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셀수 없을 만큼 아주 먼 옛날,
이 땅 위에 역사라는 것이 태동하던 그 때,
마한의 오십여개 국이 하나 둘 씩 백제에게 그 피와 땀 모두 빼앗기던 바로 그 때,
가장 마지막까지 저항하였던
'원지국'의 수도 원산. 완산. 그 전주.


백제 멸망 고스란히 지켜보고 통한하던 그 땅에
다시금 영웅 하나 우뚝 서 나라 세워 백제의 그 이름 다시 이었으니
후백제의 수도, 견훤의 왕도가 된 후삼국 시절의 전주.


아들이 아비를 금산사에 가두고 반란을 일으키매
왕건에 다시 그 땅, 그 이름, 그 백성 고스란히 다 바친 후백제의 수도.
다시 한번 나라의 멸망을 지켜본 땅. 아니, 그 고통 고스란히 뼈와 살에 새긴 그 곳.


다시 오백년 후,
마침내 또 다시, 기어이, 왕을 낳고야 말은 그 땅.
요동에서 태어났으되 그 피 구석구석
완산의 정기 아니 이어받은 곳이 없었던
전주 토호 이안사의 고손, 이성계.
조선국 태조고황제 이성계.


그로부터 또 다시 오백년,
왕가의 관념적인, 혹은 실질적인 본향으로
오랫동안 존중받던 도시.
호수 기준 조선의 3대 도시, 지방 6부 중 한 도시.
태조 대왕 어진 모신, 국보 태조어진이 존재하는 경기전과
전주 이씨 시조 위패 봉안한 조경묘와
또 그 산소로 추정되던 곳에 쌓은 조경단과
명나라 3대 명필 주지번이 쓴 '풍패지관' 현판 장엄한 객사와
목조 대왕 이안사 사시던 터 '이목대'와
태조대왕 잔치베푸시던 '오목대'가 모두 고스란히
지금까지 그대로 남아있는 유적의 땅.
효와 충, 조선의 마음 간직된 그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