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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들어오십시오." (이제 끝 더 궁금하면 본문 봐 조금 더 올림)

ㅇㅇ(176.227) 2016.08.03 17:12:38
조회 218 추천 0 댓글 4

														

홈즈의 대답에 벌컥 문이 열리며 방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클레스 처럼 건장한 몸집에 위엄있는 얼굴을 한 사나이였다. 입고 있는 옷 또한 무척 호화로왔다. 저고리 소매와 깃 가장자리에 값진 아스트라칸의 모피가 달려 있었으며, 어깨에 걸쳐진 청색 망토의 안감은 눈에 확 띄는 노란 비단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에메랄드로 장식된 부로우치로 망토의 양쪽 깃을 여미고 있었다. 정강이 중간쯤까지 올라오는 장화는 얼굴이 비칠 만큼 잘 닦여 있었고, 끝부분은 포근해 보이는 다갈색 모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 모든 호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인상은 한껏 차려입은 벼락부자 같았다. 하지만 그 사나이에게서 가장 색다른 것은, 편지로도 이미 알려 왔지만, 얼굴의 위쪽 반을 덮은 복면이었다. 새까만 복면 사이로 파랗고 날카로운 눈초리가 이쪽을 살피듯 지켜보고 있었다. 복면의 방문객은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편지는 보셨나요?" 하고 두툼한 입술을 떨면서 약간 쉰 목소리로 물었다. "예" 홈즈는 먼저 자기 소개를 한 다음, 왓슨을 조수로서 소개했다. "음.........." 복면 아래 보이는 손님의 뺨이 움직였다. "별 지장이 없으시다면, 당신의 이름을 말씀해 주십시오." 홈즈가 재촉하듯 말햇다. 복면의 의뢰인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난 보헤미아  왕국의 귀족, 폰 크람 백작입니다. 홈즈씨, 여기 계신 당신의 조수 왓슨씨는 신용할 만한 사람입니까? 될 수 있으면, 당신과 단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왓슨은 잠자코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홈즈는 재빨리 왓슨의 손목을 붙잡아 앉히며, "와트슨을 신용하시지 않는다는 것은 저를 신용하시지 않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하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요? 그렇다면 할 수 없군요." 백작은 어깨를 추썩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먼저 당신네들 두 분께서 약속을 해줘야겠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털어놓는 비밀을 무슨 일이 있어도 2년간 지켜 주셔야  합니다. 2년 뒤라면, 비록 비밀이 새더라도 그때는 이 사실로 하여 유럽의 역사는 별로 바뀌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홈즈와 왓슨은 백작의 어마어마한 말투에 어리둥절했지만, "약속합니다." 하고 순순히 대답했다. "그 다음엔 이 복면에 대해서인데 의아하게 생각지를 마십시오. 내가 

복면을 하고 있는 것은 어느 지체 높은 분의 명령에 의해서입니다." 그러자 홈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당신이 말씀하신 이름이 가짜 이

름이란 것도........" "아니, 그걸 어떻게........" 복면 안에서 파란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것이 우리들의 일입니다." 백작은 흠칫 몸을 떨었다. 잠시 후, 그는 흐트러졌던 숨결을 가다듬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우리 보헤미아 왕국은, 나라가 세워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만일 지금 그 재난의 싹을 뽑아 내지 않으면 왕국은 물론......." 손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홈즈가 말했다. "보헤미아 왕국을 가장 오랫동안 지배해 온 오름시타인가가 멸망한다고 말씀하시려는 거지요?" "당신은 내가 말하려는 걸 모두 알고 있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스파이......." 복면의 의뢰인은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는 사립 탐정의 얼굴을 두려움과 의심이 뒤섞인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저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유럽 안의 일쯤은 알수가  있습니다. 스파이 짓 따위는 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발 믿어 주십시오, 폐하." "뭐, 뭐라구?" 복면의 손님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방안을 바쁘게 왔다갔다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홈즈를 향햐 똑바로 서서, 복면을 잡아뜯어 팽개쳤다. 복면 밑에서 하얗게 질린, 그러나 잘생긴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흥분으로 입술을 떨며 소리치듯 말했다. "홈즈, 자네 말이 맞았네. 자넨 내 정체를 꿰뚫어보고 말았네. 나야말로 보헤미아 왕국의 국왕이야." 홈즈는 침착하게, 방바닥에 떨어져 있는 복면을 주워  책상 위에 놓았다. "전 한눈에 당신이 국왕 폐하임을 알아보았습니다. 태생이 고귀한 분은 아무리 변장을 교묘하게 해도, 자연히 그 위엄이 드러나게 마련이죠." 홈즈는 드물게 아첨의 말을 했다. 그리고는 국왕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폐하, 어찌하여 폐하께선 고귀한 신분을 감추시고 홀로 이런 누추한 곳에 행차하시었습니까? 폐하를 모시고 있는 신하 중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까?" "물론 정치상의 문제라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몇 있지. 그러나 이번 일만은 그들에게  맡길 수 없다네. 만일 이 일이 내 반대파들에게라도 알려졌다간 왕위를 빼앗기는 것은 물론, 우리 집안은 망하고 마네. 그래서 난 아무도 몰래 혼자서 자네를 찾아온 걸세." 홈즈는 고개를 약간 끄덕이더니, "알았습니다. 그럼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 주십시오." 하고 말했다.



