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시골에서 자라서 가족들과 농사만 지었다.
가족들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니
그녀는 친구들과 뛰어놀고 싶었지만
농사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낮엔 학교를, 밤엔 공장을 다녔고
자신이 모은 돈으로 힘들게 대학교에 진학했다.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었기에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다.

그녀는 작가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을,
취업이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뛰는 길을 쫓았다.
쫓고 또 쫓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회는
그녀의 발자국을,
땀방울을 ,
발자국 소리를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녀가 쫓은 길의 끝에는 한 발자국만 더 가면
낭떠러지인 절벽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컨베이어 벨트는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탈출하고자 했던
공장의 부속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녀가 서른살이 되었을 무렵,
그녀의 엄마와 아버지는 무조건 결혼을 하라고 보챘기에
오빠의 소개로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그 남자는 매우 못생겼고 성격도 무뚝뚝했지만
그녀는 결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남자를 좋아해보려고 노력했다.
결혼에는 사랑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슬프게도 그녀의 생각보다 그 남자는 훨씬 보잘 것 없었다.
그 남자는 똑똑하지도, 돈이 많지도, 잘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다.
또한 그 남자는
배가 나온 채로 흡연을 하며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베짱이같은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남자였다.

그 남자와 그녀의 결혼 생활은 지옥이었다.
그녀가 공장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 남자는 밥을 빨리 차리라고, 빨래를 널으라고,
설거지를 하라고, 집을 치우라고 했다.
그 남자는 오로지 베란다와 거실을 들락거리며
하루 종일 담배만 태울 뿐이었다.

그녀의 낮은 공장의 매연으로,
그녀의 밤은 담배의 연기로 뿌옇게 가득차버렸다.
뿌옇게 흐려져버린 그녀의 자리에는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그 남자를 사랑하진 않았지만,
나를 사랑했다.
나를 아꼈고,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