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100%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앱에서 작성

ㅇㅇ(60.225) 2024.04.27 16:18:32
조회 137 추천 0 댓글 0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나는 100퍼센트의 여자와 스쳐간다.

그다지 예쁜 여자는 아니다. 멋진 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 뒤쪽에는 나쁜 잠버릇이 달라붙어 있고, 나이도 모르긴 몰라도 이미 서른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50미터 앞에서부터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부터 내 가슴은 불규칙하게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어쩌면 당신에게는 선호하는 여자의 타입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발목이 가느다란 여자가 좋다든가, 역시 눈이 큰 여자라든가, 절대적으로 손가락이 예쁜 여자라든가, 잘은 모르겠지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식사하는 여자에게 끌린다든가 하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는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의 코 모양에 반해 넋을 잃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100퍼센트의 여자를 유형화하는 일은 그 누구도 할 수가 없다. 그녀의 코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었던가 하는 따위의 일은 나로서는 절대 기억할 수 없다. 아니, 코가 있었는지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그다지 미인이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뭔가 이상한 일이다.



"어제 100퍼센트의 여자와 길에서 스쳐 지나갔어"라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미인이었어?"라고 그가 묻는다.



"아니, 그렇진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겠군."



"그게 기억나지 않아. 눈이 어떻게 생겼는지, 가슴이 큰지 작은지, 전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그거 이상한 일이군."



"이상한 일이야."



"그래서, 뭔가 했나? 말을 건다든가, 뒤를 밟는다든가 말이야"라고 그는 지루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





그녀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걷고 있었다. 무척 기분 좋은 4월의 아침이다.

다만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녀의 신상에 관해 듣고 싶기도 하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81년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에, 우리가 하라주쿠의 뒷길에서 스쳐 지나가게 된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해명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나서 어딘가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우디 앨런의 영화라도 보고, 호텔 바에 들러 칵테일이나 뭔가를 마신다. 잘되면 그 뒤에 그녀와 자게 될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벌써 15미터 정도로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면 좋을까?



"안녕하세요. 단 삼십 분이라도 좋으니까 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겠습니까?"

바보같다. 마치 보험을 권유하는 것 같다.



"미안합니다, 이 근처에 24시간 영업하는 세탁소가 있습니까?"

이것도 바보 같다. 우선 나는 세탁물을 담은 백조차 지니고 있지 않지 않은가.



어쩌면 솔직하게 말을 꺼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나에게 100퍼센트의 여자입니다."



그녀는 아마도 그런 대사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믿어준다고 해도, 그녀는 나와 이야기 같은 건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있어 내가 100퍼센트의 여자라 해도, 나에게 있어 당신은 100퍼센트의 남자가 아닌걸요, 라고 그녀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태에 처한다면 나는 틀림없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나는 벌써 서른두 살이고 결국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꽃가게 앞에서, 나는 그녀와 스쳐 지나간다. 따스하고 자그마한 공기 덩어리가 내 피부에 와 닿는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 위에는 물이 뿌려져 있고, 주변에는 장미꽃 향기가 풍긴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다. 그녀는 흰 스웨터를 입고 아직 우표를 붙이지 않은 흰 사각 봉투를 오른손에 들고 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다. 그녀는 무척 졸린 듯한 눈을 하고 있었으므로 어쩌면 밤새 그것을 썼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사각 봉투 속에는 그녀에 관한 비밀이 전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몇 걸음인가 걷고 나서 뒤돌아 보았을 때, 그녀의 모습은 이미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때 그녀를 향해 어떤 식으로 말을 걸었어야 했는지를 확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한다 해도 꽤 긴 대사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능숙하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하는 생각은 언제나 실용적이지 못하다.

아무튼 그 대사는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로 끝난다.









