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 반값등록금 보며 “투표하면 바뀐다” 학습
나꼼수 돌풍·SNS도 서울 유권자들에겐 큰 역할
19대 총선에서 서울지역 20대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율이 화제다.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은 64.1%로 전국 20대 투표율 평균 45.0%를 크게 웃돌았다. 인천과 경기의 20대 투표율이 각각 38.5%, 34.1%였던 것에 견줘 두배 가까이 높다.
서울 지역 20대 유권자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누리꾼들은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다. 핵심 키워드는, 박원순·나꼼수·SNS·촛불이다.
지난 해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을 배출한 뒤 “투표하면 바뀐다”는 학습효과를 치렀다는 분석이 으뜸이다. 특히 박 시장이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반값등록금을 취임하자마자 성사시키고, 얼마 안가 서울시 비정규직 105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며 투표하면 바뀐다는 확신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트위터 이용자 @sozzang***는 “박원순 시장이 보여준 반값등록금 시행을 보면서 (정치인들이) 반값등록금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 였다는 거. 실행가능 정책이었다는 거를 피부로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에서 취업전선의 희망을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팟캐스트 방송 <나는꼼수다>의 영향력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나꼼수의 영향력이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20대 서울 유권자들에게는 통했다는 분석이다.
트위터 이용자 @june***는 “서울에서 민주당이 이긴 건 나꼼수 때문이다. 나꼼수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의 투표근이 단련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hpar***는 “나꼼수를 듣고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팟캐스트 방송 청취율이 높은 수도권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트위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다. @T_tig***는 “아무래도 서울의 20대가 보수신문이나 티브이를 보지 않고도 트위터처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실제 트위터 주요 이용자는 수도권의 젊은층이다. 전체 트위터 이용자 중 51.5%가 수도권 이용자이고, 평균 연령이 27.9살이다. 반면, 강원도 트위터 이용자는 전체의 3.6%, 광주·전남·전북 이용자가 8.65%, 대전·충남·충북이 8.85%, 대구·부산·경남·경북은 26.5%에 그친다. 또 수도권에서는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 인터넷 이용자 38.7%에 그쳐 수도권에서는 트위터의 이용률이 높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국적으로 보면 에스엔에스(SNS)가 이번 선거에서 기대했던 것에 비해 영향을 못미친 측면이 있지만 적어도 수도권에서는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에스엔에스가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고 오프라인에서 분위기를 같이 잡아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4년 전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촛불 청소년들이 지금의 20대 초반이 된 것도 ‘서울 20대 높은 투표율’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187***는 “월드컵 중계를 집 쇼파에서 티브이로 보는 것과 광장에서 붉은 옷 입고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촛불을 들었던 경험이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그맨 김용(@gopc11)씨는 “지난 광우병 촛불 집회 때 어느 여고생이 나에게 준 빵과 우유를 기억한다. 아저씨 ‘전 내일 등교해야 하니까 끝까지 지켜주세요.’ 그 때 촛불 소녀들이 유권자가 되어 첫 선거를 치렀을 것이다. 20대의 높은 투표율!”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20대 유권자가 보이고 있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서울 지역 20대에게는 박원순 학습효과가 컸던 것 같다. 취업문제 등 원인이 ‘내가 노력을 안해서 그런건가’ 고민했는데, 경험해보니 ‘구조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며 “20대는 정치적 무관심층에서 ‘정치 학습효과층’이 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트위터 등을 통해 유명인사들이 투표독려한 것이 서울의 20대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지금의 20대는 과거 운동권 세대처럼 의식화 교육을 받지 않지만 여전히 사회에 대한 불만이 높아 유명인사들의 말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또 “방송사 출구조사에 부재자 투표까지 더 하면 20대 투표율 64.1%보다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선거 직후에는 “20대 투표율이 27%”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른바 ‘20대 개XX’론이 다시 회자되었다. 그러나 서울지역 20대 투표율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20대에 사과와 격려를 쏟아내고 있다.
@kaths***는 13일 “엇그제 27%란 소리 듣고 너무나 안타까워했던 한명입니다. 20대들에게 죄송하고 사과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ki***는 “어제 20대 ‘까는’ 멘션 사과드리며 앞으로 20대 만나면 존댓말 쓰겠습니다. 저희 30대가 ‘개발렸으니까’요. 20대 형님들 존경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지영 작가(@congjee)는 “서울 20대 넘 감동”이라며 투표한 20대를 격려했다.
한편, 19대 총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최종 투표율은 54.2%로 나와, 중앙선관위 공식 집계인 54.3%에 근접했다. 출구조사 결과 연령별 전국 투표율은 20대 45.0%, 30대 41.8%, 40대 50.3%, 50대 64.6%, 60대 이상 69.7%로 20·30대 투표율이 18대에 견줘 크게 올랐다. 18대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중앙선관위 집계 기준)은 28.1%, 30대 35.5%, 40대 47.9%, 50대 60.3%, 60대 이상 65.5%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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