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 등산가 다니구치 케이(43·사진)씨가 등반 도중 숨졌다. 그는 세계 최고 산악인에게 주는 '황금피켈상(賞)'을 여성 최초로 받았던 인물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지지(時事)통신 등에 따르면, 다니구치씨는 지난 21일 홋카이도의 해발 1984m 구로다케(黑岳)산 정상에 오른 직후 내려가다 정상 부근에서 추락했고, 이튿날 정상에서 700m 아래 부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니구치씨는 비교적 완만한 루트 대신, 다른 등반대원 4명과 함께 북쪽의 가파른 절벽 루트에 도전했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는 2001년 미국 매킨리(6193m)를 시작으로 마나슬루(8163m)·에베레스트(8848m) 등에 올랐으며, 특히 미답(未踏) 코스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2008년 인도 카메트(7756m) 남동벽을 최초 등반했으며, 2009년 '등반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프랑스 황금피켈상을 여성 최초로 수상했다. 피켈은 등반할 때 얼음을 깨는 도끼다.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좌우명대로, 한 번 갔던 산은 정상에 올랐든 못 올랐든 다시 가지 않았다. 산에서 만난 사람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걸로도 유명했다. 등반 중 여러 번 만났던 산악인 김형일씨가 2011년 히말라야 등반 도중 추락사하자, 김씨 묘에 참배하기 위해 2012년 한국을 찾았다. "어머니보다 일주일 더 살고 싶다"고 말하곤 했던 김씨의 애틋한 효심에 감명받았던 그는 김씨 어머니를 만나 김씨 대신 수양딸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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