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neosherlock.com/archives/16915사냥은 끝났다, 개를 잡아라직원 돈으로 1600만원 롤렉스 사고… 사장님은 ‘해고’로 갚았다
박상규 기자
2022.09.14
롤렉스 시계가 담긴 케이스를 가방에서 꺼내 건넸을 때 대표님은 당황하지 않았다. 보는 눈이 없어서인지, 이런 고가의 선물 혹은 뇌물이 익숙한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이거 뇌물인데… 누가 보낸 거야?”
“김은경 사장님께서 이거 전달 못하면 저 베트남 돌아오지 말라고 했습니다.”대표님은 케이스를 열고 시계를 확인했다.“어디서 구입했어?”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매장에서 직접 구매했습니다.”대표님 얼굴의 미소가 더 진해졌다. 케이스를 닫을 땐 안전한 물건인지 마지막 팩트체크를 했다.“어떻게 가져왔어?”
“세관에 신고했습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대표님은 “역시 능력 좋다”며 김대식(1980년생, 가명)을 보고 웃었다. 자연스럽게 시계가 든 케이스를 집어들고 자기 책상 서랍에 넣었다. 급히 숨기진 않았지만, 누가 봐서 좋을 것 없는 물건이었다.물건 전달을 마친 김대식은 허리 숙여 인사하고 건물 2층 대표이사 방에서 나왔다. 그는 서울 강남 거리에 서서, 대표이사 사무실 바로 아래 1층 전시장에서 출고가 예정된 억대 슈퍼카를 구경했다.‘이런 뇌물 심부름을 몇 번쯤 해야 나도 저런 차를 탈 수 있을까.’부질없는 생각을 잠시 했다. 2019년 5월 14일의 일이다.<img class='size-full wp-image-16923'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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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ploads.neosherlock.com/20220914_063319.jpg 600w' sizes='(max-width: 600px) 100vw, 600px' style='box-sizing: border-box; word-wrap: normal; height: auto; max-width: 100%; display: block; margin: 0px auto;'>모두 무탈하게 지내고 있지만, 오너와 협력업체 고위직 사이에서 물건을 전달하며 개처럼 일한 김대식만 쫓겨났다 ⓒ주용성수입 슈퍼카를 판매하는 B 기업 대표이사 A의 손목을 장식할 롤렉스 시계, 모델명 ‘데이트저스트 윔블던’을 김대식도 차봤다. 김은경 (주)RED 사장 덕분에 말이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프로젝트 ‘사냥은 끝났다, 개를 잡아라’를 통해 지적하는 갑질, 폭행, 부당노동행위의 핵심 인물 그 김은경이 맞다.[관련 기사 보기 – 죽을 것인가, 싸울 것인가]날짜도 정확히 기억한다. 2019년 5월 10일, 김은경 사장은 베트남 호치민 REX호텔을 김대식과 함께 찾았다. 호텔에 롤렉스 매장이 있다.김은경 사장은 김대식 손목에 롤렉스를 채워줬다. 이 시계, 저 시계를 김대식 손목에 채워보더니, 한꺼번에 세 개를 차게도 했다. 김대식의 손목을 보며 김은경은 말했다.“A 대표이사에게 어떤 모델이 어울릴까….”<img loading='lazy' class='size-full wp-image-16925'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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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ploads.neosherlock.com/1-2.jpeg 400w' sizes='(max-width: 400px) 100vw, 400px' style='box-sizing: border-box; word-wrap: normal; height: auto; max-width: 100%; display: block; margin: 0px auto;'>베트남 호치민 REX호텔에 자리한 롤렉스 매장에서 시계 세 개를 동시에 차본 김대식. 김은경 (주)RED 사장은 김 씨에게 시계를 차게 한 후 A 대표이사에 전달할 시계를 직접 골랐다. ⓒ김대식김대식은 그날 ‘손목 모델’이었다. 김은경 사장은 약 1600만 원짜리 시계를 골랐다. 하지만 계산은 하지 않았다. 김대식이 자기 신용카드로 계산했다.“걱정하지 마. 나중에 줄게.”하지만 주지 않았다. 거래처 사람들에게 줄 선물, 혹은 뇌물을 직원 돈으로 구입하는 건 김은경 사장에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A 대표이사 밑에서 일하는 C 부장에게 물건을 전달할 때도 그랬다.김대식은 2019년 3월 29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680만 원짜리 IWC 시계를 구입했다. 곧바로 슈퍼카 판매장으로 가 C 부장에게 시계를 건넸다. 그러자 C 부장은 자신의 아우디 승용차 키를 김대식에게 내밀었다.“1층 주차장에 제 차 있거든요. 운전석 뒷좌석에게 두세요.”김대식은 C 부장이 시키는 대로 했다. 문제의 시계 역시 김대식이 자기 신용카드로 구매했다. 김은경 사장은 이때도 약속한 시곗값을 주지 않았다.김은경 사장이 수입차 딜러사 B 업체 쪽 인사들에게 고가의 물건을 보낸 이유는? 그의 사업적 이해관계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김 사장의 오빠 김재웅이 대표이사로 있는 (주)승일실업도 일부 연결돼 있다.수입 슈퍼카 딜러사 B 업체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다. B 사는 서울은 물론 경기도와 부산 등에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현장의 증축 및 일부 시설 교체 공사를 수주한 업체는 승일실업의 계열사였던 (주)서울건축PCM이었다.B 업체 내부 품의서에 따르면, 부산 현장 공사를 발주한 시점은 2019년 6월과 7월이다.서울건축PCM은 이 공사를 직접 하지 않고 김 사장이 운영하는 RED에 하도급을 줬다. 서울과 부산 등을 오가며 공사 관련 일을 진행한 인물이 바로 김대식이다. 하도급을 주고받은 두 회사의 대표가 김재웅-김은경 남매인 탓인지, 김대식은 두 회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했다.뿐만 아니라 김대식은 김은경 사장 딸 강○○의 인턴십 실무까지 맡아서 처리했다. ‘사장님 딸’이 인턴을 한 기업은 다름 아닌 B 업체다. 김대식이 수입 슈퍼카 딜러사 C 부장과 2019년 3월 11일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보자. 김대식이 먼저 이렇게 보고한다.
