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진 않지만 도락산으로 기억한다 

하산길에 등산로 바로 옆에서

큰 볼일을 보는 아줌과 마주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쪼그려 앉아서 힘쓰고 있는 아줌의 측면을 보았고

아줌은 집중하고 있는중이라

나를 미쳐 발견하지 못했다

순간 멈칫하며

걸음을 이어가야하나 아님 몸을 숨겨야하나 고민했었다

그렇게 주저하는 사이

누군가 아줌정면에서 후다닥 뛰어오더니

아줌을 가리더라

아이고 여기가 등산로 였구나

라며 나 들으라고 크게 이야기하더라

그렇게 나도 몸을돌려 아줌이 뒷처리할 시간을 주었고

두사람의 발소리가 어느정도 멀어진 후에야

다시 발걸음을 이어갔다

당시 수풀이 한창 우거질 시기였고

난초처럼 생긴 낮은 풀들이 이슬을 잔뜩 머금어

올라갈때 바지 밑단이 촉촉하게 젖을 정도였다

그리고 굴곡이 심한 길이어서

아마도 등산로를 벗어나 깊이 들어간곳이

등산로 바로 옆이었다는걸

완전히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터덜터덜 내려가며

아줌이 영역표시한곳을 살펴보았는데

뒷처리한 휴지가 안보이더라

나름 자연을 사랑하는 동호인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