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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플러를 순정으로 바꾼 이유.txt - 라갤펌앱에서 작성

시간의여행자(223.33) 2015.07.24 22:33:12
조회 916 추천 8 댓글 4



라이더가 되기 전까진 결코 몰랐지, 마후라 소리가 이렇게 좋은 줄. 언젠가부터 멀리 어딘가에서 머플러 소리가 들려오면, 반갑게 귀 기울이며 모델명을 짐작하곤 해. 이제 단기통, 2기통, 4기통 머플러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됐으니까. 소리만으로 추측했던 바이크가 실제로 저 멀리서 다가오면, 어깨가 절로 으쓱해져. 여러 머플러 소리를 들어봤지만, 일제 4기통 레플리카에 달린 요시무라 카본 머플러와 할리데이비슨의 슈퍼트랩 머플러 소리가 제일 좋았어. 지금도 도로에서 그 소리만 들으면 두근거려. 

나도 SR400 탈 적에 신품가격만 100만원 돈 하는 사제 머플러를 쓴 적이 있어. Peyton Place라는 유서깊은 SR 튜닝메이커의 콘치(Conti)라는 머플러였지. JMCA 비인증 품이었던 그 머플러는 참으로 우렁찼어.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도 대단했고. 여름날 새벽에 홍대 놀이터가서 스내칭하면 일동이 모두 날 쳐다볼 정도였어. 후적소리라도 한번 꽝 터지면 여기저기에서 쌍욕이 튀어나왔지. 가끔 너무 시끄러워 내 고막이 아플 때도 있었지만, 도로위의 악동이 된 듯한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이 맛에 할리타는 할배들이 막장머플러 끼우고 주말마다 개나발 불면서 쏘다니는구나 싶었지. 

어쩌다 하루는 오토바이는 집에 두고 걸어서 광화문을 갔어. 경복궁역 앞에서 신호대기하는데, 한 500m 멀리서부터 흉포한 머플러 굉음이 온천지를 울리더라. 헬멧 같지도 않은 바가지 걸치고, 선글라스 차고 느릿느릿 다가오던, 할리데이비슨 4대. 똑똑히 기억해. 내 평생 단연코 최악의 마후라 폭음을 들려준 그 새끼들을 결코 잊을 수 없지. 

그 망할 놈들은 지들끼리 흥에 취해 신호대기 중에도 끊임없이 스로틀을 감아댔어.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들 모두가 귀를 손으로 막았지. 나도 욕을 내뱉으며 귀를 막으려는데, 갑자기 옆에 애를 업은 젊은 엄마가 뒷걸음질 치면서 뛰어가는거야. 워낙 찰나의 순간이라, 뒤에 업은 애 귀를 손으로 막아주진 못하고, 돌아서서 뛰어가면 애가 더 시끄러울까봐 그냥 뒷걸음질 치면서 막 뛰어가더라고. 할리 탄 놈들은 이런 엄마의 다급한 마음을 모르고, 사정없이 스로틀 감으면서 날아갔지. 아. 정말 화나고, 부끄럽고, 미안하더라. 차라리 내 귀 가린 손으로 어린애 귀를 대신 가려줄 걸, 그 때 알았어. 씨팔. 이거 미친 짓이구나.

그 길로 집에 가서 오토바이를 끌고 나와 머플러를 순정으로 바꿨어. 이후로 머플러 욕심 내본 적 없어. 아마 남은 평생 인증 못 받은 머플러는 안 쓸꺼야. 시끄러운 머플러를 쓰면 내가 더 안전하고, 약간의 출력상승 덕분에 더 재밌게 탈 수 있는 걸 알지만, 나 하나 좀 더 좋자고 길에 서있는 사람들 하루를 망쳐버릴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최근 오토바이를 내려온 후로는 나도 걸어다니는데, 단기통 모타드를 길에서 만난 날엔 하루종일 기분이 안 좋아. 정말 그 라이더가 원망스러워. 한 때 오토바이를 탔던 나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사람들은 얼마나 더 짜증날까 싶은 생각도 들고. 

내가 없으면 온우주도 없는 것과 다름없기에 나 꼴린대로 살련다는 사람들 말리고 싶은 맘은 없지만, 그래도 도심에선 스로틀이라도 조금만 살살 감아주길 부탁하고 싶다. 자꾸 그 엄마 얼굴이 생각나서 하는 말이야. 1일 1뻘글 써보자길레 동참해봤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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