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자 1000만 명 시대
우리나라에 전과자가 1000만 명이 넘는다는 말은 199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벌금형 이상 전과자 수는 2007년에 공식적으로 1000만 명을 넘었다. 2016년 조사 때 전 국민의 26%, 2020년 통계에서는 전 국민의 29%가 전과자라고 보고된 사례도 있다. 특히 성인 남성의 범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하면, 놀랍게도 그 절반 가까이가 전과자라는 말이다. 일상생활 중에 함부로 전과자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가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다.‘전과’라는 말을 흔히 쓰지만 사실 명확한 개념은 아니다. 수사기록에 첨부되는 경찰청의 ‘조회회보서’에는 피의자의 주민정보, 범죄경력자료, 수사경력자료, 지명수배내역 등이 기재된다. 그 중 ‘범죄경력자료’에는 벌금형 이상의 처벌 전력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것을 ‘전과’라고 분류하다 보니 이런 통계가 나오는 것 같다.강력사건의 ‘전과 몇 범’은 주로 교도소에서 실형을 산 전력을 말하고, 공적 신분의 상실 사유인 ‘금고형 이상’은 징역이나 금고형의 실형뿐만 아니라 집행유예까지 포함된다. 다만 선거법, 정치자금법위반 등은 벌금 100만 원 이상만 받아도 피선거권을 상실한다. 절도나 사기 상습범이나 음주운전 전력은 벌금형까지 따지고, 형이 2배까지 가중되는 누범 전과는 실형을 기준으로 한다.2022년 한 해 동안 법원에는 형사공판사건 31만502건, 약식명령사건 41만6410건, 즉결사건 13만5327건이 접수되었다. 가장 많은 죄명은 사기와 공갈(6만205건)이고, 다음으로 도로교통법위반(4만4148건), 상해와 폭력행위(3만2528건)순이다. 그 중 재산형이 선고된 것은 형사공판 1심 판결 20만9166건 가운데 5만5299건(26%), 약식명령 40만4094건 중 39만6570건(98%), 즉결심판 13만5327건 중 11만4287건(85%)이다.3가지를 합친 전체 형사사건 74만8587건 중 재산형의 선고는 56만6156건으로 76%에 이른다. 즉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75만 명 정도가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그 중 3/4은 벌금형을 받았다는 말이다. 그나마 연간 100만 명 이상이 형사처벌을 받던 시절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최근 들어 많이 개선된 것이다.우리가 과연 전과자가 1000만 명 이상이고, 연간 100만 명 가까운 수가 범죄자가 될 만큼 위험한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 반대 견해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치안은 비교적 안정된 편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 10여 년간 범죄 발생 건수도 많이 줄었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의 형사법 과잉현상을 지적하면서, 국민 5명 중 1명을 전과자로 만드는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의 나라에 살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실제로 거의 벌금형으로 확정되는 약식명령 사건을 하다 보면 그 말이 공감되기도 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경미한 사건들까지 형사절차로 오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과태료 같은 행정벌로 충분할 것 같은데 굳이 형사벌로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운 때도 있다.하지만 우발적인 폭력과 상해, 모욕, 업무방해 등이나 몇만 원에 불과한 중고물품 사기 같은 것들도 많은 피해자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한다. 피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상황에서 판사나 수사기관 담당자가 사소한 사인간의 분쟁으로 치부할 수 없고, 단지 벌금 액수가 작다고 비범죄화해야 한다고 쉽사리 말하기도 어렵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전과자가 1000만 명이나 된다는 말은 너무 낯부끄럽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법률문화와 제도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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