옛날 옛적에, 어느 곳에 소년과 소녀가 있었다. 소년은 열여덟 살이고, 소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다지 잘생긴 소년도 아니고, 그리 예쁜 소녀도 아니다. 어디에나 있는 외롭고 평범한 소년과 소녀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세상 어딘가에는 100퍼센트 자신과 똑같은 소녀와 소년이 틀림없이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어느 날 두 사람은 길모퉁이에서 딱 마주치게 된다.
"놀랐잖아, 난 줄곧 너를 찾아다녔단 말이야. 네가 믿지 않을지는 몰라도, 넌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야"라고 소년은 소녀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인걸. 모든 것이 모두 내가 상상하고 있던 그대로야. 마치 꿈만 같아"라고 소녀는 소년에게 말한다.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 질리지도 않고 언제까지나 이야기를 계속한다. 두 사람은 이미 고독하지 않다. 자신이 100퍼센트의 상대를 찾고, 그 100퍼센트의 상대가 자신을 찾아준 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속에 약간의, 극히 사소한 의심이 파고든다. 이처럼 간단하게 꿈이 실현되어 버려도 좋은 것일까 하는......

대화가 문득 끊어졌을 때, 소년이 이렇게 말한다.

"이봐, 다시 한 번만 시험해보자. 가령 우리 두 사람이 정말 100퍼센트의 연인 사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어디선가 다시 만날 게 틀림없어. 그리고 다음에 다시 만났을 대에도 역시 서로가 100퍼센트라면, 그때 바로 결혼하자. 알겠어?"

"좋아"라고 소녀는 말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면, 시험해볼 필요는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100퍼센트의 연인 사이였으니까. 그리고 상투적인 운명의 파도가 두 사람을 희롱하게 된다.
어느 해 겨울, 두 사람은 그해에 유행한 악성 인플루엔자에 걸려 몇 주일간 사경을 헤맨 끝에, 옛날 기억들을 깡그리 잃고 말았던 것이다. 그들이 눈을 떴을 때 그들의 머릿속은 어린 시절 D.H.로렌스의 저금통처럼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명하고 참을성 있는 소년, 소녀였기 때문에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다시 새로운 지식과 감정을 터득하여 훌륭하게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정확하게 지하철을 갈아타거나 우체국에서 속달을 부치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리고 75퍼센트의 연애나, 85퍼센트의 연애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렇게 소년은 서른두 살이 되었고, 소녀는 서른 살이 되었다. 시간은 놀라운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소년은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라주쿠의 뒷길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향해 가고, 소녀는 속달용 우표를 사기 위해 같은 길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향해 간다. 두 사람은 길 한복판에서 스쳐 지나간다. 잃어버린 기억의 희미한 빛이 두 사람의 마음을 한순간 비춘다.

그녀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란 말이다.
그는 내게 있어서 100퍼센트의 남자아이야.

그러나 그들의 기억의 빛은 너무나도 약하고, 그들의 언어는 이제 14년 전만큼 맑지 않다.
두 사람은 그냥 말없이 서로를 스쳐 지나, 그대로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고 만다.
슬픈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보았어야 했던 것이다.

