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대로는 안될거같다...
악몽을 꿨는데
너무 끔찍하고 생생하게
나의 한심함이 느껴지는 꿈이였다.

먼저 제일 처음으로 보인 씬은
소파위에 남자아이 두명이 앉아있는 모습인데
대략 열살 언저리로 보이고 형제 인거같았다.
형으로 보이는 아이는 무표정하고 익숙하다는듯
마치 이럴줄 알았다는듯 티비를 시청하고있고
동생인 아이는 서운하고 실망한듯 고개를 떨구고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이였다.
아마도 미래의 내 아이들인듯
(결국 딸은 없이 아들만 둘인건가 ㅠㅠ)
처음엔 아이들의 표정보다도 애들이 너무 선이 곱고 이쁘장하게 생겨서 오... 이게 정말 내 자식들인가?? 하는
나를 닮지않은것에대한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곧이어 장면이 바뀌면서 중년의 여자가 등장하는데
내 마누라.. 약간 주름이 파이고 인상이 서글서글해졌지만 여전히 내눈에 아름다워보였다
내 아내는 프릴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단정하게
올린머리에 화장도 한걸보니 아마 어딜 나갈준비중인거같았다.
그러고보니 아이들도 한껏 차려입고있었지..
어떤상황인지 잘 파악이 되지않고있던 와중
짜증을 잔뜩 머금은듯 인상을 찌푸린 아내가 입을 열었다.
'후우.. 너희 아빠는 어디서 뭘 하느라 연락도 안돼고
코빼기도 안보이니... 자기 자식 생일인건 알고있는건지...'


...


순간 꿈속에서도 섬뜩한 기분이 들면서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아마도 그날은 둘째아이의 생일..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로 약속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가장인 내가 나타나지않고 연락도 두절된상태.
잔뜩 기대했었는듯 울상이된 둘째아이와...
이미 이런적이 한두번이아니라
그럴줄알았다는듯 심드렁해보이는 첫째아이의 표정..
아내의 서운함 가득한 얼굴에서
난 내가 무얼하고있을지를 어렴풋이
예상할수있었고... 제발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미래의 나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이내 다른 장면이 펼쳐지며...
난 나에게 완전히 실망해버렸다.

쨍쨍한 햇살.
뽀송하다못해 바삭하게느껴지는 공기
햇빛이 잔잔히 부서지는 드넒은 바다..그옆에
끝도없이 펼쳐진 도로는 마치 바다와 누가더 긴지
경쟁중인듯 보였다.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진득하게 들러붙는 타이어..
빠르게 갈라지는 바람.. 지속적인 기계의 울음소리..

아름다운 붉은 파니갈레와 헬멧쓴 사내가
해변의 태양아래 눈부시게 빛나며 달리고있었다.
그게 미래의 나라는건 쉽게 알수있었다.
분명 그모습을 본다면 누구나 그림같이 멋지다는
감상을 남기며 감탄하겠지만..
그장면을 바라보는 나는 그럴수없었다..
미래의 나는 가족들에대한 일은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신나하고있었다.

꿈에서 깨었다.
어떤의미로는 끔찍한 사고를 당하거나 괴물이 나오는
꿈보다 훨씬 무서운 악몽이었다.
나는 그런 무책임하고 가족에게 소홀한 어른이 되는걸까??
이대로 바이크에만 미쳐버린채로...

꿈속에서 만난 아이들의 표정이 자꾸만 떠올라
가슴한켠이 저릿저릿해온다...

무언가 바꾸려 노력해야지...
무얼 바꾸야하는걸까??

그래.

바이크를 바꾸자.
산다. 빠니갈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