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같이 일하는 형님이 갑자기 산에 가자고 하시네요.

이런저런 일로 송년신년 산행 뒤로 

동네산도 못간터라

좋다고 시간을 잡았습니다.

메인 취미가 등산도 아니신 분이

왜 갑자기 산을?

알고보니

인터넷에서 뭔가를 검색하다

아래의 블러그를 보고  이번 겨울 가기 전에

꼭 저 곳을 가보고 싶어 산에 가자고 하셨던거 였어요.

http://sangil00.blog.me/90190279749

 들어가 보니 저도 가끔 들어가 구경을 하고

등갤도 아주 가끔은 오실만한 분의 블러그였네요.

일단 다음 날 횡계행 첫차를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뽐뿌질 하던 그 형님은 갑작스런 일로 못 오시고...

뽐뿌 받은 저와 근처 사는 분과 둘이 동서울에서 만났네요.

이런...

한때 폐쇄되었던 구 대관령도로의 휴게소가

양떼 목장이 세간에 알려지고 선자령에 많은 사람들이 찾으면서

동네 분들이 임대를 하여 운영하고  있다는군요.

 블러그에 나온 풍경을 다음 주에라도 보고 싶었던 형님은

저 보고 이번엔 선자령 다녀오고

담주에 다시 한번 일정잡아 같이 가자고 하셨는데...

막상 들머리에 가보니 평일임에도 선자령가는 사람들이 많아

블러그를 보고 추정했던 바우길 2구간을 가보기로 합니다.

 대관령 옛길 구간을 점검해봅니다.

 국사 성황사로 ~

 선자령 가는 임도와 만나는 곳에서

우리 두명과 다른 사람들이 갈립니다.

 길에 들어서니 길의 흔적은 있으나 러셀이 되어있지 않더군요.

아마도 지난 주말 러셀을 했으나 평일 중에 눈이 많이와 묻힌듯...

 블러그에서 본것처럼 눈꽃이 예쁜 풍경은 이미 지나갔네요.

 반정까지 그리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무릅이상 빠지는

길 때문에 체력이 달렸어요.

 반정 지나도 계속 이 상태면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기로 하고

일단  가봅니다.

 블러그에서 본 풍경을 보려면

여기 어디선가 우측의 능선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불가능... 내려가며 눈을 헤치는것도 힘든데

어찌 올라가나요...

 방수도 안되는 스패츠 위로 눈덩어리가 마구 들어와 신발안 양말안까지

적시더군요.

 허리 혹은 가슴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치고 다니시는 분들은 도대체 어떤 심장을 가졌을까요...

몇번은 엉덩이 썰매를 타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며 가는데

왠지 어린아이가 된모양으로 히히덕거립니다.

재미났어요.

 반정에 도착했습니다.

대관령 구 도로...

어릴적 차를타고 넘어가다 잠시 쉬었던 기억도 나고

강릉에서 이 고개를 넘어 걸어가던 생각도 났습니다.

제설해 놓은 눈이 무척 높았네요.

 전망대에서 점심을...

 블러그에서 보았던 풍경은 포기했고

다음 구간에 사람 흔적이 없다면 여기서 강릉으로 도로따라 가려고 했어요.

강릉시내 일부와 바다가 보여야 하는곳인데 미세먼지 때문인지 개스인지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런데 길을 살펴보니

앞서 간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더군요. 

발자국 따라 가보자! 

한 십여명 이상이 앞서 간듯 했는데

이전 구간에 비해 훨씬 수월했네요.

 중간에 오르시는 분 두분 얘기로는 십오명이 지나갔다고 하시더군요.

덕분에 쉽게쉽게 지나갈 수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려갈수록 눈이 슬러시가 되가는 형국...

대관령 옛길에 있던 주막을 재현 해놓았네요.

뭔가 사연이 있었는데 잊었습니다. 

뽀죡하거나 날카로운 모든 것을 둥글게 둥글게 만드는 눈의 위엄이네요. 

 생각해보니  선자령 갈림길부터

계속 하산길이었어요.

오르지는 않고 하산만한 등산이 되버렸습니다.

대관령 박물관 가는 갈림길은

제설이 된 동네 차로와

산길이 있었는데

사람 흔적없는 눈길로 가기에는 무리일 듯 싶어

제설된 길로 갑니다. 

대관령 박물관앞에서 버스 타고 강릉시내쪽으로 왔네요.

 작고 큰 장비들이 아직도 눈을 치우느라 분주하더군요.

많이 녹은거라는데도 불구하고 잔설이 이렇게 많은거 보면

한 일주일전에 얼마나 큰폭설이 왔는지 짐작이 됐어요.

눈 구경도 좋지만

강릉쪽은 더 이상 눈이 오면 안되겠어요.

백년만의 큰눈이라니...

다음에는 눈 다녹고 봄에나 가봐야겠습니다.

끝

근데 생각해보니 별로 안망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