  아름다운 여가수


보헤미아 국왕은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차분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쯤 전, 나는 바르샤바에서 얼마 동안 머무른 적이 있네. 그때 바르샤바의 한 극장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아이리인 아드라와 알게 되었네." 홈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와트슨에게로 얼굴을 돌리며 말했다. "왓슨, 인명 사전을 좀 찾아봐 주게." 왓슨은 책장에서 인명사전을 뽑아, 해당되는 페이지를 펼쳐 홈즈에게 건네 주었다. 홈즈는 그것을 들여다보며, "과연 아이리인 아드라라고 나와 있군." 하고 중얼거리더니. 커다란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1858년, 미국 뉴저지주 태생. 알토 가수. 스칼라 오페라단에 출연. 바르샤바 제실 극장 전속 프리마돈나........" 홈즈는 문득 읽기를 멈추고 고객를 끄덕였다. "여기에서 국왕 폐하의 눈에 띄었겠군. 그리고 은퇴, 그후 런던으로 이주라....... 그뒤 폐하께서는 이 아이리인 아드라와 계속 사귀어 오셨군요. 그 동안에 세상에 공포되면 곤란한 편지 같은 것을 여러 통 이 여가수에게 주셨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그것을 돌려 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지요?" "자네가 말한 그대로일세. 그런데 자넨 어떻게 그렇게 모든 걸 미리 다 알고 있나?" 홈즈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래, 폐하께서는 그 여가수와 비밀리에 결혼하셨군요. 왕비가 되게 해주겠다는 약속이라도 하셨나요?" 하고 물었다. "무슨 소린가? 그 여자는 그걸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난 결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네. 신의 이름으로 맹세하지." "그럼 장래를 보장하는 무슨 증거 문서나 사인이라도 주셨습니까?" "그런 것도 주지 않았네." "그럼 폐하께서 그 여가수와 사귀는 동안 그녀에게 남기신 게 있다면, 폐하가 직접 쓰신 편지뿐이겠군요."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 그런 일로 뭘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그런일이라면 얼마든지 모면할 길이 있습니다. 만일 그 여인이 편지를 들고 나와, 돈이나 왕비 자리를 요구해 오면 가짜라고 버티십시오." "필적을 속일 수 없는 게 아닌가?" "누가 가짜로 썼다고 버티신다면?" "그게 쉽지 않을 것이, 내 전용 종이를 사용했거든." "궁전 안 서재에서 도둑멎은 것이라고 하신다면 어떨까요?" "아니. 내 봉인이 찍혀 있네." "봉인쯤 위조하는 건 마음만 먹으면 무척 쉬운 일입니다." "여러 가지로 도움말을 주어 정말 고맙네. 하지만 난 그 여자에게 사진을 주고 말았어." "폐하, 사진이라면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아. 그건 나하고 그 여자 단둘이서 찍은 사진이야. 게다가 내 사인이 들어 있네." "사인이 들어 있다, 게다가  두 분이 함께..... 폐하께서는 조금 경솔하셨군요." "음, 난 그 여자에게 빠져 있었어. 미쳐 있었던거야. 그 무렵 난 아직 황태자로, 겨우 25살이었네. 철이 없었지. 지금은 꽤 후회하고 있네." "후회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한시바삐 사진을 돌려 받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돈의 힘으로도 안 될까요?" "그 방법도  써 봤네. 그런데 그 여인은 세계의 돈을 모두 긁어모아 그 절반을 준다 해도 그 사진과는 절대로 바꾸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네." "돈의 힘으로 안 된다면, 스파이를 고용해서 훔쳐 내면 어떨까요?" "물론 그렇게도 해봤네. 한번은 바르샤바에서 첫째가는 소매치기를 매수하여 그녀의 집을 구석구석 뒤지게 했지. 그런데 빈손으로 돌아와서 그 집안에는 절대로 없다는 거야. 자기의 솜씨로 못 찾아 낼리가 없다는 거지. 그래서 다음에는 여행 중에 두 차례나 그 여자의 트렁크와 핸드백을 가로채게 해서 철저히 조사해 봤네. 하지만 역시 허탕이었네. 오히려 그 소매치기에게 내 금시계를 소매치기당했을 뿐이야." 홈즈는 터지려는 웃음을 참고. "참으로 흥미있는 사건입니다." 하며 국왕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자네에게는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중대한 문제일세." "실레했습니다. 그래, 아이리인 아드라는 그 사진을 이용해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습니까?" 설마 그것을 미끼로 하여 왕비의 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일세. 그 여자도 그러한 요구가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네. 그 여자의 목적은 오직 하나, 나를 파멸시키는 거야." "어떤 방법으로요?" "난 얼마  후에 결혼하기로 되어있네. 상대방은 스칸디나비아왕의 왕녀인 크로칠드 로우즈만 폰 작세메닝겐이라네." "그 얘긴 들었습니다." "자네도 알겠지만, 스칸디나비아 왕가는 가풍이 엄격하기로 유명하지. 크로칠드 왕녀도 남달리 기품이 있는 여성으로, 만일 내가 황태자시절에 여가수와 사귀었다는 말을 들으면 그날 중으로 정중하게 혼담을 거절해 올 걸세." "알았습니다. 아이리인 아드라는 그 혼담을 어디선지 듣고, 폐하를 협박하고 있군요." "맞았네. 그 여자는 나하고 함께 찍은 사진을 크로칠드 왕녀한테 보내겠다는 거야." "화가 나서 한번 해보는 예사로운 협박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까?" "홈즈, 자넨 그 여자를 몰라. 그녀가 알마나 아름다운지, 또 얼마나 열정적인지, 그러다가 한번 토라지면 얼마나 싸늘하고 매몰찬지를 자네는 모르지. 그녀라면 한번 하겠다는 일은 꼭 해내고 말 걸세." "그 사진은 벌써 스칸디나비아 왕가로 보내진 게 아닐까요?" "그럴리는 없네." "어째서 그렇게 믿으십니까? 혹시 무슨 그럴 만한....." "나하고는 왕녀의 약혼이 정식으로 발표되면 그날 보내겠다고 그녀가 편지로 경고해 왔거든. 그녀는 거의 기계처럼 자기가 말한 대로 할 걸