협의 내용입니다.
1. 3월 25일 ○○○○(수입차 이름), 강서 현장점검
2. 부산AS
3. 타브랜드 관련 미팅 / 박○○ 상무님 / 27일, 28일 중
4. 강○○(사장님 따님) 인턴지원(2개월)
이상입니다.약 20분 뒤 C 부장이 이렇게 답한다.
인턴 이력서 주십시오. ○ 차장과는 arrange(정리) 했습니다. 나머지는 별도 알려드릴게요.C 부장은 기사 서두에 등장하는 인물, 680만 원짜리 시계를 받고 자기 승용차 운전석 뒷자리에 두라고 지시한 당사자다. ‘사장님 딸’은 2019년 5월 13일부터 2개월간 인턴으로 일했다.<img loading='lazy' class='size-medium wp-image-16928'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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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ploads.neosherlock.com/4-48.jpg 600w' sizes='(max-width: 424px) 100vw, 424px' style='box-sizing: border-box; word-wrap: normal; height: auto; max-width: 100%; display: block; margin: 0px auto;'>김대식과 수입 슈퍼카 딜러사 B 업체 부장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두 사람은 김은경 (주)RED 사장의 딸 인턴 채용 관련 이야기도 나눴다. ⓒ김대식두 회사 RED-승일실업 쪽 업무에 이어 사장님 딸 인턴 채용까지 챙겼으니, 김대식은 그야말로 오너 일가의 집사처럼 일했다. 여기에 더해 김대식이 업무 영역을 벗어나 한 일은 또 있다.B 업체는 2018년 베트남 호치민에 수입 슈퍼카 딜러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열었다. 발주 금액 18억 원짜리 인테리어 공사를 RED 베트남법인이 맡았다. 베트남 사업장이 생겼으니, A 대표이사와 C 부장은 베트남을 방문했다. 김대식이 현지 가이드처럼 이들은 안내한 적도 있다.“공항에서 픽업해 숙소인 호텔로 안내하고, 호치민 전통시장이나 식당 등 관광 안내를 제가 했죠. 운전기사부터 ‘찍사’까지, 암튼 할 수 있는 건 제가 다 했습니다.”<img loading='lazy' class='size-full wp-image-16926'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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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ploads.neosherlock.com/2-87.jpg 600w' sizes='(max-width: 600px) 100vw, 600px' style='box-sizing: border-box; word-wrap: normal; height: auto; max-width: 100%; display: block; margin: 0px auto;'>대기업 계열사인 수입 슈퍼카 딜러사 B 업체의 대표이사 A(왼쪽)와 당시 부장이던 C. 김대식은 김은경 (주)RED 사장의 지시로 두 사람에게 롤렉스와 IWC 시계를 각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사업차 베트남에 오면 김대식이 운전기사와 관광 안내 등의 일을 수행했다. ⓒ김대식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고가의 선물 혹은 뇌물을 전달하고, 슈퍼카 매장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사장님 딸 인턴 채용까지 챙긴 김대식. 이 바쁜 와중에 베트남에서 승일실업이 생산하는 아파트 난간대 영업까지 해서 성과를 냈으나, 그 직후 바로 해고됐다.“사장님이 뇌물로 쓸 물건을 대신 사주고 비용 정산도 못 받은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요? 열심히 하면 보상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개처럼 일하다가 유기견처럼 버려졌네요. 특별한 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돈으로 산 시곗값·급여·퇴직금 등이라도 제대로 받고 싶네요.”A 대표이사는 최근 <셜록>과 한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대식은 잘 알지만, 그에게 롤렉스 시계를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베트남 현지에서 김대식을 만나긴 했으나, 그에게 운전기사나 관광 가이드 일을 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C 부장은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답하지 않았다. A 대표이사는 시계 관련 내용을 모두 부인했지만, 김대식과 김은경은 2020년 8월 24일 카카오톡으로 이런 대화를 나눴다.
김대식 : “A 사장 시계. 테니스 대회 윔블던 아시지요? 아무튼 윔블던이 (시계) 별명인데 요즘 엄청 떠요. (그 시계를 사준 김은경) 사장님이 센스가 있으세요.”
김은경 : “뭔 시계? 새로 샀대?”
김대식 : “저번에 사준 거요.”
김은경 : “아, 우리가 사준 거. (A 사장에게) 밥 얻어먹어야 하나. (중략) A 사장님이 10월 15일 골프대회 오라 하시네. ○○○하고도 9월에 치기로 했어.”<img loading='lazy' class='size-medium wp-image-16927' s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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