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체의 자아가 아닌 타존재의 통제를 받아들인다고 가정하자.

2. 그 존재에게 본체는 최근에 고른 캐릭터일 뿐이다.

3. 그 존재에게는 본체가 가진 트라우마는 캐릭터 특성일 뿐이다.

4. 그 존재는 오히려 저렴하게 산 파손차량을 고쳐쓰며 업그레이드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비싸게 주고 무흠결의 완성품을 사는 것은 선수로서는 그다지 보람있는 일은 아닐 테니 말이다.)

5. 본체는 당연히 타존재의 통제 없이 정공법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싶을 것이다.

6. 그러나 당장 눈앞에서 치트키 써가며 내인생 업그레이드해준다는데(=노스트레스, 공부하고 돈모으고 살빼기) 당장 거부하긴 힘들다.

7. 장기적으로는 벗어나야겠다고 마음먹으면서도 당장 궁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통제를 수용하기로 재차 마음먹는다.

8. 자, 이제 통제자는 설계를 시작한다. "과거에 ~~당한 저급한 년"에 머무르기 위함이 아니라, 그래서 "앞으로 이 캐릭터로 무엇을 해나갈 것인가"하고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9. 본체는 통제에 익숙해져 본래의 자아가 희미해짐에도 불구하고, 게임시간이 길어지며 정보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인지수준도 미세하게나마 높아진다.

10. 직전에 했던 행동들이 타존재의 통제 결과임을 틈틈이 확인하며 흠칫하면서도, 다시금 통제하는 타존재에 주파수를 맞추어 더 높은 시야에서 자신을 보며 편안함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