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레종의 전설을 모르시는 분은 없지요?

한 여편네가 부처에게 공양할 게 없으니 자기 애라도 데려가라고 뱉은 말 때문에 결국 부정을 타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아기를 쇳물에 공양하여 만든 종인데.

그 뒤로 타종 때마다 아이가 쇳속에서 구슬피 우는 듯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고 알려진 명종이지요.

하지만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이미 수십년 동안 에밀레종은 타종하지 않지요.

그런데 우리 바갤에도 그런 에밀레종과 같은 꼬마종이 있습니다.

꼬마종은 누가 건들기만 하면 니애미 니애미 하고 구슬픈 종소리를 낸답니다.

이 꼬마종에도 슬픈 전설이 있는데요. 대략 예상 가능하시겠지만. 꼬마종 쇳물에도 불쌍한 사생아가 공양되어 있다는군요.

소문에 따르면 할배가 한겨울 경비실에 박혀서 커피믹스 녹여마시면서 힘들게 키운 사생아였다는데요.

부모 사랑을 모르고 자란 애가 쇳물에 들어가 있어선지.

악기에 물든 니애미 소리가 압권인 종이랍니다.

하지만 종소리가 너무 흉악한 나머지 요즘엔 그 누구도 꼬마종을 타종하지 않는데요.

그것도 모르는 꼬마종은 자기 종소리가 고와서 그런 줄 알고 슬슬 정상인 코스프레를 하고, 자길 쳐내지 않는 착한사람 위주로 친목질을 하고 있다는군요.

정말 지독한 악귀이지요.

타종되지 않는 에밀레종이 에밀레종인 것처럼 

꼬마종 또한 본질은 변치 않음을 압니다.

언제라도 수틀리면 낯짝 뒤집고 니애미 거릴 악귀랍니다. 부모한테 버림 받은 경험 때문에 의리나 정의로움 같은 게 자생할 수가 없는 애새끼가 되고 말았거든요.

부모에게 버림 받은 원혼이 깃들어 있는 그 종은 언제라도 다시 한 번 니애미 하고 울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니애미~~ (도 널 버렸니!)

울애미~~ (는 날 버렸는데!)

니애미~~~ (도 널 버렸어야해!)

울애미~~~ (는 날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