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한의사셨음.
면허? 그런 건 모르겠음.
좀 많이 옛날 분이라 있으셨을 수도 없으셨을 수도.
아무튼 우리 할아버지는 시골마을에서 약방 운영하심.
나무집 안에 들어가면 한약 냄새 솔솔 풍기고
칸 존나 많은 큰 서랍에 녹용같은 약재 들어가있고
그런 곳이었음.

난 유치원 들가기 전까지 거기서 많이 지냄.
부모님이 맞벌이시라.
할아버지랑 그렇게 친하진 않았음.
일방적으로 사랑받는 그런 입장이었음.

그러다가 할아버지께서 아프시기 시작하고
병원에서 몇년 누워계시다가 돌아가심.
내가 초3 때인가 어렸을 때였음.

그 후로 시간이 흘러 내가 중학교 들어갔을 때였음.
언젠가 한번 목이 제대로 맛이 갔는지
아침에 일어나니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그랬음.

그런데 학원 가는 길에 친구 한명이 아이스크림이나
쳐먹어라? 뭔 그런 얘기함.
그래서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으라고? 물으니.
목 부었을 땐 아이스크림 먹어야 된다함.

난 ㄹㅇ 처음 듣는 이야기라 딴 애들한테 물어보니
다른 집도 다 그런다네.
그래서 뭐지 싶었음.

왜냐면 우리집에선 목 아프면 뜨거운 물 마셨거든.
따듯한 물도 아니고 마시고 나면 혓바닥 알싸?해지는 뜨끈한 물.

왜 그랬냐면, 그래야지 목에 낀 가래가 녹는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에 감기에 걸렸을 때마다
아버지께서 뜨거운 물을 마셨었고,
그게 나한테 이어진 거였음.

무려 3대째 이어지던 감기 치료법이었지.
그래서 난 아이스크림 이론을 받아들이질 못했어.
어떻게 받아들이겠어 그걸.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나의 한평생을 무너뜨리는 그런 것인데 말이야.

난 코웃음 치고 집가서 괜히 뜨거운만 물 존나 쳐마셨지.
다음날 목이 제대로 맛가서 조퇴하고 병원 감.
갔더니 의사선생왈,
뜨거운 거 마시지 말고 아이스크림 많이 먹어라.

뜨거운 물 말도 안 했는데 그걸 어케 안 건지 몰라도
뜨거운 거 마시지 말란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그날 집 들어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한봉다리 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