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 인구 대상 말고 "동네 주민 대상" 자영업 하는 경우
비싼 집, 비싼 차, 절대로 사지 마라.
갖고 있으면 팔거나, 숨길 수 있다면 숨기고 들키지 말아야 한다.
들키면 문제니까 그냥 파는 걸 추천한다.

이건 부모님이 회사 다니시다, 부동산 하시다가
서울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36평 마트를 열 때의, 우리 가족 16년 전 이야기다.

원래 경기도 살았었는데, 부모님은 가게가 좀 자리 잡을 때까지
서울에서 사우나 혹은 가게 창고에서 주무시면서 가게에 매진하셨다.
전단지 열심히 돌리고 행사도 하고, 이른 아침에 열고 새벽에 닫고.
이건 가게 규모가 많이 커진 지금도 마찬가지시다.

이러시다 어느 정도 가게가 안착한 뒤, 가게 길 건너의 아파트에 전세로 이사를 왔다.
가게와 가깝고 집이 괜찮았다.
이사 뒤 손님들이 평소와는 달리, 걸어와서 가게 여는 모습을 보고 저기 옆 아파트로 이사했냐고 물었다더라.
뭐, 뻔히 동네 장사인데 뭐 뻔히 들킬 거짓말을 어떻게 하겠냐. 출퇴근 하는 게 보이는데.
딱히 해야 될 필요성도 못 느끼셨고. 그렇게 옆 아파트로 이사했다고 말하셨단다.

그런데 갑자기 매출이 하루하루 점점 떨어지는 거다.

알고 보니 "XX아파트(옆의 좀 더 비싼 아파트)에서 살면서

우리 OO 아파트에서 장사해서 우리 아파트 주민 상대로 돈 벌어 먹는다"
이런 소리로 뒷담화 까고 있다고 단골 되신 몇몇 분께서 알려주신 거다.
더럽고 치사한데 가게는 쉬이 옮길 수가 없었다.
인테리어, 이사 비용은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마트는 아무래도 물건들 유통기한이 긴 것들은 미리 재고가 쌓여 있기도 하고,
옮기기 부적합한 물건도 많아서 다른 업종보다도 가게 이전을 더욱 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가게가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그렇게 "같은 주민"이 되니까 매출이 다시 올라갔다. 떨어지기 이전보다도 더 오르더라.
X발. 남이 어디에 살든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거기 아파트보다 싼 주변 빌라나 다른 싼 아파트 사는 자영업자??
다들 예상하겠지만, 아무 소리도 안 한다.

차량도 마찬가지였다.
소나타 팔고 제네시스 구매하신 같은 상가 호프집 사장님이 있었다.
여기 호프집은 치킨이 참 맛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만에 "비싼 차량 샀다, 먹고 살만 한가보다. 장사 잘 되나 보다"
이렇게 뒷담화로 쑥덕대고 호박씨가 시작된 거다.
특히 아파트는 아줌마들로 인해 입소문이 빠르다.
거기도 매출 떨어졌다. 거기 사장님은 좆같아서 가게 접으셨다.
남이 일반적인 회사원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악착같이 벌은 거에 배알이 꼴려가지고. 씨발놈들.

아버지가 같은 마트 업종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하는 카페, 네이버 밴드가 있었는데
거기서 알게 된 분들이랑 이야기 해봐도 위와 같은 이야기들 많이 나온다더라.
입는 옷, 시계, 신발도 위와 비슷한 맥락이더라.

"손님은 왕이다" " 장사치는 하인이다" 란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있어
평범한 일개 영세 장사치에게 좆같은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가게에서 뿐만 아니라
가게 외에서도 더 나쁜 집에 살고, 더 나쁜 옷을 입고, 더 나쁜 차를 타며
장사치는 손님보다 항상 열등할 것을 강요한다.

이런 우월감, 열등감 이런 나쁜 의식들이
오롯이 아파트 거주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인, 아니 인간 종특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거다.

알다시피 장사는 좋은 자리, 목을 잡는 게 최우선 사항이다.
첫째도 자리고 둘째도 자리다. 셋째는 사장 쯤 되려나.
우리나라 도시 구조 특성상 유동인구 대상이 아닌 "동네 주민 대상 자영업" 의 경우
대단지, 다세대 아파트가 필수불가결 조건이다.
좁은 대지 면적에 인구가 많이 살고, 그게 곧 다 잠재적 고객이 되실 분들이니까.

그런데 좋은 자리라, 가게가 주변에 세대 수 많은 아파트 많이 끼고 있으면
인간의 우월감, 열등감 이런 종특이 그들만의 폐쇄적인 입주자 커뮤니티에서
더욱 더 신속하고 비대하게 돌고 돌며 마침내 광기에 휩싸인다.
이 광기가 동일한 APT 입주민이라는 결속으로, 일치 단결된 모습으로 모아지는 게 참 무섭다.

그러니까 절대 비싼 집, 비싼 차, 비싼 옷...
갖고 있다면 들키지 말고, 웬만해선 사지도 타지도 입지도 마라.
더럽고 치사해도 참고, 나중에 더욱 대성해서 그때 사라. 끝.


자영업자 모두 다들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