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고 한 사르트르의 명언에 잘 압축되어 있다. 이 한 문장에 실존주의 철학이 압축되어 있느니만큼 이를 이해하는 데에는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라는 말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실존주의 핵심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르트르의 이 명언이 실존주의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것은 그것이 사물과 대비되는 인간의 존재 양식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는 사물의 존재 양식과 달리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인간의 존재 양식을 개념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이로부터 실존주의의 핵심 개념인 인간의 주체성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를 위해 먼저 그 반대인 ‘본질이 사물에 앞선다’는 말의 의미를 살펴보자. 예를 들어 교실의 의자를 생각해보자. 의자는 교실에 존재하기에 앞서 그 책상을 제작한 사람의 머리 속에 그 본질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무엇 때문에 이 의자를 만들며, 의자의 재료는 무엇으로 할 것이며, 크기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와 같은 의자에 대한 구상이 제작자의 머리 속에 먼저 그려진 다음 그에 따라 의자는 제작된다. 이 경우 의자가 실재로 존재하기에 앞서 의자의 본질이 먼저 존재했다는 점에서 볼 때, 의자에 있어서는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고 말할 수 있다.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 양식은 사물의 그것과 다르다. 사르트르가 보기에 인간은 사물과 달리 본질이 규정되지 않은 채 세상에 던져진 존재이다. 이는 곧 인간에게는 본질이 없으며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은 이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의 미래 가능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본질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인간은 주어진 본질에 의해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을 통해 끝없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점에서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 “인생은 B(Birth)와 D(Death)사이에 있는 C(Choice)이다”는 사르트르의 또 다른 명언이다. 물론 만일 신이 존재하고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인간의 경우도 사물과 같이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의 마음 속에 인간을 창조하려는 의도와 구상이 앞서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인간의 주체성을 표현한 것이다. 신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은 인간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만들어갈 뿐이다. 인간은 ‘지금 여기’ 자기가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만들어가는 주체이다. 이것이 바로 실존주의가 제시하는 인간의 모습이며, 동시에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고 한 말의 의미이다. 사르트르에 의하면 진정한 휴머니즘은 인간의 가치 자체보다 인간이 가치를 창출하고 의미를 규정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택하고 책임지며 산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 말은 그저 주어진 대로 남을 따라 사는 사람들에게 맞는 말이다. 사르트르가 보기에 인간의 삶은 무의미하기 때문에 오히려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삶은 인간이 선택해 의미를 부여할 때까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존적인 삶은 인간의 실존에는 아무런 목적도 없다고 선언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실존적인 삶에는 근원적인 감정인 불안이 내재해 있다. 비록 실존은 자유롭지만 실존적인 삶에는 선택, 책임에 따르는 불안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실존적 인간이 된다는 것에 따르는 부담의 무게를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는 말은 달리 말하면 인간의 주체성을 표현한 것이다. 신이 없는 세계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은 인간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면서 만들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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