세." "그래, 약혼 발표는 언제입니까?" "이번 월요일이네. 그때까진 사흘밖에 남지 않았어." "사흘이면 충분합니다." 홈즈는 태평했다. "그럼 즉각 조사에 착수하기로 하겠습니다. 폐하께서는 그 동안 런던에 머물러 계시겠지요?" "물론일세. 아까 말한 이름으로  랜험 호텔에 묵고 있네. 혹시 볼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주게." "알았습니다. 그럼 조의 진행 상황은 편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잘 부탁하네. 난 걱정이 되어 밤에 잠도 잘 못자고 있네. 괴로운 일이야." "황송합니다. 전 조사비 쪽이 걱정인데........" "음, 필요하다면  내 수표장을 맡기겠네. 현급이 좋다면 여기 가지고 있는 걸 내 놓고...... 그 사진을 돌려 받을 수만 있다면 난 내 왕국의 절반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네." 국왕은 외투 밑에서 유피로 만든 지갑을 꺼내더니, 탁자 위에 금화와 지폐를 쏟아 놓았다. "모두 1만 파운드는 될 걸세. 이걸 조사비의 일부로 써 주게." "고맙습니다." 홈즈는 흩어진 금화와 지폐를 모아 잘 간수하면서, "아이리인 아드라의 현주소는 알고 계십니까?" 하고 물었다. "세인트 존즈우드구, 서펜타인 거리의 부라이어니 별장일세." 왕은 주소록을 꺼내 보지도 않고 줄줄 대답했다. 홈즈는 자기의 수첩에 그 주소를 적어 넣더니, "아, 폐하께 여쭤 본다는 것을 그만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보헤미아 왕국을 뒤흔들고 있는 사진의 크기는 어느 정도입니까" 하고 물었다. "세로 16.5 센테미터, 가로 12 센티미처일세." "그럼 곧 좋은 소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홈즈는 깊숙이 머리를 숙여 국왕을 배웅하였다. 국왕을 태운 쌍두 마차의 말발굽소리가 멀리 사라지자, 홈즈는 서둘러 외출 준비를 하였다. "왓슨, 난 잠깐 조사할 일이 있어서 나가 봐야겠네. 내일 오후 3시에 다시 와 주지 않겠나? 그럼 부인에게 안부 전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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