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울에서 본 일이다.

늙은 라이더 하나가 바이크센타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중고 오토 한 대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오토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센타 사장의 입을 쳐다본다.

 센타 주인은  라이더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오토를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오토 키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센타를 찾아 들어갔다.

 가게 밖에서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오토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국내에서 만든 오토바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센타 주인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오토를 어디서 훔쳤어?" 라이더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 오토를 빠뜨립니까? 넘어지면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라이더는 손을 내밀었다. 센타 사장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키를 던져 주었다.

그는 키를 얼른 집어서 오토를 타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오토바이가 긁히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오토를 만질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타고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오토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키를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500cc짜리를 줍니까?

50cc 한 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스쿠터 한 대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대 한 대 얻은 돈에서 조금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오토바이 마흔 여덟 대를 250cc 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1500cc' 한 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오토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오토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오토바이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오토바이 한 대가 갖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