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갤 여러분 안녕

등산 갤러리에 입산한 초보등산쪼랩 30살총각이라구해.

요번에 회사에서 휴가를 줬는데 2주 남기고 줘서 갈데가 없더라구.

그래서 쿱항뒤지는데.. 설악파크호텔 39900원이 뙇!!!!

원래 산 좋아하고 제주도 가면 한라산 백록담 찍고 내려오는데 8시간? 정도면 찍거든

나름 이십대엔 히말라야 트레킹요런거 했었는데 그땐 3000-4000m 왔다갔다해서 졸라 교만했었지..



그래서 초행길인데 일단 네이버 지도 틀고 어떻게 공략할지 생각했지

숙소는 정해졌으니.. 대피소나 알아볼까 하구..

먼저 본 코스는 오색-대청으로 타는 거였는데 빡세보여서

한계령 타고 갈림길 가서 능선타고 끝청으로 가서 중청 소청 코스로 짰어..

근데 네이버 지도에 킬로 수 재보니 얼마 안되데? (이때가 캐교만..미쳤었던듯)

그래서 그냥 숙소도 공원동 입구쪽인데 비선대 -공원입구로 하루에 뚫자! 해서 재보니까

한 20km 안되더라구

겁도 없이 그렇게 산행 계획을 짜고..

식량은 육포랑 쬬코바랑 양갱이랑 닥터유 에너지바 그리고 요새 맛있는 가자비(감자과자)

등등.. 일단 출발..

사실 운동화에 등산바지에 티랑 바람막이만 가지고 갔었어..

이렇게 험한 줄 알았으면 스틱 필수인데 병신같이 스틱도 없이 가려니 2시 이후부터는 무릎 다 나가겠더라고..

암튼.. 동서울 터미널에서 6시반 첫차타고 출발하는데 비가 졸라와..

아 어케 되겠지 하고 한계령 8시 50분에 내렸는데 아.. 너무 춥다.. ㅜㅜ 

안개가 완전 자욱하고 바람은 어찌나 불던지 일단 바람막이 + 비옷 무장하고

겁도없이 뛰어들었어.. 

한계령 타고 올라가는데 아놔.. 너무 감봤네.. 내가 설악산의 어머니를 능멸했네.. 이런 생각이 마구 들더라고.

한계령 갈림길에서 끝청 - 중청 가는길은 완전 비오고 앞도 안보이고 이미 몸은 쫄닥 다 젖어서 (우비써도 발이랑 바지는 그냥 아작나더라구..) 

거기다가 길이다 돌이야.. 역시 악산이라고 생각하면서 가는데 돌이돌이.. 돌아버리게 많고 빡시드만

네이버 지도로 길 재던 미친짓을 떠올리면서 도보속도에 1/4 로 밖에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되니

갑자기 너무 무모한 짓을 벌인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이때만해도 끝청이었음.

그래도 가자 하는 근성으로 중청찍고 소청찍으러 가는데 이상하게 주변이 오싹오싹하는거야..

나름 길도 괜춘하고 주변 평지인데 왜이럴까 이러면서 ..

재밌는게 노래를 크게 흥얼거리면서 가는데 노래부르면 더 오싹하고.. 안부르면 괜춘하고 이래서..

이상하네.. 생각을 했지. 아 노래는 무키무키만만수의 전곡을 부르고 있었어.. 얘네 요새 좀 짱인듯..

암튼 그렇게 오싹한 부분 지나고 중청 소청 가니까 비가 비가.. 더와.. 쒯..

절경은 하나도 못보고 안개만 완전 자욱하고 바람 쩌니까.. 역시나 등반객 하나 없네.

저코스 돌면서 만난 등반객이 총 6명이야 알고 봤더니 입산통제 됐었던데 공원입구에선;;

아무튼 소청에서 부터 희운각 양폭.. 뭐 길이 계속 내리막 익스프레스여..

이때 진짜진짜 후회한게 스틱 안산거.. 아 스틱 아 스틱 아 스틱 ㅆㅂㅆㅂ 하면서 2시부터 1시간 지날때마다

무릎이 완전 아작나는 것 같더라.. 아무튼 희운각 대피소 가니까 암도 없네? 매점은 문닫고..

이때가 2시 반이었으니까.. 한계령 출발이 9시니 신흥사 찍고 소락파크호텔 6시 까지 가겠다고 생각을 했지..

근데 몸이 점점 망가지니까 죽겠더라구.. 폭포들 보니까 잠깐식 오메 쥑이네 하면서 리프레쉬 되긴 했는데

계곡 물이 뿔어서 다리 건널때마다 잘못 건너면 ㅈ 되겠다.. 하는 생각에 덜덜..

나중에 계곡동네=천당폭포부터 비선대 까지 지날때는 내려가는 계단에서 무릎이 아작나는 거 같아서

옆에 봉 잡고 뒤로뒤로 한걸음씩 내려왔다는.. 그러니까 다리가 조금 덜 아프더라구..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여..시장이 반찬..음..

암튼 계곡 쒼나게 보면서 평지는 좀 달리면서 오니까 비선대 도착 6시.. 쭉 걸어서 신흥사 도착 6시반이더라..

생각보다 더걸리긴 했는데.. 암튼 비가 계속 계속 쏟아지고 계곡물이 뿌니까 공포감이 엄습해서 좀 무리한 거 같아..

암튼 거기서 놀란게 호우주의보로 입산통제 ㅋㅋㅋㅋㅋ 막 붙어있더라;;

결국 등산객을 못만난 게 아니라 가면 안되는 데 막 혼자 가고 있었다는 거지..

아무튼 설악산 어머니의 은혜를 입어.. 무사히 탐방지원센터에 도착..

디따시 만한 불상도 보고 합장도 하고.. 화장실 가서 보니까 몰골이 물에 쫄닥젖어서 최악이더라 ㅋㅋ

호텔에 첵인 하려면 (그래도 나름 무궁화 다섯개던데) 머리는 말려야 겠어서 화장실에서 머리말리고..

거울보니까 피부가 완전 고와졌어.. 지금 생각하면 졸라게 질려서 그랬던 거 같은데 암튼 모공이가 다 사라졌음..

머리 말리고 일 좀 보고 그렇게 호텔까지 걸어갔어.. 그냥 1200원 내고 속초 시내버스 탈 걸..

입구에서 호텔까지 20분이라 마지막 남은 체력을 방전시키고는 호텔입성..

배가 너무 고파서 앞에 고기 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먹었어..


원래는 2박 3일 계획으로 월요일은 울산바위, 화요일은 대청 넘어 오색으로 가서 버스타고 서울 가는 거였는데..

저렇게 달리고 나니까 일어나서 걷기도 힘들더라고.. 직장생활 5년만에 체력이 개그지됐어...

암튼 지금은 무사히 귀환에서 글올려봐.. 그리고 콜라소변 몇번 봤네..ㅜㅜ

좀 있음 좋아지겠지 뭐.. 암튼 결론은


1. 비오는 날 산행은 경치보기 안좋다.

2. 산 앞에서는 언제나 겸손 또 겸손.

3. 초행이면 장비빨이 중요하다..

였구..

집에와서 설악산 조난사고로 검색하니까..

덜덜... 대박 많더라 죽은 사람들도 졸 많고..

돌이켜 보면 정말 그럴만한 코스 많고 특히 겨울에 많이 죽었던데

나도 여름인데도 길 몇번 잘못 들어서 낚였다가 다시 돌아왔으니까..

암튼 등산 횽아들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위험한 산은 친한 놈들이랑 가야겠어. 혼자는 조난 당해도 즉사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