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노주섭 기자】 부산을 세계적인 국제회의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시설을 확충한 벡스코(BEXCO·부산전시컨벤션센터·사진)가 주먹구구식 경영에다 마케팅 전문성 부족 등으로 혈세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부산시에 따르면 벡스코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154억4700여만원으로 141억300여만원의 전시·임대사업 원가와 판매비, 관리비용 등을 뺄 경우 28억5200여만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개관 10년째에 접어드는데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벡스코 경영부실은 대부분 부산시 보조금 등 시민의 혈세로 보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벡스코의 대대적 조직개편 및 구조조정과 함께 경영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벡스코는 뛰어난 해안 절경을 자랑하는 해운대 특급호텔 등과도 인접해 '리조트형 컨벤션센터'로서 보기 드문 입지여건을 갖추고도 구먹구구식의 안일한 경영에다 비전문가 위주로 운영되면서 만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컨벤션 전문가들은 "손익계산서의 전시사업수입과 전시사업원가를 비교해 본 결과 전시사업 원가가 너무 높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전시사업의 수익성 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특단의 체질 개선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전시장 확충에 따른 부담까지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벡스코는 해운대 중심상업지로 훌륭한 입지·교통여건 등을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시설물 활용 노력도 부족해 주요 부대시설 임대 과정마다 수의계약 등에 따른 입찰 잡음만 낳는 등 총체적 경영부실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벡스코는 개관 10주년을 맞은 지난해 총 821건의 각종 전시행사 개최와 232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시행사 한 건당 평균 매출액이 1800여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격년으로 열리는 '부산국제모터쇼' 등 일부 행사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전시행사도 유치하지 못해 전문성 부족으로 콘텐츠 개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부산시는 전시컨벤션분야를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꼽을 만큼 높은 비중을 두고 있으면서도 비전문가로 채워지고 있는 벡스코의 운영 등은 '강 건너 불 보듯'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산을 세계적 전시컨벤션도시로 육성하려면 다양한 콘텐츠 개발, 지역 전시기획사와의 협력관계 강화 등이 시급한데도 마케팅 등을 포함한 주요 부서의 상당수 간부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일부 고위직은 부산시 간부급 인사들의 자리보전용으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자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