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공간은
사실 아무도 없는 곳처럼 느껴진다는 점,
저도 인정합니다.


그러다 문득 사무실의 회색빛 공기를 뚫고
색감 쨍한 목소리가 울려퍼질 때,
드디어 오셨구나!!ㅎㅎ 싶어 들떠버립니다.


평소같으면 왔다갔다하며 그 모습을 감상했을테지만
오늘은 일이 너무 바빠서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뒷모습 훔쳐볼 시간조차 못냈습니다.


오늘 집에서 그 생각을 하며 아쉬워하다가,
문득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저사람은 나와 반대다. 그런데 나는 그런면을 좋아한다.'


제 안의 A는 무척 단정하고 어쩌면 보수적이기까지 한 아이라서, 자기자신만큼은 늘 군더더기없는 블라우스를 h라인 치마에 넣어입으며, 더워도 3cm굽의 로퍼를 신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닙니다.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분은 드레스셔츠가 아닌 청년같은 느낌의 남방을, 바지 안에 넣어입지도 않고 대강 빼서 흩날리고 다니는 데다가, 가방도 서류가방이 아닌 백팩을 메고, 자리에서도 어른주제에 바르게 앉지 않고 말안듣는 고2처럼 비스듬히 기울어진 자세로 껄렁하게 앉습니다.


저의 기준을 남들에게까지 강요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그분을 나쁘게 보는건 전혀 아니지만, 어째서 그분을 좋아하기까지 하는지는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는 말입니다. 어른인 주제에 그런 자유분방(?)한 자태가 낯설어서인지 부러운건지 멋지다고 느끼는건지는 모르겠고요. 어쩌면 그냥 얼굴이 귀여우신 탓인걸까요.


과연 그분의 땡그란 눈과 깎아놓은 밤톨같은 두상과 호리호리한 체격에 유교보이라도 어울릴까요?? 제가 좋아했을까요????? 모릅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