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적 일이었다. 유치원 입학식날, 렉권과 렉권의 쌍둥이 형은 어머니가 손수 떠주신 똥색 스웨터를 똑같이 입고 할머니께서 직접 만들어주신 나비넥타이를 똑같이 매고 아버지께서 잘라주신 똑같은 바가지머리를 하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탄성에 으쓱한 나머지 되지도 않는 팔자걸음을 걸으면서 유치원으로 향했다. 교회 지하실에 만든 유치원에는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옹기종기 줄맞춰 앉아 재잘재잘대고 있는 가운데, 늘씬하고 이쁜 선생님이 들어와 자기소개 시간을 시작했다. "자기소개 시간을 갖겠어요~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냐면요~ 한 명씩 앞으로 나와서 \'나는 누구입니다\'라고 자기소개하고 들어가는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은 맨 앞줄 가운데 앉아있던 렉권을 지목했다. 렉권은 당당하게 나가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구입니다." 2초가 약간 못되는 정적이 흐른 후에 뒤에 모인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렉권은 울상이 되어서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얼굴이 빨개져서 어쩔 줄 모르.. 고 있었던 게 아니라, 주위의 학부모님들의 팔을 부여잡고 같이 웃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난지 어언 6년 3개월 12일, 쪽팔림이란 개념을 처음 체득하게 된 렉권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고 있었다. 결론은... 저 드라이버는 그 드라이버가 아니란 거다. 근데 저걸로 300야드가 나가버리면 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