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뇌와 심장만 연결된 채로 있어도 자아가 있을까?'라는 질문 글을 봤다.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뇌와 심장만 가지게 된 시점’에 따라 경우를 나눠 전개해보겠다.

1)태어났을 때부터 뇌와 심장만 가지고 있는 경우 

이 경우엔 자아가 없다. 

왜냐하면 감각기관이 없으므로 세상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과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한다. 

따라서 자신과 타인을 구분할 수도 없기 때문에 자아가 형성될 수가 없다.

2)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뇌와 심장만 남게 된 경우 

이 경우에는 뇌와 심장만 남아있는 상태로 변한 직후와 그로부터 얼마간은 자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각기관이 없어 새로 들어오는 자극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건 스스로와의 끝없는 대화 뿐이다, 즉 본인의 사유에만 둘러싸여 있다. 

흰 방에 잠을 안 재우고 가둬둔 채로 자극을 최소화하는 현대의 고문기법인 '하얀방 고문'을 생각해보자. 

하얀방 고문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는 ‘뇌와 심장만 있는 상태’와 유사하다. 

Amir Fakhravar와 같은 하얀 방 고문을 경험한 이란의 반정부 저널리스트들은 sense of identity를 잃게 되었다며 자신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자신이 알던 사람들도 잊게 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2015년 국정원으로부터 4일간 하얀 밀실에서 사흘내내 감사를 받은 한 국정원 직원은 감사 직후 해리성장애를 진단받았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감각의 상실은 자아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얀 방 고문은 감각이 완전히 차단되지는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상실, 자아 분열을 초래한 걸 보면 감각이 완전히 차단되는 경우엔 더욱 심할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뇌와 심장만 있다면 자아가 형성될 수 없고, 이미 자아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뇌와 심장만 남게 된다면 자아가 유지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