다.
딱히 연필을 미리 보여주지 않아도 내 짝이었다.


나는 그 연필을 결코 깎지 않았다.
학년이 끝날 때까지, 그 연필은
여전히 새것인 상태로 필통속에 잠들어 있다가
매달 자리 바꾸는 날에만 필통을 나갈 수 있었다.


2학기가 되서 우리가 더이상 짝이 아니게 된 것은
그 애가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슬퍼하진 않았던 것 같다.
마지막 인사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서 여자애한태 감정을 내비치는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마 그랫다가는 남자애들 사이에서 너 재 좋아하냐면서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그 뒤로 내 짝은 매달 바뀌었다.
아무도 내 검은 연필을 보고 특별히 골라주진 않았다.

그 검정연필은 여느 다른 연필처럼
깎고, 조금씩 짧아져 가다가
몽당연필이 되기 한참 전에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다른 평범한 연필들처럼 잃어버리고선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 딱히 소중히 여길 만한 물건도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서야
나는 그 여자애를 좋아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생 시절의 짝.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그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졸업앨범에도 전학을 갔으니 남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일만은 기억에 남아
가끔 그랬었지 하곤 한다

그 애도 그랬던 일을 기억할까 하고

솔직하지 못했던 나를 바보같았다 비웃으며

첫사랑은 그 때, 초등학교 교실에 머물러있다.

그런 아련한 기억 때문에
스무살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생을
좋아하나 보다.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공지 만화 갤러리 이용 안내 [517] 운영자 24.02.05 119133 39
4699125 생각해보니 난 퐁퐁 걱정이 없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0 0
4699124 윤두창 이새끼 언제 탄핵됨 ?? ㅇㅇ(211.109) 21:26 2 0
4699123 톱 아이돌이 되어버린 아리스...png ㅇㅇ(219.254) 21:26 5 0
4699122 만붕이 수능 존나 어려웠는데 뭐임 고등어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2 0
4699121 번역추) 이세계 상어 개추좀 Posy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4 0
4699120 아니 사카모토 데이즈 보는데 이거 뭐임 씹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11 0
4699119 비누 <<< 이녀석 안쓴지 5년은 된듯 부카니스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13 0
4699118 집값 잡는 법 ㅈㄴ 쉽지않냐?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5 0
4699117 망가 찾아주세요. 만갤러(58.78) 21:26 5 0
4699116 [1] 만갤러(221.145) 21:26 10 0
4699115 게임 3판째 하니깐 지친다 [1] 무하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6 9 0
4699114 오징어게임 볼까말까 고민중 노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6 0
4699113 ㄴ 지애미앞에서 여장하고 하는 말 ㅋㅋㅋㅋ 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1 0
4699112 롤 미등록 신규계정 5개 삽니다 ㅇㅇ(39.7) 21:25 3 0
4699111 만갤 공식창녀 순위 ㅇㅇ(211.172) 21:25 20 0
4699110 만붕이 수능 망함 [1] ㅇㅇ(211.215) 21:25 16 0
4699109 보추 똥꼬치마, 줄여서 보똥치.jpg 배틀시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20 0
4699108 만붕이 수능 개망했다 어카냐 ㅇㅇ(218.152) 21:25 17 0
4699107 "신비한 스쿨버스" 그림작가 사망......jpg [5] 포말하우트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84 0
4699106 히로이 돈 없을 때 하는 일 [6]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46 1
4699104 일찍 자고 일어나서 내일 열심히 살아야지 [7] 진극한알록달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13 0
4699103 보추 부랄즈리레전드 ㅇㅇ(223.38) 21:25 24 0
4699102 오랜만에 3km 달리기 했는데 죽는 줄 알았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14 0
4699101 “여초1딩 아니면 닭장이다”<-철학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임 ㅇㅇ(222.102) 21:25 23 1
4699100 펠라 고수 특) 남자임 가까워보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16 0
4699099 문재인때 카카오가 진짜 대박이엇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5 24 0
4699096 만삐 지금 홈 오마카세 임 ㅇㅇ(110.70) 21:24 8 0
4699095 손흥민 <- 이사람 요새 왜 인터넷에서 욕먹음 모레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13 0
4699094 윤종단 피눈물...jpg [1] 만갤러(118.235) 21:24 43 1
4699093 여긴 응디 시티 ㅇㅇ(118.235) 21:24 20 0
4699092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이유.jpg [3] LoLHistor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48 1
4699091 "우선은 주먹을 이렇게 세워서 제 1격을 날린다" [1] ㅁㄴㅇㄹ(119.201) 21:24 36 0
4699090 만화 이름좀 찾아주세요 만갤러(14.54) 21:24 5 0
4699089 ㄴ 지애미에게 발정이나며 하는 말 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6 0
4699087 번역) 이세계 금쪽이 상어 33화 (선전포고) [4] Posye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18 2
4699086 하울 이새끼 존나 간지나네 [1] 마천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28 0
4699085 위스키 한잔하면서 애이미와인하우스 노래 듣는중 pond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3 0
4699084 pinkjoe <<이새끼 왜 요즘 펨돔물로 드리프트함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4 23 0
4699083 토스 <- 존나 불쌍한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3 31 0
4699082 수능 지구과학 지문 꼴리는 여학생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3 39 2
4699081 난 아직도 농이 뭔지 모르겠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3 38 0
4699080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하고왔다 ㅇㅇ(106.101) 21:23 9 0
4699079 오늘 만갤하면서 현웃 2번 터짐 [1] 만갤러(61.79) 21:23 33 0
4699078 개쪽본 숫자딸도 못치는이유 [1] 만갤러(126.158) 21:23 34 0
4699077 수능 끝나면 게임 존나할줄 알았는데 [5] 초전자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3 42 0
4699076 이게 슬라임이야 딸감이야..jpg [3] 모아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3 105 0
4699075 이세상을 부정하는자 그게 만붕이다 ㅇㅇ(118.235) 21:23 6 0
4699074 만붕이 이문제 답안알려줘서 직접 풀어왔어 [7] ㅇㅇ(124.60) 21:22 48 0
4699073 오네쇼타 최악의 전개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22 4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