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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머리의 청초한 그녀....gif앱에서 작성

타카기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7.07 10: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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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물드는 지학 교실, 고전부 동아리실에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교실 창가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여자였다.
나는 그때까지 청초하다는 단어의 이미지가 도무지 와 닿지 않았는데도, 그 여자를 묘사하려면 청초하다고 하면 된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검은 머리가 등까지 내려오고 세일러복 교복이 잘 어울렸다. 키는 여자치고 큰 편이다. 보아하니 사토시보다 클 듯했다. 여자이고 고등학생이니 여고생인데, 얇은 입술과 연약할 듯한 가느다란 선은 그보다 여학생이라는 고풍스러운 칭호가 어울릴 것 같았다. 하지만 커다란 눈이 청초함과는 별개로 활발한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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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요, 오레키 씨?"
"어, 나?"

사토시가 순간 평소 늘 짓는 미소가 아니라 놀리는 듯한 웃음을 띠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사토시는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나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 영악한 악당 같으니.

"우리 한번 생각해 봐요."
"……."
"자, 오레키 씨도!"

왜, 왜 내가. 지탄다가 호기심 왕성한 것은 훌륭한 일이고, 사토시의 장난기도 어떻게 생각하면 녀석의 미점 중 하나일지 모르지만, 내가 그에 맞춰 줄 의무는 전혀 없지 않나.
그러나 사태가 여기에 이른 이상 발을 빼려 하면 일이 더 성가셔질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 재미있는걸. 한번 생각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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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제가 좀 긴장해서 그래요."

침착하기 그지없어 보이는데, 그러고 보니 표정이 좀 딱딱한 것도 같다. 뭣보다도 자신이 긴장했다는 말을 무심코 흘리는 것 자체가, 이 녀석이 지금 예사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에 휘말려 그만 지나친 농담이 튀어나왔다.

"긴장? 왜, 고백이라도 하려고?"

말을 해 놓고 그제야 지탄다에게 이런 농담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하고 꼴사납게 얼버무리려 했다. 그런데 지탄다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했다.
나는 당황했다. 당황하는 통에 주인에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여기 커피 한 잔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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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레키 씨, 생각났어요. 전 산 채로 죽는다는 게 무서워서 울었던 거예요. ……다행이에요, 이제 삼촌을 떠나보내 드릴 수 있겠네요……."

미소가 떠올랐다. 지탄다는 자신의 눈이 젖은 것을 방금 깨달은 것처럼 손등으로 눈꼬리를 훔쳤다. 그때 손에 들고 있던 메모가 내 쪽을 향했다. 거기에는 내 서툰 필기체로 이렇게 씌어 있었다.

I s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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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눈앞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퍼뜩 깨달았다. 내 앞에 놓인 위스키 봉봉 포장지는 두 개. 사토시 앞에도 두 개, 이바라 앞에 한 개. 그런데 지탄다 앞에는 벌써 여섯 개나 있다. 그러는 사이에도 지탄다는 일곱 개째 포장지를 벗기려 하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말렸다.

"그만 먹어라. 그래도 술인데."

(중략)

"대본인가요?"
"그래."

지탄다가 방글방글 웃었다.

"아, 좋겠다, 좋겠다. 저도 갖고 싶어요."

이 주정뱅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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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로 누운 채 눈을 감고 있으려니 누가 들어왔다. 샴푸 냄새로 지탄다라는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지탄다는 머리맡에서 몸을 굽히고 조그맣게 불렀다.

"오레키 씨…… 괜찮으세요?"
"별로."

(중략)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뜨니 지탄다의 얼굴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이 아가씨는 일반 사람보다 개체 공간이 좁다. 그 때문에 움찔했던게 한두 번이 아니다. 방금 목욕하고 나온 연분홍 뺨, 촉촉하게 반짝이는 검은 머리. 나도 모르게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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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을 지나치려 했다.
반사적으로 손이 나갔다. 내 오른손이 지탄다의 오른손 손목을 붙들었다.
따뜻한 손이었다.
손목을 잡고 있으니 지탄다가 주먹에 힘을 주는 것을 힘줄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었다. 놔주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말이 먼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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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뭐가 있냐?"
"뭐가 있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요."

이번에는 수줍어하는 것 같다. 지탄다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저도 약간 기모노를 자랑하고 싶거든요."

(중략)

지탄다는 내가 당황한 것을 알아차렸는지 두 팔을 살짝 들어 올렸다. 소매를 가볍게 흔든다.

"자랑하러 왔어요."

기모노는 빨간색이 기조이니 분명 화려한 부류에 속할 것이다. 그런데도 전혀 야단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월다운 밝은 의상이다. 지탄다가 입으니 상스러운 느낌이 들지 않는게 신기하다. 화사하면서 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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