7fed817fb48368f551ee86e540847c73655aa19bef612af6e65260f9f750f02b

- dc official App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매니저들에게 가장 잘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10 - -
1368333 애미 이런짤은 왜 내 갤러리에있는거냐.JPG [7] 이로하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124 0
1368332 이거 일순간에 몇번을 한거임??...gif [6] ㅇㅇ(223.62) 24.04.27 157 0
1368331 카즈ㅡ호!!! [1] 갤럭시레인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55 0
1368328 샹그릴라 프론티어 번역해주는 분 [1] ㅇㅇ(211.193) 24.04.27 64 0
1368326 ai그림 손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네 [4] ㅇㅇ(58.78) 24.04.27 97 0
1368325 그래서 고닉 카즈호 어케 됨?? [1] 비단털쥐(223.39) 24.04.27 203 0
1368319 풀나이트 보다가 너무 암울해서 포기했슴... [2] starbuck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38 0
1368318 진격거 이 엔딩듣고 울컥했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47 1
1368317 여장중독 학생회장의 딜도자위...jpg [2] ㅇㅇ(110.9) 24.04.27 172 0
1368315 오호고에 = 이거 듣고 어떻게 딸침 ㅇㅇ(61.74) 24.04.27 207 0
1368314 여포 <<< 이새끼 생각해보니 일당백 가능할듯ㅇㅇ [1] ㅇㅇ(125.182) 24.04.27 36 0
1368312 번역추) 톱로헤도로 [1] 야채알곱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44 0
1368311 취미로 그림배우는데 나중에 웹툰 만들어볼까 [1] ㅇㅇ(118.40) 24.04.27 35 0
1368310 야옹 상담원.jpg [3] ㅇㅇ(58.78) 24.04.27 113 1
1368309 싸움독학 애니 나만 재밌냐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335 0
1368308 이거보니 나도 개명마렵네....JPG [6] 이로하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102 0
1368307 조지아 커피 맛있다 ㅇㅇ(61.74) 24.04.27 31 0
1368306 난 잠수준비 저거 궁금한게 ㅇㅇ(223.38) 24.04.27 34 0
1368305 김유식은 나 만갤 알바로 뽑아라 ㅇㅇ(104.28) 24.04.27 35 0
1368304 샤니마스 애니 카호.gif [2] ㅇㅇ(222.118) 24.04.27 114 1
1368300 나루토, 블리치 둘다 안 봤는데 지금 보기는 그렇지? [1] ㅇㅇ(211.206) 24.04.27 45 0
1368299 님들 이거 어디가 더 유리함 [4] 만갤러(175.223) 24.04.27 39 0
1368298 으 이제 모작을 푸니르여초딩완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36 0
1368297 정신병 환자 보추.jpg ㅇㅇ(118.235) 24.04.27 128 0
1368295 영악한 요즘 급식들...jpg [8] ㅇㅇ(223.62) 24.04.27 232 1
1368294 "김만붕님의 직업은 히든 클래스 '교배 아저씨'입니다." [4] 시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79 0
1368293 멕시코 발음이 멕시코가 아니었음.... ㅇㅇ(118.235) 24.04.27 34 0
1368292 닌텐도DS << 초딩시절에는 거의 하이엔드급 가전이었음 [4] ㅇㅇ(115.138) 24.04.27 53 0
1368291 괴수가 뭔 격투술이여 [2] Rap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65 0
1368290 괴짜 샐러드볼<-이거 자판기같이 ppl 애니더라 [2] ㅇㅇ(110.47) 24.04.27 74 0
1368289 주우재가 86년생이라고? [1] ㅇㅇ(39.117) 24.04.27 79 0
1368288 재입대해서 훈련소 무쌍 찍고 싶다. 킴선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33 0
1368287 호제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ㅇㅇ(118.235) 24.04.27 43 0
1368286 바둑잘두는사람보면 ㄹㅇ멋있음 [4] ㅇㅇ(180.69) 24.04.27 51 0
1368285 빅젖도 와몸매 여초딩도 와몸매 [2] ㅇㅇ(121.171) 24.04.27 131 0
1368283 만부우우이 우우우우울해애애애애 ㅠㅠㅠㅠㅠㅠㅠ [4] 이로하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47 0
1368282 오 풀나이트 빠따녀 살았네 [2] 부카니스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41 0
1368280 씹저해적단<<지들만 해수면상승 대비완료되어있음 [2] ㅇㅇ(59.26) 24.04.27 42 0
1368279 이제 기만하는 사람 다 차단해야지 [10] 시끄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53 1
1368278 일론머스크<<테슬라랑 뭔 사이임? [1] 만갤러(106.255) 24.04.27 51 0
1368277 졸리다 했다가 혼남... [8] 테드펀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74 0
1368276 나도 재태크 배워야되나... ㅇㅇ(118.40) 24.04.27 29 0
1368273 내가 병신이란걸 온세상이 알까 두렵구나 ㅇㅇ(27.115) 24.04.27 30 0
1368272 한계를 초월한 라면 ㅇㅇ(121.184) 24.04.27 43 0
1368271 짤녀 나임 [2] ㅇㅇ(220.65) 24.04.27 52 0
1368270 급식시절 꿈꾸다가 깨면 기분 이상함 [8] 삐끼데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68 0
1368267 번역) 풀 나이트(FOOL NIGHT) 27, 28화 (4권시작) [42] 문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3677 70
1368265 준치는 생선 <<< 만갤의 유일 호감 고닉임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78 0
1368264 책읽으면 졸려 [5] 씨옷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27 49 0
1368263 글 저장은 왜 함? ㅇㅇ(172.226) 24.04.27 28 0
뉴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동서대와 손잡고 전문 교육 개시 디시트렌드 03.09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